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이 9일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될 예정인 서해상을 향해 해안포 130여발을 발사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북한에서 큰 도시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는 여전히 휴대전화가 ‘부의 상징’으로 되고 있습니다.
- 최근 홍수 피해 등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내년도 식량 전망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지난 9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서해북방한계선(NLL) 남쪽을 향해 해안포 사격을 하지 않았습니까, 어떤 의도에서 한 거라고 생각합니까,
정영: 북한이 지난 9일 서해상을 향해 해안포 130여발을 발사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NLL 남쪽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날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오후 5시 30분부터 3분간 백령도 NLL 인근 해상으로 13발, 오후 5시 52분부터 6시14분까지 연평도 앞 NLL 인근 해상으로 120여발을 발사해 모두 130여발을 쏘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번 포사격은 한국군이 서해상에서 대잠수함 훈련, 즉 적의 잠수함을 추적, 파괴시키는 훈련을 끝낸 뒤, 30분 만에 발사되었습니다.
MC: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한 데 대해 한국은 ‘도발’이라고 했는데, 포탄에 의한 피해가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발사한 포탄의 일부가 서해 NLL을 수백 미터 넘어 백령도와 연평도 남측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레이더에 포착되었습니다. 올해 1월에도 북한은 서해상을 향해 400여발의 해안포를 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는 포탄이 한 발도 NLL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쏜 포탄이 분쟁지역인 NLL을 넘어선 것으로 봐서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분석입니다.
MC: 그러면 무슨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정영: 아시다시피 지난달 25~28일 사이 나흘간 동해상에서는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됐습니다. 북한은 훈련 시작 하루 전인 2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한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식의 보복성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며 3차 핵실험 가능성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훈련 전 기간 북한군은 특이한 동향을 보이지 않았고, 우려했던 3차 핵실험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훈련장소가 동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처음에 서해상에서 해상훈련을 계획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중국이 자국 내 바다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발해 동해로 훈련무대를 옮긴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동해에서 훈련할 때는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이번에 서해에서 다시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합동군사 훈련을 벌이려고 하자, 다시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해안포를 발사해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대항하고 있다는 입장표명을 중국에 한 것입니다.
MC: 한반도 서해바다는 북한에서 보면 조선서해, 중국에서 보면 동해라고도 부르는데, 중국은 거기서 군사훈련을 하면 자기 나라의 안전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정영: 중국은 ‘조지 워싱턴’호 가 서해상에서 훈련하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면 머리기사에서 “미국이 항모를 중국 황해(黃海) 앞바다에 파견해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이고,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일부 매체들은 “미국이 중국의 눈을 찌르려고 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에 반발하는 것과 때를 같이해 북한도 더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중국의 환심을 사보자는 데 있습니다.
MC: 이번에도 북한이 중국을 이용해서 천안함 사건의 후유증을 막아보자는 심산이군요.
정영: 현재 진행되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에 강한 경고를 보내고, 추가적인 도발을 막기 위한 조치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여기에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을 견제하려고 합니다. 중국을 방패삼아 일단 위기를 넘기자는 거지요.
반면에 북한은 역으로 중국의 방패 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38선 이남지역의 미국과 한국을 막아주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국방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역학관계를 잘 알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 받는 것을 응당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중국의 방패가 되어 주고, 또 북한도 중국을 방패삼아 천안함 사건의 모퉁이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 겪게 되는 엄청난 고생들이 주민들에게 들씌워진다는 것입니다.
MC: 그렇지요, 북한이 핵실험과 천안함 사건으로 당하는 경제제재를 북한 주민들이 배고픔과 경제난으로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셈이지요.
