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작전'을 연상케 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과정에 대해 살펴봅니다.
- 5월 들어 북한에서 '농촌지원 총동원'기간이 선포되어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던 북한 장마당이 다시 통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 자본가 계급의 착취가 사라진 북한에 노동당에 의한 노동착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러한 내용들을 가지고 정영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지난해부터 말이 많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금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보안도 최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한을 떠날 때부터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그때마다 관심사가 되는 문제가 바로 그의 행선지입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 시간으로 3일 새벽 5시 15분, 그러니까 한반도 시간으로는 6시 15분쯤에 압록강을 건넜습니다. 김 위원장이 신의주에 머물다가 중국으로 나왔는지, 아니면 평양에서 곧장 왔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평양에서 출발했다면 새벽 1~2시쯤에 떠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단동에 들어와서 오래 머물지 않고 약 30~40분 동안 간단한 정비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대련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대련에서 포착된 김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것 같은데요, 건강상 좋지 않은 몸인데도 중국에 온 것 같지 않습니까,
정영: 현재 김 위원장의 동선을 쫓는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대단합니다. 일본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단동에서부터 대련까지 쫓아다니면서 그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일본의 한 언론에 김정일 위원장이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직 왼팔과 왼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8년 8월 뇌졸중을 앓은 다음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수행원들, 호위일꾼들에게 부축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MC: 김정일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작년 7월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김일성 주석을 참배한 이후에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요?
정영: 그때 김정일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나온 이후에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내보내지 않고 정지 사진만 몇 장씩 내보냈습니다.
MC: 역시 베일에 싸인 인간답게 김정일 위원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과거에도 김 위원장이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는 북한의 존속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2년 전 뇌졸중을 앓은 이후부터는 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건강하게 보이려고 얼굴에 있는 검은 점을 뽑고 행동거지도 멋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때 방안에서조차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것도 그의 눈을 보고 의사들이 건강을 검진하기 때문에 그걸 보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착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중국 공안당국에 보안을 철저하게 지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MC: 이번에 중국 당국이 김 위원장의 동선을 쫓는 외국 기자들을 체포하는 소동까지 벌이지 않았습니까,
정영: 그렇습니다. 이번에 중국 당국의 봉쇄와 통제로 일본 기자들이 제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단동으로 김 위원장이 탄 기차가 넘어오던 첫날, 신의주에서 건너오는 특별열차를 촬영하던 일본기자 2명이 두 시간 가량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묵은 대련의 푸리화, 그러니까, 한국어로 '복려화' 호텔을 나서는 모습을 담기 위해 취재 중이던 일본 교도통신 사진기자를 비롯해 6명이 일시적으로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가 1시간30분 만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일본 기자들을 가까운 파출소로 데려가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이 가는 곳 마다 경찰 봉쇄선을 늘리고, 호텔 창문을 대형 흰색 천으로 가리는 등 김 위원장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가까스로 막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심지어 이 호텔에서 근무하던 일본인 4명을 포함해 외국인들까지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MC: 김정일 위원장이 그렇게 불편한 몸을 끌고 중국을 방문했다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아무래도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사안이 깊지 않겠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 내 상황으로 보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더는 미루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까지 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해군 함선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다, 이렇게 혐의로 깊어가는 상황에서 피동에 몰리기보다는 북한이 중국과 연대하여 주동적으로 타개하려는 의도라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북핵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중국의 외교적 체면을 살려주는 대신 중국은 경제지원을 해줌으로서 북한을 살려주는 그런 효과를 노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천안함 사건 원인이 밝혀지면 북한은 더욱 궁지에 몰리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아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해명되기 전에 중국에 갔다는 분석입니다.
MC: 미국도 천안함 사건이 밝혀지기 전에 김정일의 방중을 허락한 중국에 큰 유감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역시 북한이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 5월은 ‘농촌지원 총동원 기간’
다음 소식입니다.
MC: 북한에서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농사철이 다가왔습니다. 지금쯤 북한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정영: 북한에서 5월부터는 ‘농촌지원기간’입니다. 이미 벌방지대에는 4월 28일부터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농촌에 나갔습니다. 이때가 되면 공장, 기업소, 가두 인민반,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농사에 동원됩니다. 북한에서는 ‘밥숟가락 드는 사람은 모두 나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전국적으로 동원됩니다. 우선 일감이 없는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은 주변 농장에 나가고, 가두 인민반에서는 아침저녁 꽹과리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논판에서 모를 뜨고, 강냉이 영양단지를 심습니다. 5월이 되면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바로 고등중학교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은 봄철에 두 달 동안 농장에 나가 새까맣게 타도록 일을 해야 합니다.
