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도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1980년 제6차 당대회를 전후하여 김일성이 중국의 새세대지도간부와 북한의 새세대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일과의 인간적 우호, 유대관계를 맺도록 하기 위해 김정일을 중국에 파견한 바 있었습니다. 그 후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김정일을 지칭하여 ‘건방진 놈’이라는 악평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그 이유는 개혁, 개방으로 이행한 등소평 옹을 비롯한 중국 새세대간부들을 마치 ‘수정주의 집단’처럼 비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김정일은 “왜 우리 북한노동당처럼 주체적으로 사회주의를 지켜야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와 경영관리방식을 도입하는가”라면서 중국의 개혁, 개방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김정일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경제를 보면서, 중국 안에 머물 때는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 찬양하다가도 평양에 돌아오면, 중국공산당은 믿을 수 없는 수정주의 집단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정일은 사회주의국가들간에도 그 나라의 역사적 발전단계에 따라 그 나라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만이 인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노동당이 북한이 직면한 대내외적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주체사상을 내놓고 모든 정책을 주체사상적 요구에 맞도록 전개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남의 나라에 대해서는 자신들조차 견지하기 힘든 모순투성이의 주체사상임을 받아들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이야말로 낡은 좌경 기회주의적 패권적 요구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 그런데 오늘날 김정은 시대에 와서 과거 김정일이 중국공산당에 취했던 태도가 또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4월 21일 조선중앙통신이 ‘정필’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비난 논문을 내더니, 5월 3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은 더이상 하지 않아야 한다”는 노골적인 대중국 비난 성명을 냈는데, 이 ’정필‘의 논문과 조선중앙통신의 논문이 바로 여러분 당의 공식태도이고 바로 김정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논문이라 할 것입니다.
이 두 논문의 주장은 이런 것입니다.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끌어들이면서 정세를 전쟁접경으로 몰아가는데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에 대처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와 관련해선 우리를 어째보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말들이 인민일보와 환구시보에 튀어 나온다. 적색선을 넘으면 중국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되어 견디지 못할 것이라면서 저희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고려 해봐야 한다느니,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부흥에 필요한 지지와 방조를 제공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느니, 너스레를 떨고 있다. 줏대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우리에 대한 경제제제에 매달린다면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 한다. 북중 동맹의 기둥을 찍어버리자는 것이냐?”
당 간부 여러분! 북한노동당이 과연 이런 식으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온전히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가? 정말로 중국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도 북한정권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우리 민족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항상 유념하며 우리 민족의 안녕을 유지해왔습니다. 여러분 당의 경우를 봅시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의 지시와 크레믈린이 작성한 위성국가건설 전략계획에 의해 김일성 정권이 수립되고 스탈린의 지시와 소련 군사고문단의 작전계획에 의해 6.25 무력남침을 자행했고, 스탈린과 모택동의 합의에 의해 중공군이 개입하여 패배하던 인민군 잔당을 구해주고 미국과의 협상을 한 때문에 1953년 7월 오늘날의 휴전선으로 겨우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휴전 후 북한의 전후복구도 소련과 중국의 원조로 가능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추진한 7개년계획이나 5개년계획이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한 이유도 역시 여러분 당의 요구를 중국과 소련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북한경제가 무너져버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웃 중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교조적 사회주의계획경제의 모순극복을 거부한 것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봅시다. 지금 김정은이 쉬지 않고 쏘아대는 미사일발사, 이것도 모자라 6차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 그 기회를 보아 핵실험 단추를 누르겠다고 위협하는 것이, 우리들 남한이나 일본이나 미국만을 향한 위협입니까? 아니지요. 이웃 중국의 안전을 심히 위태롭게 만드는 행위가 아닙니까? 동북3성이 핵진으로 덮이게 되지 않았습니까?
지금 미국이 왜 칼빈슨호와 같은 항공모함과 B-1, B-2, B-52와 같은 전략폭격기, 수 척의 이지스구축함과 핵잠수함을 이 지역에 출동시키는 것입니까? 왜 우리 남한 땅에 고고도미사일체계인 THAAD를 배치하는 것입니까? 여러분 당의 겁모르는 전쟁놀이 때문이 아닙니까? 이처럼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군사력이 집결된다는 사실이 바로 중국의 안전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지난 4월에는 세 차례 전략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여러분 당입니다.
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 텔러슨 국무장관의 제의로 유엔파견대사회의가 아니라 15개 상임이사국 외무장관회의를 소집했는가? 비로 여러분의 핵, 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참가했습니다. 전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제재조치에 찬성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중국이 여러분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 당이 자초한 것입니다. 왜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이 여러분 당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한 태도를 취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신중한 발언을 해야, 그나마 남아있는 유일한 혈맹국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임을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