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남,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움직임

- 남북간 화해를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중단됐던 대북 방송이 다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군부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것과 관련해서 주민들 속에서는 식량지원과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모내기를 앞둔 북한에서 비료와 디젤유 등 영농자재들이 턱없이 부족해 올 농사에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도 이에 관한 소식, 정영기자와 애기 나눠봅니다.

MC: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확인 될 경우, 한국 군 당국은 이에 대응 수단으로 그동안 중단했던 대북심리전을 다시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 군당국은 군사분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얼마 전 "대북 심리전을 위해 어느 정도 예산이 들어가며 어느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어느 정도의 수위로 진행할지에 대한 시간계획을 포함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때문에 군 당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휴전선 일대에서 중단됐던 대북 방송을 다시 살리고 삐라 살포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비무장 지대(DMZ)에서 북측 병사들과 주민들을 향해 진행하는 대북 심리전인데, 2004년 6월 남북이 상호비방하지 말자는 합의에 따라 중단됐습니다.

MC: 대북 확성기 방송, 삐라는 북한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이 아닙니까,

정영: 북한은 남한의 대북 심리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복잡한 여성 편력 문제, 김정남, 김정은 등 아들들의 관계문제, 그리고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이 아무런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리다는 등 뒤 배경이 드러나면 후계체제 구축에도 큰 차질을 빚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회가 사회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아들은 손자에게 대를 이어가며 세습하는 봉건왕조 국가라는 것이 주민들에게 깨우쳐 지면 가뜩이나 요즘 경제가 어려워 불만이 많은 주민들의 동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그만둔 다음에도 탈북자 이민복, 박상학 씨를 비롯한 민간단체 사람들이 삐라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12월 남한에서 삐라를 대대적으로 보내자, 황해남도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4군단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김정일의 여자가 9명이다, 12명이다 하는 내용이 적힌 삐라가 하룻밤 자고나면 군대 병영 마당에 하얗게 떨어지자, 북한은 군대들에게 아침운동 시간에 그것을 주어 바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 대고 삐라살포를 계속하면 개성공단까지 중단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MC: 북한 내부에서 대북 방송, 삐라가 효과가 얼마나 있습니까,

정영: 사실 북한에 대고 하는 방송, 삐라는 아주 효과가 큽니다. 군사분계선 민경 부대에서 군사복무를 했던 탈북자들은 과거 정부에서 대북 방송이 중단된 데 대해 아주 실망했다고 합니다. 민경 군인들도 그걸 들으면서 세계정세를 알았는데, 남한 정부가 방송을 중단하면서부터 아쉬워했다는 것입니다. 군대 복무할 때 그 방송을 듣고 제대한 후에 남한으로 탈북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남한에서 하는 확성기 방송은 출력도 강해 고요한 밤에는 50리 떨어진 개성시까지도 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낮에는 10km까지 들리는데 지금 떠오르는 후계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주민들에게 알려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MC: 대북 방송이 시작되면 언제쯤 될 것 같습니까,

정영: 일단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다, 라고 판명되면 곧바로 실행에 옮겨질 거라고 보입니다. 이미 분계선 상에는 방송 장비나 기술이 다 있으니까, 아마 2~3주 안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MC: 남한에서 대북 심리전을 하면 북한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정영: 사실 남한 군당국이 대북방송 및 삐라를 시작하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관계를 아주 절단 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도 한국정부는 북한에 당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감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방송이 북한에 주는 효과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남한은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단행할 거라고 보입니다.
북한의 대남 방송은 송출 능력도 떨어지고 또 요즘처럼 전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방송도 제대로 못할 것이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남한이 유리합니다.
물론 북한이 군사적 반응을 보이면 한국도 그에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월터 샤프 주한 미군 사령관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의 하나로 서해에서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MC: 그렇군요. 아무튼 한반도가 천안함 사고로 인해 가장 분주한 분쟁지역으로 한동안 남아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 주민, 중국의 식량 지원 기대

MC: 다음 소식입니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 주민들 속에서 중국이 대규모 식량지원을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3일 부터 7일 사이에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습니다. 그가 돌아오자,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중국이 식량을 대규모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소문과 함께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개혁개방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소문은 평양의 간부들 속에서 먼저 퍼지기 시작했다고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는 “평양의 간부들은 중국에서 식량을 많이 지원한다고 말해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식량이 모자라서 굶주리는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일단 “장군님(김정일)이 중국에 가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셨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그럼 실제로 중국의 식량 지원에 상관없이 북한 지도부가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식량을 내온다고 말을 돌린다는 말씀인가요?

정영: 북한은 때에 따라서 거짓말도 퍼뜨립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들의 말에 의하면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안에는 주민동요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부서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간부들도 이 부서를 가리켜 ‘유언비어과’라고도 부르는데 이 부서의 임무는 무엇이냐면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두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했을때 “클린턴이 장군님 앞에 무릎을 꿇고 제발 미국 여기자들을 석방시켜 달라고 빌었다. 그 대가로 조미간 평화협정이 체결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항복서를 받아냈다고 소문을 퍼뜨립니다.

