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되는 북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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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차당대회에서 발표한 김정은의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 중 주목할만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우리는 주체혁명위업 계승의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의 요구에 맞게 혁명의 향도적 역할인 당을 조직 사상적으로 더욱 강화하고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전당적인 투쟁을 강도 높이 벌리는 한편 당 안에 강철같은 기강과 규률을 확립함으로써 당의 전투력과 위력을 백방으로 높였습니다”고 했습니다.

당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북한 주민 누구나가 알고 직접 경험한대로 6차당대회 이후 북한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북한 주민 모두가 돈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는 사실입니다.

90년대 초기만 해도 “돈만 있으면 사지 못할 물건이 없다. 귀한 물건이던 외국제 고급제품이건, 돈만 있으면 어떤 물건이던 살 수 있다”던 것이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돈만 있으면 무슨 일이던 안 되는 일이 없다 돈만 있으면 여행증명서 발급받는 것, 대학입학하는 것,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문제, 군입대를 면제받는 것, 심지어 당에 입당하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 ‘물건’으로부터 ‘사업’으로 번져갔습니다. 다시 말하면 뇌물만 괴이면 무슨 일이던 해결할 수 있다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이처럼 돈의 위력이 높아진 이유는 사회주의의 기본인 국가가 인민생활을 보장할 수 없게 된 때문이었습니다. 배급제도가 무너져 주민 각자가 자신의 힘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사회주의 경향’이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생산부분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간부들은 생산한 물건을 들고 나가거나 생산시설 일부를 떼서 국내에 팔던지, 외국에 밀수하던지 간에 호구지책을 강구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 – 행정기관 근무자, 보안관계 근무자 심지어 학교 교사들까지 비생산 부분 종사자들은 어떻게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쥐꼬리만한 권력을 이용하여 일반 근로자, 농민들을 단속하여 범법행위를 적발하고 그것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겨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사기업하는 사람들,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등쳐먹는 자들이 바로 권력기관에 종사하는 자들입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김정은은 강철같은 기강과 규률을 확립하여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았다고 했습니다.

당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왜 사회주의를 한다는 북한에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는가? 그 답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바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세습, 절대독재체제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숭배,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낳은 원인은 바로 권력의 과도한 집중 – 사회 각 부분, 위로부터 말단까지 깊이 뿌리 박고 행세하는 당원 – 당에 의한 철저한 통제제도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이 현상은 과거의 소련에서, 모택동 시대의 중국에서, 일당독재하에 있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서, 아니 오늘의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통치자들의 전제정치체제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하물며 김일성, 김정일, 오늘의 김정은에 이어지는 봉건적 군주 전제정치가 자행되는 북한에서 어찌 세도와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아니 일어날수 있겠습니까? 어느 누구도 어떤 집안도 김정은과 그 일당의 절대권력을 비판할 수 없으니 이들 권력자와 그 수하의 지배계층은 서로 감싸며 세도를 부리며 주어진 권력을 이용하여 뇌물을 챙기며 호사스러운 물질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당간부 여러분! 구소련이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의 개혁은 바로 이러한 당의 독재, 중앙집권관리체제에서 기인한 계층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알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지배하는 봉건적 군국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는 당권을 장악한 한줌도 안 되는 지배세력이 모든 권한을 행세하도록 되어있는 정치체제입니다. 이런 체제하에서는 세도를 막고 관료주의를 제거하고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있습니다.

북한 사회의 극심한 부정과 부조리, 무너진 사회주의적 도덕 규범을 재건하는 길은 그 근원인 권력의 독점체제를 개혁하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오늘의 중국을 ‘사회주의 배신자의 집단’으로 매도한 당의 결정이야 말로 잘못된 논리임을 분명히 알고 여러분 안에서 먼저 정치개혁을 논의해야 합니다.

신변의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고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언동이지만 정말로 사회주의의 진수를 살리자면 오늘의 김씨일가의 세습체제를 붕괴시키거나 개혁하지 않고서는 북한동포에게 사회주의를 납득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개혁과 개방이 김정은 세습체제의 개혁일 뿐 조선노동당의 해체가 아닐진데 이웃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일어난 역사적 변혁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