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국내용 전락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재개를 요구하며 남측 부동산들을 몰수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심각한 외화난으로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 4.15을 맞아 매년 외국인들을 초청해 성대하게 벌이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올해에는 국내축전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봄철을 맞아 북한 당국이 소토지 단속에 나서자, 그 소토지에 명줄을 걸고 사는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알아봅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MC:

요즘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내에 건설된 남측 부동산을 몰수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재산가치는 얼마나 됩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 8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 내용은 금강산 관광지구내에 건설된 남한정부 소유의 이산가족 면회소와 소방대를 동결하고, 한국관광공사 소유인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을 동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부동산 조사요구에 응하지 않은 남한의 ‘현대증권’, ‘이든상사’, ‘평안섬유공업주식회사’의 사업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북한은 현대아산과 맺은 관광합의와 계약이 효력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업자를 찾겠다고 발표했고, 남측이 이런 식으로 계속 엇서나갈 경우 개성공단 사업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금강산지역 부동산에 대한 남한 민간투자액은 3천5백여 억 원, 정부 투자액까지 합치면 4천억 원(미화 약 4억 달러) 가량 됩니다.

MC:

북한이 말하는 부동산 몰수, 추방 이런 말을 들어보면 마치 계급혁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정영:

북한이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마치 8.15해방이후 지주와 자산계급이 가지고 있던 토지와 공장을 빼앗고 강제 추방하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당시 북한은 무산자들이 유산자들을 타도하면서 내부에서 계급투쟁을 벌였다면 지금은 남과 북을 사이에 두고 재산몰수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스스로가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민족공조를 한다, 경제협력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남한을 계급대상의 상대로 보지 협력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됩니다.

MC:

북한에서 이와 비슷한 재산몰수 같은 것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계급투쟁을 하는 사회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재산몰수, 강제추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례로 지난 2002년 ‘7.1경제조치’ 때 북한에서 공장, 기업소 자율권이 허용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돈을 출자해 목욕탕과 식당 등을 짓고 기업소 명의로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하루아침에 그 목욕탕과 식당을 국가재산이라고 하면서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을 내쫓고 재산을 몰수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어떤 물질적 부를 창조하는데 있어서 사업이나 장사를 해서 해결한다는 것 보다는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취득하는 그런 무산혁명의 세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C:

북한이 남측 부동산을 몰수하겠다고 하면서까지 금강산 관광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을 통해 약 5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습니다. 철조망을 두른 금강산에 남측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달러가 생겼는데, 그게 중단되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바빠 맞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을 갔던 남한의 한 관광객이 북한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중단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해명하고 그와 같은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는데 그냥 구두로만 말하고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남한 국민들 자체가 가기를 꺼려하는데도, 북한은 마치 남한 정부가 반대해서 사람들이 가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MC:

부동산이 비록 북쪽에 있지만 북한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몰수하면 ‘재산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이 지금 취하는 조치에 대해 남한 정부가 유감을 표시하면서 ‘재산권 침해’라고 하자, 북한은 “금강산이 누구의 땅인지도 모르고 줴치는 적반하장격의 파렴치한 도적놈 궤변”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결국 자기 땅에 건설된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소리인데 이것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MC:

요즘 북한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겠다고 무슨 기구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최근 심각한 외화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풍국제투자그룹을 내세워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노는 행동을 보면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습니까, 국제법이나 합의서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몰수하겠다느니, 추방하겠다고 하면 외국의 투자자들도 등을 돌릴 것은 뻔합니다.

MC:

지금 남한에서는 천안함이 침몰해서 온 국민이 상심에 싸였는데, 거기에 위안은 하지 못할망정 부동산을 몰수하겠다는 북한의 모습은 초상집에 불을 지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외화 부족으로 우상화 행사도 차질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매년 외국의 예술인들을 초청해서 벌이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대신에 올해는 국내축전으로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은 지난해에 ‘4월의 봄 친선예술 축전’을 벌이고 올해는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매년 외국인들을 초청해 벌이던 행사를 격년제로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현재 북한의 외화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한 조치로 보입니다.

