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이 오는 9월초에 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해 당대표자회를 소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2010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한 북한 축구팀을 응원했던 사람들은 아프리카 나라들에 외화벌이를 위해 동원된 북한 근로자들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나눠봅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오늘 뉴스를 보니까, 북한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소집하고 당 최고지도기관을 선거한다고 밝혔는데요, 지금 노동당 지도기관이 어떤 상황입니까,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23일 결정서를 발표하고 "주체혁명 위업,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발전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해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주체99년(2010년) 9월 상순에 소집한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 노동당 규약 제30조에 따르면 "당중앙위원회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당대표자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해 당대표자회 소집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대내환경에 따라 긴급하게 제기되는 문제 등을 토의하기 위해 열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58년에 1차, 66년에 2차, 그리고 이번까지 하면 3차가 되겠습니다. 66년에 열린 당대표자회에서는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이른바 '경제와 국방건설의 병진 노선'을 제시한바 있습니다.
MC: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논의 될 것으로 보입니까,
정영: 이번에 북한은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던 일부 노동당 지도기관들을 재정비하고 후계체제 확립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조선 노동당은 자체 강령과 규약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다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사를 중시하는 '선군사상'에 집착하면서 군을 강화한 결과 권력의 추가 군부 쪽으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당중앙위원회 안에 비서국과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등 일부 부서의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정치국 위원들이 사망 또는 좌천되었지만, 보선이 이뤄지지 않아 공석이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97년 '심화조' 사건에 연루되었던 서윤석 전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 그 후유증을 사망했지만 보선이 없어 공백상태였습니다. 북한에서 기본 의사 결정을 했던 정치국 상무위원도 김일성, 김정일, 오진우 세 사람이었지만, 이미 두 사람이 사망했는데도 보선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당대표자회 소집을 공고한 정치국도 지난 5월 최영림 내각총리를 추천할 때 '조선노동당 정치국의 제의에 따라'라고 하면서 등장했지 김정일 집권이후 15년 동안 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치국 등 휴업상태에 놓였던 당 지도기관들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MC: 5년에 한번씩 진행하게 되어 있는 당대회도 지금까지 열리고 있지 못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1980년에 노동당 6차 대회를 마감으로 당대회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김정일 집권 이후에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열리던 전원회의도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당의 지도기관 선거는 당대회를 통해서 하고, 중간에 사망되거나 경질된 간부들에 대한 임명이 전원회의를 통해 이뤄졌지만 김정일 집권이후부터는 이런 관행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MC:그래도 명색이 국가라는 나라가 당지도기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마구잡이 식이군요.
정영: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노동당은 중앙집권적 민주주의원칙에 근거하여 민주주의적인 선거를 통해 당내 선거도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김정일은 그런 원칙을 따르지 않고 혼자서 마음대로 붙이고 처벌했기 때문에 사실상 당이 무질서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현재 300만 명의 노동당원들을 묶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원은 북한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세력들입니다. 노동당원들을 가리켜 혁명성이 투철하고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투사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기강이 해이되어 말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에 나오는 탈북자들 속에 노동당원 출신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올해 당창건 65주년을 계기로 이러한 당내 질서를 바로 잡고, 노동당원들을 하나로 결속하기 위해 당대표자회를 발기했다는 분석입니다.
MC: 이번 당대표자회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당대표자회는 김정은 후계체제를 조직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당의 재정비라는 점에서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후계자를 우상화 할 수 있는 당 선전선동 기구 및 정치국을 김정은 측근들로 채움으로써 당을 장악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인 김정일이 80년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정치국위원, 당중앙 군사위원을 차지했던 것처럼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그에 상응한 직책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MC: 북한에서 요즘 돌아가는 일들을 보면 후계자와 연관되지 않는 것들이 없고, 또 어찌보면 후계자를 위해서 나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북한 축구 응원했던 ‘아저씨들’의 정체
MC: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 남아공 월드컵 보셨지요. 북한 대 포르투갈 경기를 보면 빨간색 유니폼, 즉 빨간 단체복을 입고 북한기, 즉 인공기를 흔들며 응원하던 사람들의 정체가 밝혀졌다면서요?
정영: 북한과 포르투갈 경기가 벌어졌던 21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 관람석에 100여명의 응원단이 앉아 경기를 응원했습니다. 유독 새빨간 단체복을 입고 인공기를 흔들면서 북한팀을 응원해서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관심이 되었습니다.
MC: 그렇지요, 이들은 북한팀 선수들이 볼을 몰고 갈 때는 ‘와~’하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면서 열광적으로 응원했지요.
