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년에도 노동당의 기본노선인 군사강국건설을 명분으로하는 핵 개발과 대륙간탄도로케트 ICBM 개발에 전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당은 2000년대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아니 과거 수십 년 동안 국민총생산 GDP의 20% 이상 30% 정도를 매년 군사비에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인민경제부분의 생산이 퇴락할 수 밖에 없어 인민대중은 기아와 빈곤에서 헤어날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이 금년신년사에서도 자강제1주의를 떠들며 70일전투니 200일전투니 하는 노력총동원을 강요하는 이유는 인민경제부분에 투자할 자금, 자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7차당대회가 결정했다는 ‘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시작하기 전부터 좌절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5개년 전략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민 총돌격전’을 전개하라”고 호통치고 있지만 가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 간부 여러분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 현실 하에서 2400만 북한인민들이 무슨 방법으로 호구지책을 강구할 수 있는가? 우선 먹고 사는 것이 초미의 과제가 아닙니까? 당간부 여러분은 제대로 식량과 일용품 배급을 받고 있을 터이니까 걱정 없는지 모르지만 일반주민의 경우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들이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자신들의 호구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바로 장마당이지요. 지난해 인공위성사진으로 북한 각지에 설치된 종합시장을 검색한 결과 400여 개소가 넘는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의 부인들과 가족들도 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생활필수품을 사서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처럼 지금 현재 북한 경제부분에서 이 장마당, 종합시장이 담당하는 역할이 큰데 이번 김정은의 신년사는 물론 주요경제 이론지에서 조차 시장과 시장을 통한 상품거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시장확대가 사회주의 경제이론의 근간을 허물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까? 시장이야 말로 오늘날 북한주민 거의 모두가 생을 의지하고 있는 곳인데 왜 시장의 역할을 논하려 하지 않습니까? 왜 시장을 위한 법률과 규정, 금융 등 당장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는 공론화하지 않고 있습니까? 마땅히 강구해야 할 시장, 장마당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안 하면서 시장의 수를 늘리고 그 기능을 확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 본 방송자는 먼저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장마당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했던 김일성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김일성은 1969년 3월 1일 ‘과학교육부문 일꾼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부제가 붙은 ‘사회주의 경제의 몇 가지 이론문제 대하여’에서 중대한 경제이론문제를 논했습니다. 여러분 당 간부들 중 노간부들은 ‘사회주의 경제의 몇 가지 이론 문제’를 열심히 학습했던 일을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논문이야 말로 당시 소련과 동유럽국가에서 크게 일고 있던 개혁·개방문제 즉 사회주의경제체제 하에서는 경제의 성장속도가 반드시 둔화될 수 밖에 없으니 혁명적 열의로 경제성장을 추종하려 하지 말고 물질적 자극, 인민대중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경제관리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경제이론가, 대학교수, 지식인들의 요구가 일어나고 있었고 이런 개혁·개방이론이 북한으로 들어와 북한의 과학교육부문 간부들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김일성의 위 논문이 발표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혁명정신이니, 100일전투 200일 전투니 하는 노력 생산경쟁으로서는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주장을 억제하기 위해 김일성이 경제이론의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김일성은 오늘날 김정은의 말처럼 혁명열의를 강조하면서도 농민시장을 없애자는 주장을 거부했습니다. 김일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협동경리가 있고 개인부업생산이 있는 이상 농민시장은 없을 수 없으며 또 그것이 남아있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동무들은 부업생산물까지 다 국가가 수매하여 계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잘못이며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일성이가 이런 말을 하던 때는 1969년입니다. 한참 사회주의 경제발전속도가 자본주의사회 아니 우리 남한의 경제는 따라올 수 없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고 여러분 당이 기고만장하던 그 시절입니다. 그때도 김일성은 농민시장을 없애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남겨두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의 경제형편으로 봐서 시장을 어떤 위치에 두고 어떤 정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국영기업의 가동이 중단되어 인민생활 필수품을 사기업, 개인생산과 시장상인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급하고 있습니다. 1983년 김정일 지시로 시작했던 ‘8.3소비품생산조치’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각 공장, 기업소에서 제대로 시행되었습니까? 잘 안됐으니까 사기업이 번창하고 시장이 확대된 것이 아닙니까. 이 사실을 여러분 당이 인정했기 때문에 박봉주 총리를 임명하고 경제생산을 총괄지도 하도록 한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이번 김정은의 신년사에서는 400여 개소가 넘을 정도로 전국각지에서 창설된 시장문제를 언급하고 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지시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왜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경제체제의 개혁을 의미한다고 해석되어서 혁명정신을 강조하며 노력총동원에 의한 경제건설과 논리적 모순을 야기한다고 보기 때문이겠지요
당 간부 여러분! 이제는 그런 술수를 쓸 때가 아닙니다. 공개적으로 시장화를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 운운하는 말을 거두어들일 때입니다. 이것이 인민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당의 모습임을 지적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