북한은 소련의 붕괴에서 교훈을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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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에서 신의주-평양 간 220km 고속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석유정유공장이 없어 아스팔트 생산이 안 되니 부득불 중국에서 아스팔트를 수입해서 포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본 방송자는 45년 전 우리 남한에서 경부고속도로(서울-부산간)를 건설할 때 김일성이 했던 말을 회고하게 됩니다.

1971년 9월 25일 아사히신문 편집장과의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일성 저작집 6권 87쪽에 기술한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지금 남조선에서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것도 전쟁준비를 위한 것이지 인민들의 생활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라면 몰라도 남조선 같은데서 고속도로를 닦는 것은 바쁘지(급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도 얼마 없고 달구지나 끌고 다니는 형편에서 고속도로나 닦아서 무엇 하겠습니까? 남조선에서 고속도로를 닦느라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제방을 쌓고 저수지를 만들어 농촌 수리화를 한다면 남조선 인민들의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남조선 괴뢰 동지들은 그런 것을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 말을 들은 여러분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그래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수령이라는 사람들의 판단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혜안으로 먼 미래를 진단했다고 생각합니까? 왜 김일성이가 1971년 당시 남한에서 건설하는 고속도로를 이처럼 오판했을까? 왜 경부고속도로를 전쟁을 위한 수송로, 전시 작전도로 건설로 판단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자기들의 생각, 즉 북한 당국이 추진하던 전쟁준비를 염두에 두고 남한 정세를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자신들도 1961년 4차당대회 이후 노동당이 채택했던 전략적 방침-4대 군사노선-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전민 무장화, 전 지역 요새화, 전군간부화, 전군현대화, 이 4대 군사노선을 60년대 전 기간에 걸쳐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제1차 7개년 계획을 기한 내 완수치 못하고 3년 연장하여 1970년에 끝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1970년 제5차당대회에서 김일성은 "우리 북조선 인민들은 모두 총을 갖고 있고 총을 쏠 수 있다. 전쟁이 잃어나면 잃을 것은 휴전선이고 얻을 것은 통일이다"라고 호언했습니다.

자신들의 모든 힘을 무력 남침을 위한 4대 군사노선을 추진하다보니 우리 남한도 이에 맞서기 위한 전쟁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작전도로 건설의 일환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다"라고 오판 한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 방송 담당자는 1972년 개최된 남북적십자회담때 북한 대표들과 우리 대표들 간에 나누었던 대화를 다시 회고합니다. 북한적십자대표들은 서울에 자동차가 많은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적십자 회담을 위해 전국의 자동차를 서울에 모아 놓았군요?"

이런 북한 대표단의 말에 우리 측 대표단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예! 이 자동차를 놓기는 쉬웠지만 저 높은 건물을 모아 오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말이 농담으로 들립니까? 실제로 남북 대표단들이 주고받은 얘기입니다.

김일성이가 "달구지밖에 수송수단이 없는데 무슨 고속도로 건설이냐?" 라고 했던 그 수준의 남한에 대한 지식이 바로 북한대표단의 서울에 대한 인식이었기 때문에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많은 자동차를 보고 북한대표단원은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계획적으로 "전국 각 도시에서 뛰고 있는 자동차를 서울에 모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도 40여 년 전 김일성이나 북한적십자대표단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남조선 정세를 오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남한에서 야당이나 재야사회단체들이 목청을 높여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들이야 말로 김일성이 높이 평가했던 '통일혁명당'처럼 친북, 종북, 노동당의 통일전선 조직원들처럼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화성' 이라고 부르는 탄도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계속하면 이들 반정부 또는 대정부 비판을 예사롭게 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모두 통일전선에 망라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정부 공식기구로 만든 것은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이런 오판을 하지 마십시오. 탄도로켓 몇십 발 발사 실험한다고 한미 양국군이 겁을 내리라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무슨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운용할 수 있겠습니까?

남북한의 경제력은 42:1로 남측이 우위하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연간 최소 5000억 달러를 군사비로 쓰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준비를 걷어치우고 평화를 추구하여 관계개선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핵 경쟁, 군비 경쟁으로는 북한이 결코 이길 수 없다. 그 결과는 멸망뿐이라는 사실을 소련방 붕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