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민주주의는 북한에 해당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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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출판된 여러분 당의 해외 선전 책자를 보면 지난 30여 년간 볼 수 없었던 정치적 용어가 새삼스럽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용어입니다. 1964년에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출판한 ‘대중정치용어사전’에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프롤레타리아나 민주주의와 같은 말로 해설했습니다. 즉 “소수의 착취계급에게는 독재를 실시하고 광범한 인민에게는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새로운 최고의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본질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본질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산당 1당 독재 하에서 인민대중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해설에는 인민대중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적 수단이나 민주주의적 의견수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이 ‘대중정치용어사전’ 이외에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해 해설한 책이 1982년 4월에 출판된 이른 바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노작용어사전 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근로인민대중의 의사를 집대성한 정치로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광범한 인민대중의 의사에 따라 정책을 세우고 인민대중의 이익에 맞게 그것을 관철하며 근로인민대중에게 참다운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주는 사회주의 국가 활동의 기본방식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전에서도 역시 “위대한 수령님의 현명한 영도 밑에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가 전면전으로 실시되고 있다”고만 했을 뿐, 어떻게 이런 근로대중의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보장하는 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이처럼 막연하게 규정했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해서 최근에 출판한 선전 책자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첫째는 근로인민대중을 정권사업에 널리 참여시켜 그 역할을 높이는 것, 둘째 당의 영도와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 셋째로 근로대중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온갖 적대행위를 반대하는 것, 넷째로 사회주의 경제, 문화건설을 잘 하는 것, 다섯째로 낡은 유물인 관료주의를 철저히 없애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이러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오늘의 김정은 세습독재체제,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 원칙이 최고의 경전, 아니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로 강조되고 있는 북한의 오늘의 현실에서 이 용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고, 이것이 북한노동당의 정치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선전, 교육한들 누가 믿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자신이 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정치용어가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들이 제시했는가를 알고 있습니까?

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주체사상을 최고의 사상으로 주장하는 북한에서는 기원(起源)될 수 없는, 애당초 어떤 다른 사상, 이론적 용어가 나올 수 없는 사회가 여러분의 사회입니다. 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용어는, 스탈린주의와 정면 대결했던 유고슬라비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제시된 용어입니다. 여러분은 이들 유고슬라비아 공산주의자들이 규정했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개념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습니다.

1946년 1월 31일에 제정 공포된 유고슬라비아 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출현한 동유럽사회주의 국가와 여러분 당이 택했던 정책처럼 생산수단을 국유화했습니다. 공업, 은행, 교통, 도매상 등 사적 경영이 일체 폐지되었습니다. 소규모 상업까지도 사라졌습니다. 자본가, 부르주아지, 토지 소유자의 재산을 아무런 보상도 없이 국가가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사회주의 개조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사회주의의 물질적 기초를 실현시키는 정치를 하면서도 여러분 당처럼 소련 공산당의 정치방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유고슬라비아 공산주의자들은 소련의 국가 관리 방식, 관료주의적, 중앙집권적 명령 경제 체계에 의한 정치조직, 이러한 형태를 따르지 않고, ‘노동자에 의한 자주관리방식’ 즉 자주관리기관을 설립했습니다. 지방의 시, 군, 리의 자치기관을 발전시켰습니다. 정권·기관의 행정권 남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시켰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유고슬라비아의 공산주의자들은 일당 독재,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가 몰고 온 극심한 관료주의, 권력을 독점한 당 간부들이 노동자, 농민 등 근로 대중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계급’을 제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권력기구의 지방 분산과 공장, 기업소의 관리를 그 기업, 그 공장의 노동자집단에게 맡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즉 행정적 관료주의적 감독을 대신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감독하도록 했습니다. 이리하여 국유재산이 사회적 재산으로 바뀐 것입니다.

유고슬라비아의 영도자 티-토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국가의 중앙집권적 기능은 경제에 있어서도, 사회전반에 있어서 강화해야 한다. 스탈린의 이론이나 실천과는 달리, 우리는 참된 사회주의의 길을 경제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관리의 분산화, 민주의 길을 택했다. 우리는 먼저 경제 관리에서 국가의 기능을 축소시켜야 하며 서서히 모든 정치 사회분야에서 국가의 간섭과 통제를 축소시키고 근로대중이 자주적으로 관리토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근로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자주관리방식을 채택한 유고슬라비아에서 바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정치용어가 현실화 한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10대 원칙’에 의해 김정은의 말 한 마디로 온 당, 온 인민, 온 사회가 획일적으로 움직이고, 김정은의 절대독재가 나날이 포악해지고 있는 북한에서 어떻게 ‘사회주의적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겠는가 당원 여러분이 스스로 자성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