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3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결의 2270호가 본격적으로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구체적인 제재조치로 여러분의 입장이 날로 곤란해지고 있습니다.
이웃 중국과 러시아는 공히 그동안 눈감아 주던 북한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추방조치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단동, 훈춘 등 12개소의 중국 세관에서 행하는 북한과의 거래물자에 대한 검사가 강화되었습니다. 쉽게 입국하여 중국의 제품 생산공장에서 일하던 북한근로자 또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근로자들의 출입국 절차가 심히 까다로워져 재입국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중남미, 동남아 지역을 왕래하던 북한 소유 무역선박이 억류, 몰수되어 해상에서 떠돌다가 북한으로 돌아와 다시 나가지 못하고 북한 항구에 정박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계속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제5차 핵실험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간부 여러분! 이처럼 국제사회와 여러분당 간의 대결이 악순환으로 상승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북한 주민들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형편인데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무역거래가 제한되고 해외취업기회가 어려워진 결과 물자부족에 더해 실업이라는 큰 고통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이미 북한 장마당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뛰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오늘의 북한 내부경제 형편으로 보아 자력갱생으로 이 엄혹한 경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가하면, 이것 역시 거의 절망적입니다.
당간부 여러분! 이런 시기에는 ‘집단주의적 경쟁’을 촉구하는 정신적 자극보다는 북한주민의 생산의욕을 촉구하는 물질적 자극을 강화하여 주민 각자가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은 지난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통해 주민들 각자에게 스스로 살길을 찾게 하는데 물질적 자극이 정신적 자극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지금 북한 전역에서 번창하고 있는 장마당이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분당은 우선 시급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주체농업’이라는 주술에서 북한 농민을 해방시킬 것을 권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주체농업’이란 무엇입니까? “주체사상을 농업분야에 빛나게 구현하여 북한의 기후풍토와 농작물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게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짓는 과학농법이며 현대과학 기술에 기초하여 농업생산을 고도로 집약화 하는 집약농법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서 세계가 한냉전선의 영향으로 농사를 망치고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 주체농법 덕택에 북한에서는 대풍작을 이루어 완전히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던가는 고난의 행군에서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정은 정권의 등장 이후 ‘6.28조치’니 ‘5.30조치’니 하면서 무슨 큰 기적이 일어날 듯 법석이면서 경제난관 극복을 떠들었지만 여전히 북한 인민의 식량부족 현상은 해결되지 못한 채 식량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당이 핵개발이나 미사일 제조에 들어가는 자금 중 몇 퍼센트라도 흥남질소비료공장을 비롯한 화학비료생산 공장에 돌리기만 했어도 여러분이 말하는 과학영농의 한 부분은 해결했을 것이고 나아가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자극하여 퇴비생산에 필요한 산림보호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협동농장의 농민들은 포전을 할당해주어도 비료가 없어 제대로 농사 지을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어떻게 식량증산을 혁명정신으로 이룰 수 있습니까? 한냉전선을 극복하자면 비닐방막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냉기를 막을수 있는 시설을 지을 수 있고 산에 나무가 번성해야 퇴비 생산을 위한 낙엽을 묻을 수가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앞으로 상당 기간 – 정확히 말하면 여러분당이 핵개발을 중지한다는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계속될 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도발적 언동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제재강도는 강화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추이를 고려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는 핵개발을 중지하여 제재조치를 해제시키는 것이며 한편 집단주의적 경쟁 운운하는 낡은 방식을 철폐하고 경제생산부분, 특히 시급한 식량 생산 부분에서 출구를 여는 것입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들도 입에 담지 않던 ‘공산주의 사회건설’ 운운하고 있는데 이런 허상을 제시해서는 북한인민의 생산의욕을 고취할 수 없습니다. 북한 인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분명히 알고 그들의 요구에 보답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지금 당면한 경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