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년도 북한의 농업생산은 그런대로 평년수준이었다고 하지만 식량부족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여러분 당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로 60만 톤 내지 70만 톤 정도의 식량부족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수입대상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국일 것입니다.
지난 9월의 중국해관총서 즉 중국세관의 자료를 보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1만 6000 톤, 미화로 790만 달러의 쌀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한 달 식량수입량으로서는 지난 2012년 이래 가장 많은 쌀 수입이라고 했습니다. 이외 밀가루 수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도 생산한 알곡이 거의 바닥난 때가 9월이니까 햇곡식이 나오기 전 쌀값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쌀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여러분 당이 식량의 자급자족을 외쳐도 인구증가에 비례하여 늘려야 할 식량생산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이런 식량부족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뾰족한 대책수립이 불가능한가? 그 이유는 지극히 명백합니다. 과거 모든 사회주의국가 정책당국이 공통으로 느끼고 인정했던 집단 농장의 농업생산체계가 농민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리는 근본 요인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시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 1958년 '인민공사'라는 지극히 가혹한 집단농장제도를 도입했고 여러분의 경우도 같은 해 협동농장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집단적 농업경영방식을 도입하자 즉시 나타난 현상이 농업생산, 알곡생산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1928년 당시 소련이 '꼴호즈'라는 집단영농방식을 도입했을 때 온 식량생산의 급속한 감퇴를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북한은 공히 '사회주의 경제체제'라는 명분으로 '농업의 집단화'를 실시했습니다. 문제는 식량생산의 급속한 감퇴 정도로 끝났으면 그래도 인민대중이 승복할 수 있었는데 엄청난 인민이 굶어 죽었습니다. 소련과 중국, 이 두 나라에서도 수천만 명이 굶어서 또는 영양부족으로 죽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북한의 경우는 농업의 집단화로 소련이나 중국처럼 수많은 인민이 굶어 죽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농업생산 특히 알곡생산의 증가는 고사하고 집단화 이전보다 단위면적 생산량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당의 발표는 농민들의 드높은 사회주의생산방식에 대한 호응으로 농업생산이 몇 % 아니 몇십 %씩 증가했다고 했지만 말짱 거짓이었습니다. 북한농민이 다 인정하는 것, 특히 지방당 간부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것이 협동농장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농경지책임관리 방식을 바뀌는데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 아닙니까?
왜 작업단위의 경작지의 생산은 늘지 않는데 개인 텃밭의 생산량은 느는가? 작업반 단위 생산관리방식을 분조도급방식으로 바꾸었더니 농산물생산량이 늘어났는가? 여러분 지방 당간부 특히 협동농장 당위원회 책임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너무나 명백했습니다. 즉 "내 땅, 아니 내가 관리하는 땅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바로 내 것이 된다"는 의식 때문입니다.
1946년 3월 북한에서 토지개혁을 실시해서 '모든 농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라는 구호 하에 농민에게 일정 토지를 무상으로 분배했습니다. 소작하던 농민들이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토지개혁에 감사하며 '농업현물세'외에 감사의 표시로 농산물을 인민위원회에 헌납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농민들이 자기 땅을 국가가 몰수하여 협동농장으로 통합하고 농민을 협동조합관리위원회의 한낮 일군, 농업 노동자로 신분자체를 바꾸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여러분 당 간부들은 알고 있습니까? 나이 70~80된 노인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1958년 협동농장제도가 도입될 때 농민들은 박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해 풍요한 농토로, 비옥한 농토로 만들어 놓았더니 하루아침에 내 땅을 빼앗아 가는가?' 라는 한탄이었습니다.
오늘의 젊은 당 간부들은 이런 아버지세대가 느꼈던 허탈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박탈감, 허탈감이 바로 보이지 않는 사기저하, 생산의욕, 감퇴를 가져온 것입니다. 주체농업이 어떻고, 당에 대한 충성심, 수령에 대한 다함없는 흠모의 정신으로 알곡생산을 늘리자고 떠들었지만 북한의 농업생산은 여전히 '식량부족'을 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농업생산기반을 개선한다. 포전의 토지개량사업을 전개한다. 수리사업을 확대한다, 과학영농이 보급되었다 등등 여러 가지 개선방침을 제시하고 실제로 농지정리사업이나 수리화, 기계화의 일부가 실현되었다고 하지만 한 가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식량부족'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분조생산관리방식을 조금 더 쪼개어 포전관리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하지만 금년에도 여전히 알곡생산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핵, 미사일 개발로 농업투자를 늘리지 못한데 기인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이는데 역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선방법은 무엇인가? 중국식 농업개혁을 단행하는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집단농장방식을 도입했던 중국은 20년 만에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민 각 개인에게 농가 별로 일정한 토지를 나누어 경작하게 함으로 급속한 농업생산 증가를 기했습니다. 지금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식량을 도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농토는 밭갈이하는 농민 각자에 나누어주는 것이 알곡생산을 늘려 식량부족을 해결하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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