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북한이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기자회견을 하는 등 자진 해명에 나섰습니다.
- 북한군부가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고 하자, 남한 국민들은 확성기 방송에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부착시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 전면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북한이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쌀과 기름이 부족해 전쟁을 치룰 수 없다고 실망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나눠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대남 관계에서 언제나 고자세를 유지하던 북한이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기자회견을 자진해서 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이 최근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여러 가지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인터뷰를 했고, 그리고 북한군 장성, 주민들이 외국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들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무지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한이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북한은 국방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외무성 등을 내세워 성명과 경고장, 고발장 등을 발표하면서 맞대응 했습니다. 그리고 전면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MC: 북한이 강하게 나오는 것 같으면서도 한쪽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다른 면이 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육군, 해군 출신 군인들도 인터뷰에 출연시켜 천안함 조사결과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일, 북한 해군 대변인이라는 박인호 대좌(대령급.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는 미국 APT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과 같은 배를 우리가 무엇 때문에 까겠는가”며 애써 자기네 소행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소장(남한의 준장)급의 한 장령도 “천안호 사건은 우리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 무모한 도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나온 평양 주민들은 “천안함 침몰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보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 “공화국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이고 모독 행위”라고 북한의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군부, 주민들을 내세워 서방매체와 인터뷰를 가지고 자신들의 결백함을 설명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이렇게 해서라도 국제사회의 압박과 비난을 좀 무마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MC: 북한 국방위원회가 주재한 기자회견에 소장급 장성이 나와 ‘격’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 않았습니까,
정영: 한국 언론들은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이 나와 기자회견을 주관한 것을 두고 천안함 사건과 같은 중대한 사건에 ‘별 하나’짜리가 나와 회견을 주관한 것은 뭔가 격이 맞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남한은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는 데 한국군 정보 및 정보 분석 분야의 전문가들인 중장, 북한으로 보면 상장 급의 장성들로 구성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천안함 사건이 과학적으로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난 마당에 국방위원회 ‘실세’를 내보내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국방위원회가 제기한 문제들은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들입니다. 국방위원회가 제기한 의혹들은 모두 한국의 일부 정치권과 인터넷에서 떠돌던 괴담(怪談)들을 정리해서 들고 나온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미군 오폭설’은 천안함 사건 직후 남한의 인터넷 등에서 떠돌다가 북한의 어뢰 프로펠러가 발견된 이후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어뢰 추진축에서 발견된 ‘1번’이라는 글씨도 친북성향의 전직 통일부장관이 “북한에서는 1번, 2번과 같은 일본식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신뢰성이 없는 소문에 불과한 것들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도 ‘별 하나’로 격하시켜 내보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MC: 그럼 이렇게 멀쩡한 객관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애써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천안함 문제가 남북 관계 문제로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로 확산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천안함 사건을 유엔안보리로 끌고 가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국을 꾸준하게 설득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만약 중국까지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 북한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고통을 당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지 않았다’고 배짱 있게 나가기보다는 ‘우리가 정말 하지 않았으니 좀 봐달라’는 식으로, 거의 애원에 가까운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도 압박을 두려워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군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계속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사실 북한은 압박이 시작되면 자기들에게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에 배짱 좋게 맞서던 것과는 대조되게 궁색하게 처신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에서는 개성공단을 철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은 걱정 마라”는 식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안심시켰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사실 남측 기업들은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 일부 장비·설비 등을 남측으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북측 근로자 4만3천명이 직장을 잃게 되고 거기에 매달려 사는 가족까지 합하면 10만여 명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MC: 요즘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외국 언론들은 “북한이 다룰 수 없는 ‘강인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지요. 역시 “북한도 세게 나가면 꼬리를 내린다”는 교훈을 주는 계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확성기에 김정일 사진 부치자”
MC: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군 당국이 6월초부터 계획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지연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한국군 당국이 6월 둘째 주부터 진행하려고 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당분간 지연했습니다. 이유는 이번 주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국방부는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은 지 약 2주일 뒤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정권 때 상호비방을 하지 말자고 남북이 합의한 다음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기술기재들을 모두 철수했기 때문에 다시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MC: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조준 사격하겠다고 해서 군도 고민거리였는데요, 그런데 북한의 도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됐다고 하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한국군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하자, 북한이 그것을 조준 사격하겠다고 맞대응했습니다.
