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주민들 야유회 때 '남한 노래' 애창

0:00 / 0:00

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따뜻한 4월의 봄이 오면 들판이나 산에 나들이를 나온 북한 주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의 봄철 들놀이 문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 최근 북한이 탄광, 광산, 농촌 등 어렵고 힘든 분야에 제대군인들을 대거 집단진출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화폐개혁 이후 상승했던 쌀 가격이 하락하면서 북한의 전반 지역에서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에 우리 방송국에서도 워싱턴 근교에 있는 ‘Great falls’, 즉 “큰 폭포”라는 곳에 야유회를 갔었지요, 음식도 맛있게 먹고 자연 구경도 잘했는데요, 북한에서도 봄철에 야유회를 갑니까,

정영:

야유회라고 하면 ‘들에 나가 노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에서도 야유회를 갑니다. 야유회는 보통 직장 사람들끼리, 남녀 친구들끼리, 그리고 학생들이 집체적으로 가는 원족 형태로 갑니다. 직장 사람들끼리 갈 때는 평양시의 경우에 대성산이나 을밀대 같은 곳에 가고, 남포시에서는 바닷가인 와우도, 함흥시에서는 마전유원지 같은 곳에 갑니다. 그리고 지방에서는 인근의 큰 강가나 내가가 있는 골짜기 같은 곳에 갑니다.

MC:

봄철 야유회 문화는 남과 북이 서로 비슷할 것 같은데요, 북한 사람들은 야유회를 어떻게 놉니까,

정영:

직장사람들끼리 야유회를 갈 때에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는 가족단위이고, 친구들끼리 갈 때는 여자친구들을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남한이나 미국과는 달리 야외에서 취사를 할 수 있는데요, 강가나 냇가에서 쌀을 씻어도 되고, 채소를 다듬거나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도 현지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지만, 대체로 다 가공된 음식을 가지고 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강가에서 밥도 짓고,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은 환경훼손에 대한 통제가 비교적 느슨한 편입니다.

사람들은 야유회에 가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신 다음에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때에는 정치적인 노래는 부르지 않고, 대체로 민요나 흥을 돋우는 노래를 부릅니다. 가끔은 남한 노래도 등장합니다.

MC:

남한 노래는 어떤 노래가 등장합니까,


정영:

‘홍도야 울지 말아’, ‘홀로 아리랑’, ‘찔레꽃’ 등 북한 영화에서 나온 남한 가요나, 조용필과 같은 남한의 가수들이 평양에 올라가 부른 노래는 그냥 불러도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등중학생들이 원족 가서 한국 노래를 부르면 안 됩니다.

MC:

참 봄철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북한 학생들의 들놀이인데요. 아이들은 어떻게 야유회를 즐깁니까,


정영:

학생들은 학교에서 집체적으로 조직하는 원족, 그러니까, 들놀이를 갑니다.

MC:

원족이라고 하면 일본말이잖습니까, 멀리 간다는 의미인데요.


정영: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걸어서 멀리 간다는 이야긴데요, 북한말에는 벤또(도시락), 원족(소풍) 등 오래전부터 써온 일본말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정영: 봄철이 되면 고등중학교 전체가 들판이나 강가로 놀러 갑니다. 학급별로 강가이나 내가에 천막을 치게 하고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게 합니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것이 요리 경연입니다. 누가 빠른 시간 내에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가를 경쟁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요리를 만들라고 지시를 준 다음 약 1시간가량 있다가 돌면서 맛을 봅니다. 일종의 품평회를 하는 것이죠. 우승한 학급의 분대에게는 시상도 합니다.

밥을 먹은 다음에는 학급별로 노래경연을 합니다. 학급에서 노래를 잘하는 학생들이 나가 노래를 부르고 거기서 당선되면 설맞이 공연이나 학교 서클(학생소년예술단)조에 당선 됩니다. 그리고 보물찾기라는 것을 합니다. 어떤 내용을 적은 종이쪽지를 강가의 돌이나 나무 밑에 숨겨놓고 학생들에게 찾게 합니다. 그리고 그 보물을 찾아가지고 온 학생들에게 종이에 써있는 상을 주는데, 어떤 것은 ‘0’이라고 쓴 쪽지도 있습니다. 이런 종이 쪽지를 가져온 학생에게는 상품이 없습니다.


