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 군부에서 대표적 강경파로 불리던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북한 세관당국이 중국을 통해 들여오는 외화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됩니다.
- 최근 북한당국이 탈북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국경 경비대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 비용도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나눠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북한 군부의 ‘3두 마차’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죠? 이 주역 중 한 사람이었던 김일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 연령상 관계(80세)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관례상 이례적인 일로 보이지 않습니까,
정영: 이번에 해임된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 1부부장은 김정일의 선군정치 개막을 알리는 초기부터 북한 군부의 ‘3두 마차’, 즉 조명록 총정치국장, 김영춘 총참모장(합참의장 격)과 함께 북한 군부의 일선에서 김정일의 손과 발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김 부부장이 지난 13일 모든 직무를 내놓고 한직에 나앉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보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결정 제06호에 따라 김일철이 연령상 관계(80세)로 국방위원회 위원, 인민무력부 1부부장의 직무에서 해임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지도급 간부들이 대부분 70~80대 고령인데다, 이들이 과오가 없는 한 사망까지 현직을 유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김일철의 방출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보겠습니다.
MC: 측근들을 끝까지 책임져주고 그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거둬주는 것이 김정일 정권의 특징 아닙니까,
정영: 현재 병치료 중에 있는 조명록 총정치국장은 82세인데도 아직 현직을 유지하고 있고, 이을설 호위사령관은 89세인데도 그냥 그 자리에 남아있습니다.
북한은 고위 간부들이 과오가 없는 한 사망할 때까지 현직에 놔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망했을 때는 사망부고에 “00동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과 수령께 끝없이 충실하였고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고 그의 넋을 기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정상적인 간부사업인 경우에도 ‘00동지가 어느 직에 임명되었다’는 식으로 보도하지 이번처럼 해임 통고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김정일은 “적들이 우리 수뇌부의 인물정보까지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에 간부사업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심지어 간부들의 얼굴이나 취미까지도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준바 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에서는 간부사업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는데 이번 김일철 사건은 예외로 보입니다.
MC: 그럼 김일철 1부부장의 방출, 어떻게 정리해볼 수 있습니까,
정영: 먼저 김일철이 왜 해임되었는가를 보기에 앞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일철 1부부장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으로 소련에도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귀국 후에 1968년 해군사령부 부참모장으로 있을 때 벌써 미국의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에 관여했고, 그 후 1982년에 해군사령관으로 승진했습니다. 1992년에는 대장으로 진급했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을 거쳐 1998년 김정일 체제가 출범할 때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인민무력부장을 겸임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2009년 2월 인민무력부장 직을 김영춘에게 넘겨주면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오랫동안 군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북한군 현대화를 주도했습니다. 이번 천안함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 되는 잠수함의 건조 및 수중 지하갱도 굴설에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그는 북한군 군부에서 시작해 잔뼈가 굳었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이번에 해임된 이유에는 아무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요?
정영: 우선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가 고령이기 때문에 군부에서 나이 든 간부들을 퇴진시키기 시작하면서 방출됐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북한의 특성상 단지 나이 때문에 방출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김일철이 김정은 후계체제 과정에서 밀려나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왜냐면 북한군은 인민무력부장,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이렇게 3명의 견인기로 운전되고 있습니다. 이중 조명록은 이미 병석에 들었고 남은 사람은 김영춘과 김일철입니다.
지금 김영춘은 김정은 후계자 구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총참모장에서 인민무력부장으로 승진한 것은 그만큼 군부 장악에 있어서 김정은의 믿음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김일철이 인민무력부장에서 1부부장으로 강등된 것은 그가 후계과정에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인사 조치를 두고 강등된 김일철이 불평을 부렸다든가, 경쟁관계에 있는 김영춘의 견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MC: 이쯤 되면 군부에 대한 김정은의 장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정영: 김일철의 해임은 군부내에 김정은의 지반을 닦기 위한 진행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 등 행정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을 마친 것으로 보입니다. 주상성 인민보안부장과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실세들을 권력중심에 앉혔고, 이제 남은 것은 군부인데 김정은은 벌써 총참모장에 김영호를, 정찰총국장에는 김영철을 배치했습니다.
MC: 결국 북한군부의 한축을 담당했던 김일철도 ‘성 쌓고 남은 돌이 되었다’이런 말이 되겠군요.
-북 외화반입 통제, 탈북자 송금 차단 노려
MC: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과 인접한 북한 세관에서 외화통제를 너무 심하게 해서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과 화교들 속에서 불만이 많다고 하던데요,
정영: 최근 북한 세관에서 외화 검열을 너무 심하게 해서 중국 화교들과 사사여행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에 있는 탈북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최근 밝힌데 따르면 북한 세관에서는 위안화와 달러 등 외화를 가지고 북한에 들어가는 중국인, 특히 사사여행자들에게 엄청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7일 신의주 세관 검열원들이 한 사사여행자가 가지고 가던 중국 돈 2천원의 10%이상을 요구하자 그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입국을 불허해 되돌아갔다고 전했습니다.