MC: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농사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 학생들까지 동원되지 않아도 되는데 북한은 완전 틀리네요,
정영: 북한에서는 농사가 노동집약형 노동입니다. 농기계가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순수 인력으로 합니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망하기 때문에 북한은 지금까지 근 30년 전부터 학생들까지 총동원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농사만 되면 사회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무슨 소리냐면 내부에서 굶어죽는 사람만 없으면 최소한 나라가 무너질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MC: 농사를 잘 짓자고 해도 배가 불러야 힘을 쓰겠는데, 봄철에 특별히 먹을 게 없을 때가 아닙니까,
정영: 학생들 속에서 가장 큰 고생은 배고픈 것입니다. 학생들은 한참 먹어야 할 나이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어른들만큼 일을 하자니 결국 자라지 못하고 피지 못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식량정지 증명서’라는 것을 떼어가지고 농촌에 나가면 국가에서 쌀을 좀 줍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하루에 옥수수 580g에 시래기 국을 먹으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걸 먹고 너무 배가고파 잠을 자지 못합니다. 그러면 우리 학급의 어떤 학생들은 몰래 도망쳐서 집에 가곤 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온 학급을 데리고 와서 잡아가군 했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래서 요즘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키만 봐도 한국의 아이들보다 훨씬 작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 주민들은 어떻게 동원됩니까,
정영: 농촌전투 기간이 되면 장마당 운영시간이 제한됩니다. 지금은 오후 9시부터 장마당을 개방하고 있는데, 농촌전투기간에는 오후 4시부터 문을 엽니다. 작년 이맘때가 150일 전투가 벌어졌거든요, 그때 북한은 장마당을 오후 4시에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았습니다.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에 물가가 오르자, 장마당을 다시 운영하게 했는데, 결과 식량과 공산품, 생활필수품 등을 팔게 했습니다. 그런데 또 장마당 통제가 시작되면 농사에 총동원 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MC: 그렇군요. 그래놓고 보면 북한은 농사만을 위해서 사는 땅 같은 느낌이 듭니다.
- 5.1절 맞는 북 노동자, 자기 권리 주장해야
다음 소식입니다.
MC: 며칠 전이 노동자들의 국제적 명절 5.1절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5.1절이 되면 노동자들이 명절을 쇱니까,
정영: 5.1절은 사실 4대 명절(김일성 김정일 생일, 당창건, 정권수립절)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이날이 되면 노동자들이 체육경기나 오락 활동 같은 것을 벌입니다. 이번에도 당과 국가의 지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평안북도 신의주시 낙원기계연합기업소에서 5.1절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MC: 5.1절을 북한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영: 북한 노동자들은 5.1절을 노동자 명절, 즉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착취를 반대해서 집단적으로 투쟁해서 승리한 날로 여깁니다. 5.1절은 원래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해 투쟁한 날을 기리기 위해 국제적인 기념일로 되지 않았습니까, 북한도 사회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은 5.1절이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표하는 날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북한에 관광 갔다 온 한 중국인이 찍은 사진인데요, 평안북도 신의주와 안주시를 잇는 도로공사 사진입니다. 그런데 기계는 거의 없고 순수 사람들만 모여서 일하는데 그 사람들이 보수는 제대로 받고 일합니까,
정영: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도로공사 장비들이 좋아서 전부 기계가 다 합니다. 기계로 도로 노반을 다지고 아스팔트 포장기계로 도로를 포장하고 사람들은 힘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일합니다. 이런 방법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합니다. 우선 건설업자가 사람들을 많이 쓰면 그들의 인건비, 그러니까 노동력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북한은 그런 인건비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사회주의 노동법에도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하고 있지만, 10~16시간씩 연장 작업을 할 때도 많고 거기에 따른 수당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동법에 일요일은 휴일로 되어 있지만 계속 사회노동에 동원시키고 우상화 선전활동에 동원시킵니다.
MC: 그럼 북한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인권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정영: 침해당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설사 안다고 해도 집체적으로 싸울 수 없습니다. 여기서처럼 노조를 조직해서 투쟁해야 되는데 직업동맹이라는 것은 노동당의 외곽단체로서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이용되지 그들의 인권을 위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MC: 그렇군요. 결국 자본가의 착취를 청산했다는 북한에 국가에 의한 착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말씀이 되겠군요. 북한 노동자들도 자기들의 노동력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