북한군 전선 중부지구 사령관의 명의로 발송된 경고장에는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면 조준 사격해 격파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이에 대해 ‘군사적 도발로 보고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맞받아 쳤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한국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북한이 진짜 확성기 방송에 대고 사격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근심이었는데요, 이때 국민들이 좋은 아이디어, 즉 ‘기발한 착상’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트위터’의 네티즌들은 북한이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사격하겠다고 하자, 확성기 방송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부각시키자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확성기 방송에 김정일 사진을 부착시킨 사진을 게재하고 ‘최첨단 대북 확성기 디자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방탄유리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추어올리고 있습니다.
MC: 결국 북한의 ‘수령 신격화’를 역리용해 대북 심리전을 벌이자는 아이디어군요,
정영: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기발한 착상’이라고 하면서 “대북 심리전을 계획하고 있는 국방부에서 고려해봐야 할 듯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의견을 국방부가 수렴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북 방송 자체가 심리전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신성불가침’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고 사격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MC: 북한에서 원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는 어떻게 보호됩니까,
정영: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신격화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원의 원칙을 규정한 ‘당의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원칙’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제2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 제3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권위를 절대화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은 실체는 물론, 그의 초상화, 도서, 사진 등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목숨과 같이 보호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가정집에 화재가 나도 ‘재산 1호’인 텔레비전이나 자전거를 가지고 나오지 못해도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우선 구해야 합니다. 그런 초상화에 대고 북한군이 대포를 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실효성이 있는 기발한 착상으로 평가됩니다.
MC: 암튼 방송이 시작되면 모든 사연이 밝혀질 것 같습니다.
-북 주민 “전쟁 할 능력 없다”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전쟁할 능력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쌀과 기름이 부족해 전쟁을 치룰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군수동원총국(전쟁예비물자 비축 전담 부서)의 한 간부는 올해 2.16, 4.15 명절을 쇠느라 2호 창고(전시식량 비축창고)의 쌀을 다 파먹었고, 16호 창고(전시의약품과 연료)는 바닥났는데, 전쟁이 터지면 우리가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게 제일 큰 난관은 식량난입니다. 요즘 평양시 주민들도 식량이 없어 공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군대들에게 식량도 제대로 공급할 형편이 되지 않아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전쟁분위기를 고취하고 있지만 전시 예비물자 창고들이 텅 비어 전쟁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내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MC: 북한의 식량난은 근 20년 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그때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최고 절정기였던 1997년, 주민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아사자가 늘어나자, 북한은 ‘2호 창고’를 열어서야 아사사태를 겨우 막아냈습니다. 남한의 햇볕정책으로 쌀이 들어가자, 3년 동안 북한은 그동안 비었던 예비창고를 채우고 겨우 원상태를 회복했습니다.
다음 부족한 것은 기름입니다.
김정일은 현대전에서 기동성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하면서 미사일과 대포들을 모두 기동차량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기동차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북한에 기름이 없습니다. 기름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군대들이 시장에 다 팔아먹어 기동차가 움직이지 못할 상황에 달했습니다.
또 민심도 문제인데, 요즘 북한에서는 곳곳마다 꽃제비가 넘쳐나고, 강도와 절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농민들도 배가 고파 일하러 나오지 못하고 또 올해는 냉해를 받아 강냉이 포기도 자라지 못해 농사가 망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그럼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영: 주민들은 “말끝마다 전쟁, 전쟁하지 말고, 차라리 전쟁이라도 콱 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기든 전쟁을 해서 지금의 고통을 끝장내자는 불만입니다.
MC: 이렇게 내부 사정이 악화되었는데도 북한이 뭘 가지고 전쟁하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지 모르겠군요. 북한도 독선주의적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그런 바람직한 정권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