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기자와 함께 하는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최근 남측이 금강산, 개성관광 재개에 나서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화폐개혁 이후 금지되었던 외화사용과 장마당 운영이 사실상 다시 재개되면서 북한 당국이 정책적 후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 최근 봄철을 맞아 결혼식을 앞둔 북한의 가정들이 과도한 상차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지혜'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요즘 북한이 금강산, 개성관광을 재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남측이 응하지 않으면 이와 관련된 계약과 합의를 모두 파기하겠다고 경고하지 않습니까,
정영:
지난 4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남조선 당국이 생트집을 부리며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을 경우, 우리는 부득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 특단의 조치란 남한과 맺은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고 관광지역 내에 있는 남측 부동산을 동결시킨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동안 현대그룹과 맺었던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계약을 모두 해제하겠다는 것입니다.
MC:
북한이 ‘특단의 조치’를 거론하면서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연일 금강산 관광 계약 파기를 운운하는 것은 현대그룹과 남한의 친북단체들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원인이 현 정부에 있다는 것을 여론화 시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즉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그러다가는 서해교전이나 휴전선에서 무력도발을 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경제주가가 하락하고 그러면 남한 국민들이 표를 주지 않아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MC:
원래 금강산, 개성관광이 중단된 건 북한에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정영:
알려진 대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건 2008년 7월 금강산 구경을 갔던 한국의 한 관광객이 북한군 병사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중단됐는데요, 당시 남한이 진상조사를 하자고 하자 북한은 군사지역이라고 반대했지요, 남한 정부는 안전문제가 허술한 금강산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성관광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중단시켰습니다.
MC:
그만둘 때는 북한이 먼저 그만두고 왜 지금에 와서 계속 관광을 재개하자고 문을 두드립니까,
정영:
사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북한에게 있어 큰 타격이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5억 달러 이상을 벌었습니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그 돈도 날아갔고, 몇 년 동안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북한의 외화사정은 아주 긴박해졌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식은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못 됐습니다. 최근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국가개발은행이요, 대풍국제투자그룹 같은 것을 만들고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금강산 관광재개 요구도 그런 맥락이라고 봅니다.
MC:
북한이 3월, 4월부터 금강산 개성관광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가능할까요?
정영:
북한은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국내외에서 금강산과 개성 지구 관광요청이 증대되고 있는 조건에서 세계적인 관광 명승지들을 방치해 둘 수 없다”면서 “이미 천명한대로 3월부터 개성지구 관광, 4월부터는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열어놓을 것이며, 관광을 위해 우리 측 지역에 들어오는 남녘 동포들의 편의와 신변안전은 완벽히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남한 정부가 허가하지 않아도 민간차원에서 개성관광과 금강산 관광을 시작해서 달러를 벌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여기서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금강산이 세계적인 명소라고 할지라도 생명안전의 담보가 없는 한 거기에 구경할 남쪽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MC:
사실 태국이나 베트남에도 경치 좋은 곳이 많으니까, 굳이 한국 사람들이 위험한 금강산으로 가겠는지 의문이 됩니다.
-북 당국 개인주의 민심 넘지 못해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에서 금지되었던 외화사용과 장마당 폐쇄가 다시 재개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외화사용이 재개되었다고 여러 대북 소식통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지난 9일 대북사업가들의 말을 인용해 “평양에서 달러나 유로화를 쓰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일본의 NHK도 북한이 외화사용을 다시 허용했다고 15일 ‘평양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북한에서 올해 1월1일부터 외화사용을 금지시킨 조치가 사실상 무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C:
그러면 북한 당국의 외화사용금지 조치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정영:
북한이 외화사용 금지령을 내리긴 했지만, 주민들 속에 깊이 내린 외화뿌리를 뽑을 수 없었습니다. 화폐개혁을 겪으면서 주민들의 머리에는 “이젠 달러밖에 믿을게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졌습니다. 그래서 외화사용을 금지시켰지만, 저마다 외화를 사재기했습니다.