그리고 94년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과 만나 대동강 보트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과장해서 돌리면서 김일성 주석을 우상화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주민들은 김정일의 담력에 대해 감탄하게 되고 미국은 저평가되고 그래서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MC: 그런데 진짜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경제 원조를 주긴 주는 겁니까,

정영: 중국이 아무래도 북한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서 모르쇠를 하지 않을 겁니다. 4~6월이면 춘궁기인데, 북한에서 이 시기가 가장 어려운 고비인데다, 지금 농사철에 먹지 못해 농사를 짓지 못하면 1년 농사가 망하고, 또 식량이 없으면 북한 체제가 위태롭다는 것을 중국이 알기 때문에 얼마간 지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규모 무상 원조는 없을 거라는 게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왜냐면 중국 언론이나, 북한 매체나 원조에 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2004년 4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다음 북한 매체들이 “중국이 무상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한바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무상원조’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은 2004년도에 2,400만 달러 규모의 유리공장을 북한에 무상 지원했고, 북한은 그것을 남포시 대안구역에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지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게 될 경우, 북한은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무상원조’가 절실한데 그냥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받아들이지 않는 북한에 넉넉하게 주지는 않았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MC: 이번 김정일 방중 이야기 가운데는 한 가지 또 흥미로운 게 있는데요, 온가보, 즉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개혁개방을 권유했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정영: 이번 방중기간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비위를 건드린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소개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선전매체들은 그와 관련한 보도에서 ‘개혁개방’이라는 단어를 빼고 “온가보 총리가 중국의 경제발전 정형에 대해 소개했다”고 말했다고 표현을 바꾸었습니다. 결국 중국의 현대적 사회주의 건설이 개혁개방의 결과인데, 그 경험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해주겠다고 중국이 말했다고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결국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에서 식량과 경제 지원은 받아먹어도 개혁개방만은 죽어도 싫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MC: 이번에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에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앞으로 경제 개방한다는 소문도 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갔다 온 다음 주민들 속에서는 북한이 앞으로 중국식으로 개방할 것이라는 말이 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개혁개방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북한은 나진 선봉이나, 신의주의 비단섬처럼 평양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 특히 육지와 떨어진 비단섬 같은 곳을 개방하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외화를 벌수도 있습니다. 물론 나진선봉이나 금강산 관광 지구처럼 철조망을 두르고 일반 주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체제 유지비로 사용하고, 그 정도 개방은 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보고 ‘모기장식’ 개방이라고 하지요.

MC: 그렇군요. 주민들은 개혁개방을 바라고 있는데 그 체제 때문에 집권층은 형식적으로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개방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말씀이군요.

-북 농사철 영농자재 턱없이 부족

MC: 다음 소식입니다. 요즘 북한에서 농사철이 되어 전국이 농사에 떨쳐나섰는데, 영농자재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지난 5월 6일부터 북한에서는 “밥숟가락 드는 사람은 모두 농촌에 나가라”라고 할 만큼 불이 붙었습니다. 문제는 사람은 많은데, 비료, 디젤유 등 영농자재가 없어 야단입니다.

우선 비료부족입니다. 현재 농장들에서는 모판에 뿌릴 비료도 없어 야단이라고 합니다. 열두삼천리벌이 있는 평남도 숙천군에서도 “아직까지 국가에서 공급하는 비료가 도착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농장 간부들 입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농사도 보나마나 뻔하다”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는 비료가 1kg에 700~900원 정도로 거의 쌀 가격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농장들에서는 당장 모판에 뿌릴 비료를 사기 위해 장마당에 수소문하지만, 장마당에도 비료가 없다고 합니다.

북부 국경지역 주민들도 “올해 중국에서도 비료는 거의 나오지 못했다”고 하면서 “여기 농민들은 개인 텃밭에 칠 비료도 없어 내년도 농사가 걱정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MC: 북한의 흥남인가 남흥인가 어디서 비료를 생산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북한 매체들이 ‘주체비료’라고 하는…?

정영: 평안남도 안주시에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 비료공장이 돌아가기는 하지만 생산물이 너무 작아 전국의 비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노동신문 7일자는 “우리의 원료에 의한 주체비료가 가슴 후련하게 쏟아져 내리게 됐다”고 선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평안남도 안주시 남흥비료 공장 사정을 잘 아는 한 북한 주민은 “남흥에서 만든다고 하는 ‘주체비료’는 올해 3월에 무연탄을 가스화해서 비료를 생산하는 공정인데, 지금까지는 시범 생산단계였지 대량적으로 생산하지는 못한다”고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비료를 생산하자면 석탄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 석탄생산도 잘 안되어 문제가 많다고 이 주민은 말했습니다.

MC: 앞서 디젤유도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협동농장에는 밭갈이용 뜨락또르(트랙터) 기름도 모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얼마 전 홈페이지에서 밝힌데 따르면 각 협동농장들에서 디젤유가 없어 뜨락또르가 가동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왜냐면 디젤유가 1kg당 1,100~1,300원에 거래되고 휘발유는 1,800원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원래 농촌 동원령이 내리기 전에는 디젤유가 1kg당 700원 정도 했는데, 밭갈이가 시작되면서 가격이 갑자기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장들에서는 농촌지원 나온 노동자, 학생들에게 “디젤유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시간과 공수를 주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즉 디젤유 1kg당 노력공수 3공수로 환산해서 작업증을 발급해줍니다. 그러면 디젤유를 바친 사람은 시간을 받고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이 탈북자 단체는 전했습니다.

MC: 결국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게 개인들한테서 기름이나 비료를 걷어 들여 농사한다는 소리군요, 이쯤 되면 내년도 협동농장 옥수수 이삭이 또 얼마나 작겠는지 상상이 됩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