MC: 북한 세관에서는 어떻게 외화를 걷어 들입니까?
정영: 북한 세관은 국가안전보위부 산하기관인데, 이곳 검사들은 재직기간 중국 화교들이나 사사여행자들로부터 외화를 받아 비자금을 많이 착복합니다.
이들은 중국 화교들의 장사를 방조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거나, 사사여행자들이 가지고 가는 외화에서 일부를 줘야 통과시켜줍니다. 이렇게 되자, 일부 여행자들은 짐 속에 인민폐를 감춰가지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이렇게 감추었다가 발각될 경우 현금을 몰수당하고 벌금이 부과되고 입국이 불허됩니다. 세관 검사들은 북한 주민들이 아무리 어렵게 살아도 돈 걱정, 먹을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MC: 외화가 부족한 북한에 더 많이 들어가면 좋은데 왜 북한 세관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 같습니까?
정영: 북한 세관당국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선 탈북자들의 송금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조치라고 보입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탈북자, 특히 남한에 나온 탈북자들을 눈에 둔 가시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에는 재일동포들이나 재중동포, 재미교포가 있는 집들이 괜찮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보다 탈북자 가족들이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나와 있는 탈북자가 약 2만 명 되는데, 이들 중에 절반가량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1년에 1천 달러의 돈을 보낸다고 할 때 약 1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엄청난 양이 되는 거죠.
탈북자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은 북한의 권력기관원들을 무력화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탈북자들의 송금을 막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보위부와 보안부 사람들도 국가에서 받는 것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권력을 잡고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탈북자 가족들에게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합니다.
-북한 국경경비대 검열 강화
MC: 그렇군요. 이번에도 앞서 언급된 주제와 비슷한 질문인데요, 최근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를 위해 국경경비대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우선 북한이 탈북자 발생의 악순환을 뿌리 빼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에 나오는 탈북자들이 대부분 국경경비대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인민군 보위사령부가 국경경비대에 대한 검열을 일제히 진행했다고 대북인권단체가 밝혔습니다. 양강도 혜산시 지구 국경경비대 28여단, 함북 온성지구의 27여단이 기본 검열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보위사령부 검열단은 이미 검열이 시작되기 전에 비밀 정보원들을 통해 군관들과 하사관들의 비리를 알아내고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검열로 양강도 28여단에서 제기된 군인만 해도 십여 명이 넘고 강직, 노동연대 등 처벌을 받은 군인도 30명이 넘는다고 대북인권단체들은 전했습니다.
이번 검열의 목적은 탈북자들을 넘겨주고 돈을 받아 챙긴 군관들과 하사관들을 색출하고 체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국경경비대에 만연된 배금주의와 탈북 현상을 뿌리 빼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MC: 그렇게 아무리 검열을 해도 주민들의 탈북은 계속 있어 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사실 국경경비대 검열은 매해 하다시피 합니다. 중앙당 검열이요, 보위사령부 검열이요 하면서 1년에도 여러 번 있는데 사실상 뿌리 뽑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냥 방치하면 탈북자가 많아질까 봐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하지만 수위조절을 위해 계속 검열을 반복하는 거죠.
MC: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고 고양이를 감시하는 격이군요. 국경경비대가 탈영했다는 소리도 있던데요,
정영: 탈북 지식인 단체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함경북도 회령시 국경부대에서는 2명의 탈영자가 발생해 중국까지 수사 선포령이 내렸다고 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탈북 방조를 해주고 돈을 벌었던 초소장 등 하사관 1명이 보위사령부 검열이 시작되자, 탈영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여러 날 째 들어오지 않자 중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중국 변방대에 수사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이 단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MC: 국경이 살벌한데, 그래서 한국 언론에서도 도강비용이 올라갔다고 보도를 하고 있군요.
정영: 북한 당국의 탈북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도강비용도 대폭 올랐다고 국경지역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까지 만해도 한사람 중국으로 건너는데, 300~400만원($3천~4천 달러)이 들었는데 지금은 검열기간이라 저마다 손을 대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탈북자가 대량 발생했던 90년대 중반에는 국경경비가 허술하고 또 군대들도 크게 받아먹지 않아 어떤 사람은 중국 돈 200~500원 가량 내고 건너온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MC: 북한이 국경경비대의 비리를 뻔히 알면서도 가만두면 안 되겠고, 그렇다고 다 없앨 수도 없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되겠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