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년여 동안 북미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전이 막을 내리고 11월 9일 마침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씨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 동안 미국 국민은 물론 세계 각국 국민이 깊은 관심을 갖고 이 선거전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 남한 국민은 물론 여러분 노동당 중앙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의 선거공약이나 개인성격이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도 세계 각국 정부는 새로 선출된 트럼프 씨와의 접촉을 시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우리 정부의 박근혜 대통령은 트럼프 씨와 전화통화로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인사와 전통적인 한미동맹이 변함없이 튼튼히 유지될 것임을 확약했고, 이어 여러분 당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상호협력에 100% 동의했음을 밝혔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 동안 트럼프 씨가 제시했던 선거공약 특히 한반도와 여러분 당이 추진하는 핵개발에 대한 그의 견해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의아스러운 느낌을 아니 가질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가 당선되면 미국의 대외정책을 크게 바꾸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군대를 더욱 강화시키겠지만 주변 국가를 보호하는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던가 "미국의 직접적인 위험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던가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 무임승차하지 말고 미군 주둔비를 몽땅 지불해야 한다"던가 하는 주장을 했습니다.
통상 정책에 있어서는 "현재 일본, 아시아, 동남아제국과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협정)' 에서 탈퇴하겠다"던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중국이 불공정행위를 계속할 경우 미국 법원이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던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인위적으로 환율 40%를 낮추며 환율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자동차와 농축산물 수입시장의 전면 개방을 촉구하겠다"던가 하는 무려 7가지 통상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트럼프 씨의 선거공약은 미국의 전통적인 통상, 무역정책에 위반되는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 예를 들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등은 트럼프 씨를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하고, 전통적인 미국의 대내외정책과 모순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씨는 과반수 선거인단을 모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선거현상이고 정치방식입니다. 여러분의 경우처럼 노동당이 추천한 후보자에게 100% 찬성투표를 하는 방식, 당에서 선출했다고 하여 최고인민회의에서 추대하며 만세를 부르며 '최고존엄'을 모시는 식과는 전혀 다르지요.
당 간부 여러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여러분 당이 보인 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4월 북한외교부 산하의 외곽 연구기관인 국제문제연구소 리종열 부소장은 CNN과의 면담에서 트럼프 씨를 "완전히 터무니없고 비논리적인 인물"이라고 혹평한 바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트럼프 씨가 1월달에 미국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 때 "김정은은 미치광이 같다.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 당시 불과 25,6세의 젊은 나이였는데 고모부 장성택과 막강한 군의 장령들, 강적을 제거했다"고 하는가 하면 2월에는 CBS방송에 출연하며 "중국으로 하여금 어떤 형태로든 김정은을 사라지게 만들도록 압박하겠다." 등등 여러분의 '최고존엄'을 비하하는 언급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의 선전담당간부들이 6월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면 노동당 인터넷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트럼프 씨를 "막말하는 후보와 괴짜 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그 이유는 트럼프가 5월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놓고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지난 6월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 한 선거 유세에서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만나겠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들여 국빈만찬을 여는 대신 회의실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회담하겠다"고 말하면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능성을 시사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런가하면 트럼프 씨의 대통령 확정이 선언된 11월 10일자 로동신문은 "오바마정권의 대조선 압살정책이 실패했다. 내년도에 집권할 새 행정부는 핵강국과 상대해야 한다. 미국의 생사존망과 직결되고 있으니 트럼프는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고 하면서 "섣불리 우리를 대하지 말라"는 말투로 위협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은 트럼프 씨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 어떤 정책으로 나오리라 생각합니까? 여러분 당이 계속 고수하고 있는 핵,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리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여러분 당이 주장하는 '핵 보유국가의 지위'를 인정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서리라고 생각합니까? 그 동안 트럼프 씨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고 엇갈리는 주장을 했으니 "기대할 수 있다",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김정은을 미국에 초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 간부 여러분!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씨는 이제 상·하원의회를 장악한 미국 공화당의 전통적인 노선에 따라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의 이념과 정책기조는 "강력한 힘과 지도력으로 세계문제에 적극 관여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널리 확산시켜 번영과 평화의 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씨의 주장은 분명히 '미국 우선주의'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전통적인 미국의 이념과 정책기조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미국본토에 핵폭탄을 떨어 뜨리겠다"는 김정은의 철없는 위협을 용납하리라고 생각합니까? 주한미군을 철수하리라고 생각합니까?
당 간부 여러분은 8년 전 부시 공화당정부 때 김정일 위원장의 노동당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던 사실을 회상해 보십시오. 미국은 결코 여러분 당의 핵·미사일 개발을 허용치 않으며 그런 위협에 끄떡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트럼프 씨가 이끄는 신정부도 변함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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