외국에서 예술인들을 초청하면 항공료, 체류비용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현재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이 중단되고 남북경협사업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에 북한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MC:

그러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정영: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김일성 생일 70돌인 1982년에 처음 열렸습니다. 그때 아주 성대하게 열렸는데 120여개 나라에서 온 수천 명의 예술인들이 참가했습니다. 당시 소련과 동구라파 나라들에서 많이 왔고, 칠레,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 그리고 아프리카 나라들에서도 많이 왔습니다.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죽던 90년대 중반에도 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중단되지 않고 진행됐습니다.

MC: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예술인들이 올 정도면 비용도 많겠는데요?

정영:

북한은 ‘4월의 봄 친선예술 축전’에 참가하는 외국 예술단체의 경비를 전액 부담했습니다. 사실 축전이 김일성 개인을 위한 찬양 콩쿠르이기 때문에 자비부담을 하면 올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외국의 예술인들이 수령님을 흠모해서 찾아온다”고 선전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외국 예술단을 초청할 때 드는 왕복 항공료와 숙박비, 식사비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노동당 간부 출신의 한 탈북자는 “축전에 참가한 예술인들에게 매일 미화로 80달러를 지급하고, 유명한 예술인에게는 3백 달러를 지급했다”면서 “북한이 축전을 한번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은 5~6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MC:

그렇게 성대하게 진행되던 수령 우상화 행사도 외화사정으로 결국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리군요.

-북 소토지 단속에 주민들 강력 반발

MC:

다음 소식입니다. 봄철을 맞아 북한 당국이 소토지 단속에 나서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봄철 하면 또 떠오르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소토지 문제입니다. 북한에서 봄이 되면 한해 농사 준비 때문에 국가나 개인이나 다 바쁜 계절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소토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이 특별히 바쁩니다.

올해도 북한이 농민들의 소토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얼마 전에 국방위원회 지시를 받고 국토환경보호성과 임업성이 합동으로 소토지를 조사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90년대부터 북한에서 소토지 개간이 본격화 된 이후에 약 80만 정보의 산림이 개간되었다고 합니다.

조사에 동원된 국토부 감독원들과 산림경영소 보호원들은 농민들의 소토지를 일일이 조사하고 거기에 나무묘목을 심고 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습니다.

MC:

80만 정보면 대단합니다. 그 소토지는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경작지입니까,

정영:

이 소토지는 국가 산림을 개간한 것으로 북한의 공식 농경지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소토지에서 생산된 곡물도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다만 여기서 생산된 식량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에서 몇 년 동안 대아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있은 화폐개혁 때도 소토지를 경작한 사람들은 타격을 적게 입었습니다. 국가보다는 개인토지에 명줄을 걸고 있으면 최소한 밥은 굶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소토지를 자기의 명줄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MC:

그러면 북한 당국이 소토지를 회수하는데 대해 주민들이 어떻게 반발하고 있습니까,

정영:

지난 4월 5일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마을에서는 소토지에 나무심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 밤 자고 일어나보니 그 소토지에 심은 나무 묘목을 누군가 올라가 모두 뽑아버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마을 보안원이 며칠간의 수사를 해서 묘목을 뽑은 사람을 잡았는데, 그 사람인 즉, 그 소토지를 10년 동안 부쳐왔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농민을 감옥에 끌어가자, 다른 농민들은 “옛날 지주들을 욕할게 못된다. 우리는 소토지를 몇 천 평 빼앗기고 이렇게 분통이 터지는데, 지주들은 수십 정보씩이나 빼앗기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는가"면서 옛날 숙청된 지주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북한에서는 봄철이 되면 소토지를 둘러싸고 농민들과 권력기관 사이에 서로 다투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역시 농민들도 자기 생계를 위협하는 당국의 통제에 행동으로 맞선다는 말씀이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