정영: 그런데 그들의 실체가 밝혀졌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7일 “북한이 브라질·포르투갈과 경기할 때 관중석에 나타난 초췌한 모습의 40~50대 남자 100여명은 나미비아에서 24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들”이라면서 “이들의 모습은 화려하고 자유로운 차림의 다른 관객들과 대조를 이뤘다”고 보도했습니다.
계속하여 뉴스위크는 북한 응원단이 자리 잡은 관중석에는 젊은 남자 2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보위부 요원들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MC: 이번에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가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국가들에 경기 관람권을 배정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피파가 북한에도 1천여 장의 경기 관람용 티켓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남아프리카까지 비행기 항공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북한은 따로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고 아프리카 현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데리고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북한 응원 하면 미녀응원단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지난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왔던 북한 미녀응원단이 한국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저씨 응원단’이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이 응원단은 아프리카에 파견된 ‘대외건설회사’ 소속 노동자들과 ‘만수대 창작사’ 해외사업부 인원들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응원단을 따로 파견하지 않고 아프리카 현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단체복을 입히고 인공기를 쥐어주고 경기를 응원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아프리카 나라들에는 이처럼 외화를 벌기 위해 나가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외화벌이 주력
MC: 내친김에 아프리카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무슨일을 합니까,
정영: 북한 전문 인터넷 사이트 ‘데일리 NK’가 얼마전 보도한데 따르면 북한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통령궁전이나 동상, 기념비 같은 것을 제작해주고 외화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70년대에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나라들과의 친선 우호 차원에서 ‘혁명승리탑’ 등을 무상으로 지어주다가 2000년대 이르러 외화벌이를 목표로 만수대 창작사에 2개의 건설 회사를 조직해 내보냈습니다.
MC: 아프리카 나라들은 원래 북한의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들인데 거기 가서 북한이 외화를 번다고요?
정영: 현재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나가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나미비아, 꽁고(콩고), 세네갈, 적도기네(적도기니) 등 여러 나라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대통령 흉상제작이나, 궁전, 동상, 기념탑 건설, 경기장 건설 등을 북한에 의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최고의 건축가 집단인 만수대창작사는 이미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선전물 등을 수많이 제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특히 만수대창작사는 자체에 만수대해외개발회사 그룹(Mansudae Overseas Project Group of Companies )라는 외화벌이 단체를 만들고 아프리카 나라들로부터 건설주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나미비아에 영웅릉 조감도를 만들어주어 최소 6천만 달러를 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요새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건설 바람이 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큰 기념탑을 건설해주지 않았습니까,
정영: 세네갈에 있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탑인데요, 1천만 유로(미화 1,200만 달러) 를 받고 높이 50m짜리 대형 조형물이 완성되었습니다. 노예무역과 식민시대의 어두운 역사를 떨치고 자유와 독립을 향해 나가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표현한 이 조형물은 높이만 50m로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보다 4m 이상 높아 서아프리카의 대표적 상징물이 되고 있습니다. 이 조형물은 세계 최대 규모로 2천700만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세네갈은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곤국에 속하지 않습니까,
정영: 그런 나라일수록 기념비나 우상숭배 조형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네갈은 빈곤층이 54%(2008년 기준)에 이르는 최빈곤 국가입니다. 그런데 제작비 2천700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유지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미 200여명의 노동자들을 나미비아에 파견해 대통령 궁전을 지어주고 4,900만 달러를 받았고, 영웅릉(523만 달러), 군사박물관(180만 달러), 독립기념관을 지어주고 1천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이외에 적도기니 대통령 초대소를 지어주고 80만달러, 정부청사 지어주고 150만 달러, 루바 축구경기장 을 건설하고 674만 달러를 받는 등 본격적인 건설 외화벌이 사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콩고에는 농구경기장을 건설하고 1,200만유로(약 1,440만 달러), 스포츠아카데미센터를 짓고 400만 유로(약 480만 달러)를 버는 등 북한은 이 나라에서만도 약 1600만 유로(약 1,92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MC: 이렇게 번 외화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정영: 현재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건설 주문을 받는 주체는 노동당 39호실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런 건설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노동당 39호실로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일부는 북한 통치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일부는 스위스, 마카오 등지에 있는 김정일 비자금으로 예치되기도 합니다.
MC: 결국 아프리카에 나간 북한 근로자들도 달러를 벌지만 자기 손에 쥘 수 없는 상황이군요. 글쎄 경기장에 앉아 응원하는 아저씨들의 얼굴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만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정영: 오늘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