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2인자' 장성택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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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얼마 전에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역할에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유지되는 개성공단에서 남측 근로자들이 심각한 신변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틈만 나면 반미를 줄기차게 선동하는 북한이 미국제 컴퓨터를 대량 사용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들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얼마 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북한 권력의 '2인자'로 자리를 굳히지 않습니까,

정영: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얼마 전에 있은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지 불과 1년 2개월 만에 권력의 '2인자'로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장성택 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 언론매체들은 그의 임명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조선노동당 총비서이며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최영림 내각총리를 선출하는 대목에서 "조선노동당 정치국의 제의에 따라"라고 소개한 것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대목입니다. 그만큼 장성택 부장이 그동안 좌천과 해임 등 불편한 관계에서 완전히 입지전적인 인물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MC: 사실 이 발표가 나기 전에 장성택 부장과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인물들은 다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얼마 전 당내에서 장 부장의 경쟁자로 남아 있던 리제강(80), 리용철(82) 노동당 제1부부장들이 다 사망했습니다. 특히 리제강은 2004년 장성택 당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장 부장과 사이가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문가들은 장성택의 2인자 등극을 5일 앞두고 리제강이 갑자기 사망한 것은 "매우 이상하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제강과 한편에 섰던 리용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지난 4월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사실상 후계체제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줄줄이 사망하면서 장 부위원장에게는 경쟁자가 없어진 셈이 되었습니다.

MC: 요즘 건강이 안 좋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동행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요, 현재 장성택 부위원장의 역할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정영: 현재 장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중국방문 때도 김 위원장을 수행해 3번째 자리에 배석했었고, 중국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을 앓고 난 후부터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 언론 매체에 실리는 김 위원장과 관련한 모든 기사와 사진에 이르기까지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김정일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내외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김 위원장을 직접 동행해 일정을 챙기는 것을 알려졌습니다.

MC: 그래서 김 위원장이 나이가 들어 가족들에게 기댄다는 보도도 있었군요. 장성택 부위원장의 중용은 후계자 체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

정영: 장성택 부위원장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신뢰가 재확인되면서 앞으로 그가 북한의 후계구도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을 겸했기 때문에 당, 행정·사법, 군의 결속을 도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후계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C: 지금처럼 장성택 부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김정일 사후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어떤 변화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정영: 장성택 부위원장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그로부터 어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해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장성택 부위원장이 김정일 가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사실 중국의 등소평이 과감하게 개혁 개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모택동과 어떠한 인연도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성택 부위원장도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방을 해야 하는데, 개방하면 김일성. 김정일 체제의 허구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MC: 결국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배에 올라타고 있는 한 변화는 어렵다는 지적이군요.

= 북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위협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한 근로자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지 않습니까,

정영: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유지되고 있는 개성공단의 남측 근로자들이 요즘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의 조선일보에 따르면 북한은 밤에 개성공단 내에 군대를 파견해 순찰을 돌게 하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벌금을 물리는 등 남측 근로자들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지난 2008년에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남한 근로자들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정영: 남북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북한은 ‘리명박 역적 패당을 쓸어버리겠다’는 내용의 대남비난 방송을 공단에도 거침없이 불어대여 남측 근로자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성공단은 원래 북한 영역이기 때문에 북한은 방송을 그대로 부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남측 근로자들에게 겁을 주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 게다가 남측 근로자들에게 걸핏하면 벌금도 먹인다면서요?

정영: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에게 쩍하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남측 여성 근로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하면 ‘풍기문란’으로 벌금을 들씌우고, 담배를 피우며 운전했다고 벌금을 물리고, 심지어는 자기네 산을 보고 삿대질을 했다고 벌금을 먹인다고 합니다. 여기에 출입경 통제를 맡은 북한 세관원들의 뇌물 상납 요구도 심각한데요, 이들은 남측 근로자들에게 ‘말보로’ 담배 한 갑씩 요구한다고 합니다.

MC: 들어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인질처럼 취급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고 누가 거기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 반미선동 하면서 미제 컴퓨터 사용

MC: 다음 소식입니다. 반미 선동을 강도 높게 벌이는 북한이 미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겉과 속이 다른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북한에서 요즘 반미선전을 많이 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6.25전쟁의 날’을 맞아 또 반미 선전선동을 하겠는데요, 이런 반미 국가에서 미국제 컴퓨터를 많이 써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인 ‘You tube’에는 미제 노트북, 즉 북한 표현으로 노트컴을 쓰는 한 북한 여대학생이 반미를 선동하는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북한 대남선전기구인 ‘6.15편집사’가 편집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 동영상에는 미국제 HP 노트북을 쓰는 여학생이 나옵니다.

MC: 김정일 위원장도 컴퓨터에 관심이 무척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정영: 심지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하는 곳에도 미국제 컴퓨터가 등장합니다. 지난 5월 23일 북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함흥화학공업대학 방문 때도 대학 교직원들이 미제 'DELL'컴퓨터를 쓰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김 위원장도 그 컴퓨터에 대고 손으로 뭔가 지시를 합니다. 현재 북한에 약 20만대의 컴퓨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의 컴퓨터들은 중국에서 수입해 들여갑니다. 아마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제작된 미국 상표의 컴퓨터를 북한이 수입하는 것 같습니다.

MC: 김정일 위원장이 등장하는 사진에도 미국제 컴퓨터가 나오는 것을 보니 북한에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런 미제를 쓰면서도 반미를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영: 아마 영상을 찍는 ‘6.15편집사’에서도 미국제 컴퓨터인지 모르고 썼는지, 아니면 다른 노트북이 없어서 그것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이 사실을 안다면 북한에 있는 미국제 컴퓨터를 다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MC: 김정일 위원장의 괴벽한 성미가 그런 지시를 충분히 내릴 만도 하지요, 아무튼 북한 주민들도 미제 컴퓨터를 쓰면서 외부 세계가 얼마나 발전되었는지 간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정영: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