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 내린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나는 등 홍수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피해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임진강을 통해 휴전선 남측 지역으로 떠내려 온 북한의 목함지뢰가 폭발해 인명피해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 최근 북한 내부에서 삐라사건 등 반체제 활동이 빈번히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공개처형을 하는 등 처벌에 광분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알아봅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최근 북한에서 홍수 피해가 큰 것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의 홍수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이 공개한 데 따르면 "개성시에 324㎜의 비가 내려 50년 만에 최고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2,850여 종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4개의 다리와 수백채의 살림집이 파괴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강원도 지역에서도 비 피해가 컸는데, 23일 오전 5시를 전후해 내린 평양-원산 사이 고속도로의 30m 구간이 파괴되었는데, 어떤 곳에서는 3m 깊이로 패였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7월 18∼20일 사흘간 폭우가 내려 피해를 당한 함경남도 신흥군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홍수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 지역의 광산 노동자들을 김정일 위원장이 보내준 직승기(헬기)가 구조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MC: 그런데 북한에서 인명 피해와 관련된 소식은 없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이 처럼 홍수피해가 컸는데도 북한 언론매체들은 인명피해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함경남도, 강원도, 자강도, 개성시 등 일대에서 '큰물피해 대책지휘부'를 조직하고 피해복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홍수피해에 대한 소식은 이 방송(자유아시아방송)이 먼저 보도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일(현지시간)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이번 비 피해로 약 12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MC: 그러면 북한이 왜 수해피해 상황을 공개하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2006년, 2007년도에 발생한 수해피해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했습니다.
당시 북한 중앙통계국은 "60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4천여 명이 부상을 당하고, 농경지 20여만 정보가 침수되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재민도 60만∼90만 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때 북한이 이렇게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자존심'보다는 남한이나 국제사회로부터 구호물자를 받기 위한 '실리주의' 차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105억 원(미화 1천만 달러 상당) 어치의 긴급구호품을 북한에 보냈고, 추가로 구호 자재와 장비를 374억 원 정도를 보냈습니다. WFP(세계식량계획)도 이재민들을 위해 식량을 긴급 지원했고, 유엔은 1천500만∼2천만 달러의 긴급구호자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피해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면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공개해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번에 수해 피해를 보도하지 않고 자체 복구에 매달린다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불렀던 홍수 피해처럼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MC: 홍수 피해를 위해서 김정일 위원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국가가 재해를 당하면 자연히 지도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온가보 총리는 중국 어디에서 지진이 났다고 하면 현지에 찾아가서 국민들과 고락을 같이해 만 사람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발생한 재해 현장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자강도 강계뜨락또르(트랙터)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9월방직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는데, 수해피해 복구를 지도했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도 "자강도 지방에서는 22일 저녁부터 23일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져 630여 세대의 살림집이 침수되거나 무너졌고, 장자강이 넘쳐나 전천과 만포 사이 도로와 다리가 20여 곳, 논밭 500정보(495여만㎡)가 유실되었다"고 얼마 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자강도 지역에 홍수피해가 크다는 소식은 대북 소식통들도 확인해주었는데요,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했다는 강계트랙터 공장의 일부 갱도가 물에 침수되고 공장 노동자들은 물에 잠긴 공장 설비들을 꺼내느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MC: 결국 김 위원장이 홍수 피해 현장으로 가긴 갔다는 소린데, 피해 복구 현장을 지도했다는 이야기는 없군요.
-떠내려 온 북 목함 지뢰에 남측 인명 피해
MC: 최근 휴전선 남쪽 지역에 떠내려 온 북한 목함 지뢰를 다쳐 남한 국민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어떤 상황입니까,
정영: 지난 31일 휴전선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서 지뢰가 폭발해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한 모(48)씨와 김 모(25)씨인데, 이들은 7월 31일 오후 11시 20분쯤 사고지점에서 낚시질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이상하게 생긴 나무 상자를 주어가지고 나오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앞서 가던 한 모 씨는 지뢰가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서 숨지고, 5~6m뒤에서 따라가던 김 모 씨는 얼굴에 화상을 당하고 팔에 파편이 박히는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MC: 사고가 난 목함지뢰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정영: 이번에 인천시 강화도, 경기도 연천군 지역 등에서 발견된 북한 목함지뢰는 나무상자에 들어 있는 살상용 대인지뢰입니다. 길이 20㎝, 너비 9㎝, 높이 4㎝ 크기의 나무상자 안에 폭약이 200g 들어있습니다. 이 목함 지뢰를 밟거나 약간의 압력을 가하면 터지는데 살상반경은 2m입니다.
