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법치의 귀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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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미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민주조선 등 북한의 주요매체가 연일 수 차례 보도하고 있어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줄 압니다만 지난달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판결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추방되는, 탄핵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뇌물수수·권력남용의 형사상 범죄에 연루되었다하여 구속되었습니다. 머지않아 재판에 회부될 전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니 헌법규정에 따라 60일내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5월 9일 선거일을 앞두고 지금 한창 대통령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세력이 데모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데모로 온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5개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치열한 선거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이념과 정강정책을 달리하는 5개 정당이 각각 자기당의 대통령 후보자에게 표가 모이도록 치열한 선전,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이러한 남한의 정치, 사회현실, 선거운동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정치가 저 모양이야? ‘최고존엄’인 대통령을 탄핵하고 유치장에 수감하고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저런 정치하에서 어떻게 나라의 법질서가 유지되는가? 유일사상체계가 확고히 서서 당의 수령 두리에 굳게 뭉친 북한인데도 경제가 무너지고 뇌물이 횡행하고 부정부패가 극심한데, 어떻게 남한은 저처럼 국가 체계가 유지되는가? 의아할 것입니다. 탈북한 북한의 간부들이 남한에 정착한 후 바로 여러분과 같은 인상을 받는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바로 이것이 법이 지배하는 남한 정치의 특징입니다. 각 개인의 말할 권리, 권력자를 비판할 권리,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 잘못을 저지른 지도자 그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법에 의해 심판 받도록 규제한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재판받는 와중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진행되면서 사회질서가 정연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법 앞에 평등하다는 자유민주주의 법 정신이 우리 국민의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이 여러분의 북한사회와 우리 남한사회의 차이점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우리 남한에는 여러분이 철칙으로 여기는 ‘유일체계확립을 위한 10대원칙’과 같은 반인민적 규범이 없습니다.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완전무결하게 통제하며 당의 수령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하며, 10대 원칙을 어기면 가차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고 고사기관총으로 시체조차 없애버리는 처형에 처해지지 않습니까?

지금 여러분의 정치 환경과 비교해 보십시오.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이 ‘유일한 영도체계 확립 10대원칙’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감시되고 있습니다. 이 10대 원칙이 얼마나 반인민적, 반인간적 규범인가는 김정은 세습정권이 출범한 이후 일어난 정치적 사변을 보고 느낄 것입니다.공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정치 환경이 아닙니까? ‘위대한 장군’으로 추앙하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이며 당정치위원이고 당행정부장이던 장성택을 김정은은 불충하다는 이유로 처형했습니다.

장성택이 과연 김정은 정권을 전복시키려 음모했습니까? 아니지요. 장성택은 어린 나이에 무거운 짐을 지고 권좌에 앉은 김정은이 보다 빠른 시일내에 당권을 장악하고 인민경제를 정상화하도록 돕기 위해 권력을 다해 애썼을 뿐입니다. 아무 경험도 없는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현실이나 대외정세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경제건설을 논하며 현지 지도하는데 대해 그래서는 북한의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잘못된 지시를 바로 잡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장성택 정치위원의 올바른 권고를 “당의 권위 즉 자기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해야 한다”는 10대 원칙의 제 3항을 위반했다고 처형했습니다. 여러분 간부들이 당의 지시를 수행하는데 더없이 큰 제약으로 되고 있는 제4항 “당의 노선과 정착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의 일곱째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의 방침과 지시를 개별적 간부들의 지시와 엄격히 구별하여 개별적 간부들의 지시에 대해서는 당의 방침과 지시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를 따져보고 원칙적으로 대하며 개별적 간부들의 발언내용을 ‘결론’이요 ‘지시’요 하면서 조직적으로 전달하거나 집체적으로 토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당 간부 여러분! 여기에서 말하는 당의 방침이니 지시니 하는 것은 김정은의 지시를 말합니다. 그가 만물박사가 아닌 이상 이 복잡한 현대의 경제, 군사, 과학, 기술 등 모든 문제에 정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여러분도 김일성의 주체농법이 얼마나 북한 농업을 멍들게 했는가? 계단식 밭이 북한의 하천과 농토를 황폐화시킨 것을 알고 있지요?

수령의 현지지도가 현장의 간부나 농민, 노동자 과학기술자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지시가 수백, 수천 건이 넘지 않았습니까? 이런 잘못된 지시는 응당 해당 부분 간부나 담당자의 의견에 따라 수정되어야 마땅하지요. 그런데 여러분 당은 개별적 간부가 지시했다고 해서, 잘못된 지시를 바로 잡아 옳게 사업추진을 했다고 해서 ‘10대 원칙 위반자’로 고발, 처형을 했습니다.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건성건성 박수쳤다, 졸았다고 하여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몰아 처형했습니다. 장성택 정치위원 뿐만 아니라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해 수백 명 고위간부가 처형되었습니다.

목에 칼을 들이댄 상태, 언제 내가 한 말과 내가 한 행동이 화근이 되어 내 목숨이 달아날지 알 수 없는 사회, 이것이 사람이 사는 사회입니까? 여러분도 지금 남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재판을 보면서 자유민주주의 법치사회와 ‘10대 원칙’을 최고 사회규범으로 하는 북한 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자유와 민주주의 법 앞에 평등함이 얼마나 귀중함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