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천안함 제재 속, 군부 외화벌이 막혀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되던 20일 오전 속초항으로 입항한 2척의 북한 선박에서 선원들이 하역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되던 20일 오전 속초항으로 입항한 2척의 북한 선박에서 선원들이 하역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일환으로 한국군 당국은 북한군과 주민들의 깨우치기 위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북한도 확성기 방송 등을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군부가 주도했던 수산물의 수출 길도 막혔습니다.

- 봄철 들어 북한에서 배고픔과 생활난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자, 북한 당국은 '자살행위는 반역행위'라고 하면서 자살방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에 관한 소식 정영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영 기자, 안녕하십니까?

MC: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군 당국은 대북제재 조치 일환으로 대북심리전을 재개하지 않습니까?

정영: 이미 보도된바와 같이 한국군은 대북 심리전을 약 3가지 측면에서 계획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 확성기 방송, 그리고 삐라살포 등입니다.

여기서 이미 대북 라디오 방송은 24일 오후 6시부터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남북간 상호비방을 중지할 데 대해 남북 군당국이 합의한 지 6년 만에 다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대북 방송은 탈북자들이 주도로 하는 민간단체에서 해왔습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에는 군당국이 주도하면서 남북체제가 대치했던 과거 냉전시대로 복귀되었습니다.

MC: 군당국이 방송을 주도하게 되면 어떤 내용들을 내보내게 됩니까?

정영: '자유의 소리'라는 이 방송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대한민국의 발전상, 남북 체제 비교,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하루 4시간가량 진행됩니다. FM 단파방송으로 송출되는 이 방송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한차례,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다시 한 번, 그리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렇게 모두 하루 세 차례 진행되게 됩니다.

이 라디오 방송 주파수는 서부와 동부전선은 103.1㎒, 중부 전선은 107.3㎒입니다.

한국군은 이번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도 북한군인들에게 알릴 예정입니다. 지금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남조선의 조작'이라고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당국이 가르치지 않는 진실을 직접 북한 군인들과 인민들에게 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군은 앞으로 약 2주일간에 군사분계선 일대의 94곳에 대북 확성기를 재설치하고 북한을 향해 방송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방송하면 야간에는 약 24km, 약 60리가량 떨어진 개성까지 들리고, 낮에는 약 10km까지 들린다고 합니다.

MC: 그렇게 되면 북한의 반발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이번에도 북한군부가 무슨 '경고장'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정영: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은 24일 오후 1시경에 북한군 전선중부지구 사령관 명의로 된 '공개 경고장'을 발표했습니다.

'공개 경고장'에는 "(남한이) 심리전 구호를 그대로 두고 확성기와 같은 심리전수단들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며 "만약 우리의 정정당당한 대응에 도전해 나선다면 도발의 근원을 없애버리기 위한 보다 강한 물리적 타격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이는 대북제재 후속조치를 발표한 외교부장관, 국방장관, 통일부 장관의 발표가 끝난 다음에 즉시 벌어진 반응으로 북한도 심리전 방송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C: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 설치한 남측의 대북 방송을 폭파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정영: 아직까지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지 않아 예측할 수 없지만, 일단 남쪽에서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한미 연합군의 반격 화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북한도 조심하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북한이 경고장을 발표하자, "북한측이 심리전 수행을 공격해 온다면 즉각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이 대북 심리전 전광판이나 확성기를 공격한다면 명백한 군사도발로 간주하고 즉각 자위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MC: 북한도 말끝마다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에 도발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영: 만약 북한이 전광판이나 확성기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할 경우 그것은 전면전을 의미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천안함 사태로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정전협정, 남북기본 합의서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존 합의를 깨뜨렸습니다. 비록 천안함 사건에서는 남한의 자위권이 발동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확성기를 격파한다면 무력도발로서 그로부터 초래되는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MC: 북한의 경고가 빈말이 아닌지는 방송이 시작되면 알 수 있겠군요.

2. 천안함 제재, 북한군부 외화벌이 막혀

MC: 다음 소식입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동해안을 통해 들여오던 북한의 수산물도 이젠 판로가 막히지 않았습니까?

정영: 천안함 사건으로 간간이 이어지던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동해안의 속초항으로 수산물을 싣고 들어오던 북한 선박들도 입항이 거부되었습니다.

실례로 속초항을 통해 들어오던 북한 선박들은 그동안 남북관계가 냉각되어도 막히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도 7척의 북한 선박이 속초항에 들어와 조개와 소라 등 수산물을 거래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남쪽에 대고 ‘보복성전’을 선포했을 때도 북한 화물선들은 수산물을 수출했습니다.

MC: 이처럼 북한에서 수산물을 거래하는 외화벌이 기관은 어떤 기관들입니까?