이 지뢰는 일단 사람이 밟으면 뇌관이 작동되면서 발목이 절단되는 피해를 주어 일명 ‘발목지뢰’라고도 부릅니다.
MC: 북한 목함지뢰가 어떻게 남쪽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까,
정영: 한국군 당국은 최근 북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휴전선 북한측 일대에 매설되었던 지뢰가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7월 17일~23일 개성지역에는 443㎜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3일 현재까지 인천 강화도에서 47발, 임진강 일대에서 19발이 발견되는 등 모두 68발의 북한 지뢰가 발견되었습니다. 한국군 당국은 지금도 임진강 일대에 수색인원들을 풀어 북한 지뢰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MC: 북한에 있을 때 지뢰라는 말을 들어보았습니까,
정영: 북한에 있을 때 군사분계선 일대에 지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휴전선 일대에서 군사복무를 한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네들은 간첩들이 침입하거나 적의 유생력량이 발을 붙일 만 한 곳에 대인지뢰나 반탱크 지뢰 등을 많이 매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인 지뢰는 땅을 얕게 파고 묻거나 나뭇가지 사이에 줄로 연결시켜 놓아 사람이 밟거나 줄을 건드리면 폭발하도록 매설한다고 합니다. 전연지역에서 군사 복무를 한 군인들 가운데는 이 지뢰에 걸려 다리가 잘려 감정 제대되어 온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지뢰를 밟으면 알린다고 합니다. ‘앗차, 지뢰를 밟았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발을 떼면 터지기 때문에 큰 돌을 올려놓고 발을 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는 멧돼지나 노루 같은 짐승들도 많은데, 한밤중에 이런 짐승들이 지뢰에 걸려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MC: 이 지뢰를 어떻게 북한 것이라고 알 수 있습니까,
정영: 북한 목함지뢰는 구 소련 등 공산권에서 만든 것을 모방한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목함 지뢰를 열면 그 안에 ‘뜨로찔’이라고 적힌 글씨를 볼 수 있는데 이는 TNT 폭약을 가리키는 러시아 말입니다. 이런 목함 지뢰는 금속 지뢰에 비해 탐지기에 잘 걸리지 않고 제작비도 눅기(싸기) 때문에 북한이 대량 제작해 최전방 지역에 광범하게 매설했습니다.
MC: 휴전선 지역에 북한이 지뢰를 수없이 매설했겠는데 해마다 장마가 지면 계속 떠내려 올 것 같아 참 남한 국민들의 걱정이 크겠습니다.
-반체제 사건에 공개처형 빈발
MC: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공개처형 사건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삐라 사건을 비롯해 반체제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지난 화폐개혁 이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반체제 활동이 눈에 띄게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4∼25일 회령시에서는 ‘장군님(김정일)은 21세기의 빛나는 태양이 아니다’와 ‘김정일 시대를 끝내자. 우리는 밥을 먹고 싶다’는 내용의 전단 수십 장이 살포됐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그리고 7월 하순에는 청진시 김일성 동상 주변에 반체제 내용을 적은 북한 돈 5천원권 지폐가 대량으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폐에는 ‘망명구국행동대’라는 단체 명칭이 적혀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 북한에는 이러한 현상들이 드문히 나타난다고 합니다.
MC: 북한이 반체제 활동으로 체포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합니까,
정영: 북한 보안당국은 반체제 활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가차 없이 공개처형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청진시 청년공원에서 반체제 내용물을 뿌리고 낙서를 했던 5명에 대한 공개재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5명 중 2명에게는 반국가 정탐행위 및 간첩 혐의, 인신매매 죄가 적용되어 즉석에서 총살되었고 3명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재판에서는 이들이 삐라를 살포한 시기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고 다만 반국가 행위로 판결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북한 내부에서 삐라사건, 낙서사건이 빈번해지는 것과 관련해 “요즘 혁명의 원쑤들이 준동하는데 우리 사회에 총소리를 한 번 더 내야 겠다”는 김정일의 방침이 보안기관들에 내려졌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MC: 북한에서 먹고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하소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국이 또 총소리를 울리겠다는 소리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