화폐개혁 직후 미화 100달러에 북한 돈 4천 원가량 했습니다. 그런데 외화사용을 금지시킨 후인 1월초에는 100달러 당 2만 원(신의주 기준)가량으로 올랐다가 1월 25일 경에는 갑자기 7만원(평양 기준)으로 폭등했습니다. 그 이후에 계속 오르다가 지금은 100달러에 17만원(신의주 기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화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국가가 아무리 통제해도 결국 외화는 국가 환전소에서 거래되지 않고 개인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 외화환율 따로, 암거래 환율 따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MC:
외화사용 금지조치가 물가를 전반적으로 올려놓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외화를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물가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왜냐면 중국과 무역을 하는 무역기관들도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역대금을 외화로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자, 북중 교역이 모두 중단되면서 생필품의 90%이상을 중국산으로 쓰던 북한에서 생필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물가폭등은 주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외화사용을 차라리 허용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방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북한이 외화를 국가에 집중시켜 국가주도의 외화창구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MC:
장마당 통제도 흐지부지 되면서 북한당국이 정책적으로 크게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습니까,
정영:
앞서 이야기되었지만, 외화사용 금지도, 장마당 통제도 북한 당국의 의지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가통제력이 주민들의 개인주의 담을 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교훈은 힘으로는 주민들의 생존하려는 개인적 욕구를 짓누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민생파탄은 곧 체제불만을 가져오고, 결국 3대 세습으로 가려는 북한의 후계체제에 어두운 전망을 드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김영일 내각총리를 내세워 평양시민들 앞에서 사과하게 하는 등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MC:
김정일 위원장도 “인민들에게 강냉이밥을 먹이는 게 가슴 아프다”고 경제실패를 인정하는 것을 보면 북한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북 가정 결혼상 과일 빌려 차려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봄철에 들어서면서 평양을 비롯한 북한에서 결혼식을 하는 집들이 많겠는데요?
정영:
3월과 4월 봄철이면 북한에도 결혼식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평양시에서는 먼저 신부의 집에서 상을 받고 신랑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만수대 동상에 꽃다발을 드리고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어떤 손 없는 날에는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 동상 앞에서 결혼식 사진을 찍으러 온 신랑신부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리고 김일성 광장 앞에서 주체사상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평양시를 유람하고 신랑 집에 큰상을 받으러 갑니다.
MC:
남한에서는 웨딩홀 같은 곳을 빌려서 결혼식을 하는데, 북한에서는 어떻게 합니까,
정영:
결혼식도 가문의 위세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집에서는 결혼식장을 빌려서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대부분 가정들은 집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결혼상을 차리는데도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가정들에서는 결혼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에 올려놓을 남방과일 같은 것은 빌려다 씁니다.
MC:
한국의 대형마트에 가도 사과나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이 많은데, 그런 것을 빌려씁니까,
정영:
손님들을 대접할 수 있는 떡이나 육류 같은 음식들은 북한에서 구하기가 쉽지만, 상에 올려놓을 사과나 바나나, 파인애플, 오이 같은 남방과일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결혼용 남방과일을 중국에서 사오자면 인민폐 200원을 줘야 합니다. 사실 중국에만 가도 남방과일들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워낙 수입품이다 보니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빌려다 쓰는 거죠. 이런 과일들을 전문 빌려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번 빌려주는데 2007년도 만해도 약 2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MC:
결혼상에 쓸 남방과일을 빌려는 일종의 임대업자군요. 그런데 그 과일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습니까,
정영:
이 장사도 꽤 잘되는데, 결혼식이 몰린 어떤 날에는 한 세집 가량 빌린다고 합니다. 90년대 중반에 어떤 집에서는 중국 바나나 한 송이 상에 올려놓지 못하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80년대에는 겨울 환갑상에 오이 몇 개를 올려놔도 아주 괜찮은 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장마당에 가면 바나나, 귤, 사과, 배 등 겨울에도 싱싱한 과일이 있으니까 이런 방법으로 결혼상을 차리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도 빨리 개방되어서 젊은이들이 번듯하게 차린 웨딩홀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여러분 북한 들여다보기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