-북, 휴대전화 소지는 여전히 부의 상징
MC: 이번에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된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 사용범위는 어느 수준입니까,
정영: 북한에서 큰 도시를 중심으로 휴대전화가 보급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함경북도 청진시에도 휴대전화가 개통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자유아시아 방송에서도 지난 5월 휴대전화를 쓰는 북한 주민의 숫자가 12만 명을 넘었다고 이집트, 즉 애급의 통신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의 실적보고서를 통해 밝힌바 있습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는 얼마 전까지 수도 평양과 남포시, 평성, 개천, 안주, 사리원, 해주 등 7개의 도, 시군에서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청진까지 개통되면서 북한의 큰 도시들에서는 사용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MC: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는 ‘오라스콤 텔레콤’이 어떤 회사인지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영: ‘오라스콤 텔레콤’은 이집트에 있는 이동통신회사인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통신회사는 2008년 1월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 2004년 이전에 휴대전화가 개통 됐지만, 용천폭발사고 이후 폐기되었다가 다시 2008년부터 다시 시작됐습니다. 현재 ‘오라스콤 텔레콤’은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체인 ‘고려링크’와 협력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고려링크에 약 75%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북한에서 휴대폰은 어떤 사람들이 사용합니까,
정영: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우선 당, 권력기관 간부들이 사업용으로 사용합니다. 이번에 ‘NK지식인연대’도 “함경북도 도당, 인민위원회, 도보위부, 도 보안부 국장급 간부들이 휴대전화를 무상으로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무역기관, 외화벌이 간부들에게는 휴대폰 기기를 외화로 팔아주거나, 기간을 정해 매달 갚도록 하고 있습니다.
‘NK지식인연대’는 “휴대전화 기기는 청진 전신전화국이나 우편국(우체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중국산은 미화 250달러이고, 노키아, 모토로라 등 유럽산 제품은 150~400달러까지 다양하다”고 전하면서 “휴대전화 통화 요금은 1분당 1달러가량 한다”고 전했습니다.
MC: 1분당 1달러면 미국이나 한국보다 통화료가 더 비싼데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정영: 1분당 1달러면 아주 비싼 통화요금입니다. 그런데 북한 소식통이 전하는 소식과 ‘오라스콤 텔레콤’이 발표한 분당 가격표는 서로 다릅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이 발표한 가격표에는 일인당 통화요금이 3개월간 평균 미화 21달러30센트로 나타났습니다.(오라스콤 홈페이지. 2010년 1/4분기 실적 보고서 참조)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 휴대전화는 여전히 부의 상징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거나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사람들은 간부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MC: 한국에서는 요즘 ‘공짜 휴대폰’이 등장해 고등학교 학생은 물론, 초등학교(소학교) 학생들까지 목에다 휴대폰을 걸고 다니는데, 북한에서는 아직도 부의 상징으로 되고 있군요.
-홍수피해로 식량난과 전염병 심각
MC: 이번에는 식량 소식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지역에 무더기 비가 내리면서 주민들이 쌀값이 올라 고생하고 있다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현재 북한의 전반적 지역에서 홍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면서 식량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함경북도, 함경남도, 자강도, 평안남북도 등 전반적 지방의 장마당에서는 9일 기준으로 쌀값이 1kg에 1,450~1,5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말에 1천500원까지 올랐다가 조금 내린 가격입니다.
MC: 그러면 내년도 식량전망을 어떻게 내다볼 수 있습니까,
정영: 내년도 식량 전망은 현재로선 아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협동농장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연간 100~150만 톤 가량의 식량이 항상 모자랍니다. 그런데 올해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만 정보의 논밭과 강냉이 밭이 홍수나 산사태로 떠내려가 곡물 생산이 더 떨어지게 됐습니다.
문제는 남한이나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식량을 지원해주냐가 주요 변수가 되겠습니다. 지난 2006~2007년에도 북한이 수해를 당했지만, 남한과 국제사회가 식량을 지원해주어 평양시민들을 비롯해 군대들이 밥을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북한이 몰래 잠수함을 파견해 남한의 군함을 격침시키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경우, 사실 외부에서 식량이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수해복구에 나선 주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비꼈고, 벌써부터 “내년도는 꼼작 못하고 죽었다”는 절망이 나온다고 합니다.
MC: 그렇군요. 또 요즘에는 북한에서 장마철 수질이 오염되어 설사병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얼마 전 국제적십자사(IFRC)가 북한의 수해피해 현장을 돌아보았는데, 주민들이 ‘수인성 설사병’을 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인성 설사병은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이 설사병을 말합니다.
이 설사병의 증상은 사람들이 급성 설사해 인체 내의 수분을 탈진, 탈수 시켜 사망시키는 병이라고 합니다. 북한 보건부분에서는 이 설사병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없이 주민들에게 “물을 끓여 마시라”고 지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MC: 그렇군요. 수해 때문에 식량가격이 오르고, 전염병 때문에 주민들이 더 어려울 텐데 북한 당국도 몽니를 부리지 말고, 국제사회와 남한에 구조요청을 해서 주민들을 구하는, 그런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