정영: 북한에서 외화벌이 하는 기관은 인민무력부, 호위사령부, 국가보위부 등 특수기관들입니다. 특히 동해안에서 수산물로 외화벌이 하는 기관들은 모두 김정일의 안중에 있는 군부, 특수기관들입니다.

이들은 원래 남한과 거래하기 전에는 일본과 거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함경남도 리원군, 홍원군, 청진시 등 수산 기지들에서 잡은 수산물을 공해상으로 싣고 나가 일본과 거래를 했습니다.

그런데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입으로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시인하면서 일본이 대북 무역을 금지시켜 북한은 중국과 거래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 사람들이 수산물을 너무 헐값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북한 군부의 외화벌이 기관들은 남한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강원도 속초항을 통해 한국으로 수산물을 수출하는 무역통로를 겨우 만들었는데, 그만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그마저 중단되게 됐습니다.

MC: 결국 북한과의 교역이 중단한다는 것은 북한 군부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효과로 되겠군요.

정영: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떤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고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속초항에는 지난해 모두 136척의 북한 선박이 들어왔지만, 올해 4월까지만 해도 모두 145척이 들어왔습니다. 이들 배들이 싣고 오는 수산물들은 주로 냉동 문어, 냉동게, 조갯살, 가리비 등입니다. 교역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는 1천500만 달러, 올해는 4월 말 현재 672만1천 달러 수준입니다.

이러한 무역통로가 막히면 결국 군부가 타격을 입습니다. 북한 군부에서는 무기구입과 군수물자, 군복 등 군수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있어야 하는데 국가로부터 달러를 조달받지 못해 자체로 외화벌이를 해서 충당하겠다는 제의서를 김정일에게 올려 허가(방침)을 받고 시작했습니다.

현재 금강산 관광도 중단되고, 중국으로의 수출 길도 막혔기 때문에 북한 군부는 외화가 없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MC: 대북교역을 중단 시킨 것은 결국 군부의 돈줄을 죄는 효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군요.

3. 북, ‘자살은 반역행위’ 방지 안간힘

MC: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식량난과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북한당국이 바빠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최근 함경북도를 비롯한 산간 지역들에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탈북 지식인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 4월 23일 혜산시 혜강동에서 살던 일가족 4명이 무연탄 불을 피워놓고 자살해 주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면서 “자살한 사람들은 혜산과 평양을 오가며 고급담배 장사하던 사람들인데, 화폐개혁 직전에 장사를 위해 여러 사람들한테서 돈을 꾸었는데 화폐개혁이 갑자기 단행되면서 졸지에 큰 빚을 지게 되었다”며 “엄청난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된 일가족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살 현상들은 함경북도 지방과 양강도 혜산시, 강원도 원산시를 비롯한 북한의 여러 중소 도시들에서도 나타나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 해졌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자살 현상들을 복수의 대북인권단체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북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화폐개혁 이후에 청진, 평성, 남포 지역에 먹을 것이 없어 유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청진시에서는 쌀 1kg에 1천원, 평양은 600원 가량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MC: 사람들이 자살하는 원인은 물론 많겠지만,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입니까?

정영: 주요 원인은 식량 부족입니다. 식량 가격은 자꾸 올라가는데 그것을 살 돈은 없지, 조금 있던 돈은 화폐개혁 때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 빈털터리가 된 것입니다.

MC: 결국 화폐개혁을 단행한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을 자살로 내몬다는 말이 되겠군요. 그런데 참, 자살행위가 반역행위라는 말은 무슨 의미입니까?

정영: 자살자가 계속 늘어나자, 북한당국은 강연회를 열고 “수령을 위해 한목숨 바치는 삶이 가장 고결하다”고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교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항일빨치산 시절 김일성을 위해 죽었다는 항일 열사들과 6.25전쟁 때 전사한 영웅들, 그리고 평화 시기에 인간전형으로 내세운 김광철 영웅을 따라 배워 값있는 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민반장들은 관내 지역을 수시로 돌면서 인원을 검사하는 등 자살자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MC: 평양시는 배급이랑 공급되어 다른 지방보다 좀 낫지 않습니까?

정영: 평양은 다른 지방과 다르게 국가 공급이 집중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평양사람만 사람인가’면서 차별화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데 사실 지금은 평양 주민들도 식량난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합니다.

평양시의 일반 주민들 속에서는 “죽물을 먹는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게 사는 편이다”라고 말할 만큼 배급이 중단되어 고통이 크고, 심지어 중국 화교들도 중국에서 보태주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함경북도 김책시에서도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어느 집의 누가 굶어죽었고 누구네 가족이 먹지 못해 꽃제비가 되었다는 등 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처럼 혼란스럽다고 합니다.

MC: 한국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데,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식량 때문에 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한당국도 이런 주민들의 고통을 알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영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