MC:

참 그저께가 한국에서는 청명이었는데요, 청명날 북한에서도 조상의 산소를 봅니까,

정영:

북한 사람들은 청명날 들놀이 겸 산소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대체로 가족, 친척단위로 들놀이를 갑니다. 북한에는 청명날 묘를 고치러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상을 잘 모시면 자식들 일이 잘된다는 속담이 내려오면서 북한에서는 한때 조상묘를 고치는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조상의 묘를 정리하고 가지고 온 음식을 그 자리에 펴놓고 먹습니다. 90년도 중반부터인가 북한에서는 청명이나, 추석날 산소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음주가무까지 즐기는 풍조가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요즘 식량난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들놀이를 가지 못합니다. 더욱이 북한은 김일성 사망 이후에 술풍을 없애라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술도 마시지 못하게 하고 밖에 나와 떠들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생활이 유족한 사람들끼리 야유회를 놀러 다니지만, 생활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은 밀렸던 일이나 하고 올해 농사를 위해 뙈기밭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MC:

야유회를 놀러 다니는 풍습은 남과 북이 서로 비슷한데, 주민들이 경제적 형편에 따라 즐길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다는 말씀이군요!


-탄광 등 3D 직종에 제대군인 대거 배치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탄광, 광산 등 어려운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자라 올해 제대되는 군인들을 대규모로 배치한다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이 제대군인들을 어렵고 힘든 탄광, 광산에 무리 배치하고 있다고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최근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현지 통신원의 말을 인용해 지난 3월 중순에 북한군 부대들에서 제대군인들을 뽑기 시작했는데, 만기 복무자들이 탄광, 광산으로 배치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제대되는 군인들은 1982년 생으로 10년 동안 군대를 복무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군대복무를 마치고 국가에서 배치해주는 직장에 가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남들이 가기를 두려하는 탄광, 광산, 농장에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MC:

북한에서 이렇게 제대군인들을 매해 무리 배치합니까,


정영:

북한에서 매해 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노력이 모자란다는 제의가 올라오면 제대군인들로 채워줍니다. 예를 들어 무산광산에서 사람이 없어 쇳돌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중앙당에 제기하면 당에서는 인민무력부에 제대군인들을 내놓으라고 지시를 줍니다. 더욱이 김일성 김정일의 방침에 따라 무리 배치되는 경우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탄광, 광산으로 가야 합니다.

MC:

그러면 탄광, 광산에 가기 싫은 제대군인들은 어떻게 합니까,


정영:

북한은 탄광, 광산에 인력이 필요할 때는 인민군 신문이나 잡지에 “어느 부대 어느 사람이 당의 부름 따라 어렵고 힘든 부분에 자원 진출했다”는 식으로 선전합니다. 옆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섭니다. 북한은 이렇게 되면 군부대들에서 집단 진출 궐기대회를 가집니다. 거기서 일단 서명하고 맹세하면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가고 그러지 못합니다.

혹간 가지 않을까봐 북한은 제대군인들에게 후보당원에 입당시켜 탄광, 광산에 보냅니다. 그리고 당원 이동증을 개별적인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탄광, 광산에 통째로 넘깁니다. 그러면 제대군인들은 출당될까봐 현지에 갑니다. 그러면 북한은 그곳에 여자들을 선발해서 보냅니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군인들과 결혼해 살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장가를 간 제대군인들이 한두 해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눌러앉아 살게 됩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탄광, 광산에 가지 않는 찔통(질긴 사람)들을 보안서에서 잡아갑니다. 이들에게는 기피분자, 태공분자라는 딱지를 붙여 사회 발전을 가로막습니다.

-장마당 쌀 가격 하락 물가 안정세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뭐니 뭐니 먹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번에도 식량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북한에서 최근 장마당 쌀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장마당에서 쌀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도 안정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청진시 장마당에서는 쌀 1kg당 480원, 옥수수는 150원, 좋은 것은 170원까지 합니다. 북한이 장마당에서 팔도록 허용한 가격은 쌀 240원, 옥수수는 120원인데 이제 거기까지 가지 않겠는가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MC:

올해 1월 중순만 해도 북한에서는 쌀 가격이 오른다고 아우성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쌀 가격이 내려갑니까,

정영:

북한 장마당 쌀 가격이 낮아지는 이유는 전번시간에도 말씀드렸듯이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쌀이 시장에 나오면서 내려간다고 합니다. 어떤 주민들은 화폐개혁 때 돈을 무더기로 잃었기 때문에 그 가격을 봉창(메우기)하기 위해 쌀을 대량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쌀 가격이 내려가면서 이렇게 사재기했던 주민들이 울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쌀을 가지고 있어봐야 더 내려갈 것이라고 보고 개인들은 깔고 있던 식량을 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700kg의 쌀을 장마당에 나가 팔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국이 쌀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쌀값이 내린다는 것입니다.


MC:

국제사회에서 쌀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있습니까,


정영:

현재 미국이나 유엔에서 대북 쌀 지원 계획은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중국이 현재 옥수수를 북부 국경지역으로 내보내면서 크게 도와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남한의 한 농업전문가는 북한이 올해 춘궁기를 무사히 견디자면 100만 톤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100만 톤을 중국이 지원하느냐 지원하지 않느냐에 따라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MC:

북한에서 4월이면 노랑봄철인데, 다행히 쌀 가격이 내려가 아사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준비된 '북한 들여다보기'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원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