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도 이미 당내 생활총화 시간을 통해 알고 있을 줄 압니다만 지난 8월 중순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부인 오혜선 여사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망명하여 서울에 왔습니다.
왜 이들이 왔는가? 8월 20일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니까 “많은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 비밀을 팔아먹으며 미성년 강간 성범죄까지 범한 자였는데 그래서 지난 6월 이미 본국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서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도망했다”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태영호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는 공식 서열로는 대사 다음 지위였습니다. 그는 영국에서만 10여 년 간 근무했고 그 전에는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도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태 공사는 그의 유창한 영어구사실력을 발휘하여 김정은 세습 체제의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선전·선동 활동을 열심히 전개했습니다. 태 공사는 영국뿐 아니라 EU제국을 상대로 적극 활동했습니다.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엔 북한대표단 단장으로 참가하여 설득연설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태영호 공사는 북한 외교관으로서는 드물게 보는 유능한 직업 외교관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영호 공사의 부인 오혜선 여사는 김일성의 빨치산 시절 동료인 오백룡 전 당군사부장의 인척입니다. 말 그대로 가장 신분이 좋은 항일빨치산출신의 가문에서 태어난 여성이었습니다.
런던 현지 동포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대사관 운영비가 부족하여 식량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편 영국 외무성 자료를 보면 북한대사관이 운영하는 10여 대의 자동차 불법 주차비 과태료가 20만 파운드나 체납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경제적 여건 하에서도 열심히 세습 독재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조치를 비난하고 그 철폐를 주장하던 태 공사가 왜 망명했을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대로 국가 자금을 횡령하고 국가기밀을 팔아먹고 여기에 미성년 강간범죄까지 저지른 최악의 범죄자이기 때문에 평양으로 송환되면 처형당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될 것이 두려워 도망했을까? 이처럼 태영호 공사가 파렴치범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서울로 오지 않고 미국과 같은 숨어살기 좋은 피난처를 택했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태 공사가 온 가족을 데리고 서울로 망명한 이유는 그 나름대로 남은 여생동안 반드시 해야 할 중대한 사명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반인륜적 반인민적 김정은 세습체제가 몰고 온 우리 민족의 위기를 제거하는데 미력이나마 기여해야 하겠다고 역사적 사명의식을 느낀 때문입니다. 태 공사는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인류가 창조한 보편적 가치-자유, 인권, 법에 의한 지배, 민주주의, 시장원리- 등이 적용되지 않으면 북한 인민에게 가해지고 있는 압제의 쇠사슬을 끊어 버릴 수 없겠다고 확신한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도 태영호 공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과연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로 북한 인민의 안전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제 7차 당대회에서 결의한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이 원만히 수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200일 전투로 경제건설 투쟁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핵과 미사일로 위협한다고 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완화되거나 폐기될 수 있을까요? 핵공갈로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태 공사는 오늘의 김정은 일당이 고수하고 있을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한 선대들이 건설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라는 북한정권의 안전을 결단코 유지할 수 없으며 이런 망상을 김정은 일당이 계속 견지하는 한 우리 민족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반 김정은 투쟁을 전개할 각오로 서울에 온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백두산 혈통’이라는 김일성 가계의 봉건 왕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항일빨치산 출신,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자를 중심으로 하는 권력공동체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김씨 3대 세습 체제가 유지된 것은 바로 이들 빨치산 출신 가문,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자들의 단결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이들 집단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빨치산 출신 가문에게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의심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극심한 ‘의심병’에 걸렸습니다. 자기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할 때부터 이 의심병이 전당, 전민, 전북한사회를 공포 속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스탈린시대에 얼마나 많은 충성스러운 볼셰비키 당원들과 붉은 군대의 고위간부들이 숙청되어 처형되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도 이런 피의 숙청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태영호 공사는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도 바로 김정은의 공포정치 하에 떨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결심해야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결단의 순간임을 강조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