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8.15광복절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통일에 대비해 ‘통일세’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 최근 송이철을 맞아 북한 무역기관들이 송이 대금으로 중국에서 쌀을 들여와 북한의 쌀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원조를 받기 위해 거래를 크게 늘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에 관한 소식 정영기자와 애기 나눠보겠습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 65주년을 맞아 경축사를 하는 자리에서 ‘통일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 65주년을 맞아 한 경축사에서 “이제는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 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평화통일 목표를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로 구분되는 ‘3단계 통일 방안’을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흐름으로 볼 때 남한이 더 이상 분단 상황을 관리만 할게 아니라 적극적인 통일 준비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로, ‘통일세’ 역시 통일과정에 드는 비용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MC: 그러면 남한의 ‘통일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인데요, 북한도 8.15를 맞아 통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도 8.15 광복 65주년을 맞아 “2012년을 조국통일의 대문을 여는 역사적인 해로 빛내이자”라는 요지로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조국전선은 ‘전체 조선민족에게 고함’이라는 글에서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조국통일의 해로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조국전선의 글에서 눈여겨 볼 것은 “평화냐 전쟁이냐는 역사의 기로에서 남조선 당국은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해 무력통일로 협박한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남과 북이 통일로 가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며 “북한은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북한당국의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MC: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시기에 ‘통일세’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의 내부 상황은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을 앓은 다음 정책결정에서 차질을 보이고 있고, 후계체제의 불안,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 체제의 내구력 저하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올해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제 20대의 김정은이 과연 북한 체제를 이끌 수 있는 자질이 있겠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있습니다. 제반 북한의 현실은 언제 어떻게 급변사태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약점들을 배태하고 있습니다.
MC: 그러면 과거에도 남북협력기금과 같은 통일에 대비한 비용이 있었는데, 이번 통일세는 어떻게 다릅니까,
정영: 이명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통일은 반드시 온다”는 부분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평화통일을 주장한다고 볼 때, 그가 언급한 통일세는 ‘햇볕정책’식 경제지원이 아니라 ‘북한 체제가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는 급변사태에 대비한 통일비용이라는 것입니다.
MC: 그럼 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통일비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지금까지 통일문제를 언급하면서도 통일비용에 대해 거론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은 통일비용을 둘러싼 남한 내 논란을 자기들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이용해왔습니다.
북한은 두개 제도와 정부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연방제 통일을 하면 “개인과 단체가 소유한 현재의 물질적, 정신적 통일을 통일된 후에 잃을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은 80년대 노동당 제6차 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이 제안한 것으로 나온 지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남북한 경제적 격차는 무려 30배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에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연방제 통일을 해도 남북간 격차를 줄일 수 없습니다.
MC: 그럼 북한 주민들은 통일비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영: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통일은 강력한 정치 체제에 핵을 담보로 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한의 우수한 경제력을 흡수해 통합을 이루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중국에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거기서 북한 무역 사업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통일을 주장하기에 “북조선 사람들은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고 묻자, 그는 “북조선은 국방이 강하기 때문에 군사를 맡고, 남조선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경제를 건설하면 되지 않겠는가”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이 가관인 것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이 간섭을 하지 못하고, 남한은 경제가 발전되었기 때문에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들을 먹여 살리면 되지 않는가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들이 지켜주는 울타리 안에서 남한 기업가들은 돈을 벌어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리라는 것입니다.
MC: 그러다가 북한군이 금강산 관광객처럼 남한 기업인들을 쏘아 죽이거나, 관광하러 오지 않는다고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부동산을 몰수하듯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정영: 북한이 생각하는 통일비용은 사실상 뒷전입니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차지해서 남한을 차지하고, 남한의 경제를 빼앗아서 국유화해서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무력통일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북한은 ‘강성대국보다 조국통일이 우선’이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하다가 안되니까, 통일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도 남한 경제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MC: 8.15광복이 일제의 기반에서 해방된지 65년이 되는 날인데, 이제는 서로 쓸데없는 소모전을 하지 말고 서로 각자의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북 송이대금으로 중국에서 외상 쌀 받아
MC: 다음은 북한 주민들이 제일 관심있는 주제로 바꿔보겠습니다. 먹는 문제인데요, 가을이 시작되면서 북한의 쌀 값이 하락하지 않습니까,
정영: 올해 달력을 보니 8월 7일이 입추였습니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북한에서 한동안 치솟았던 식량 가격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북한에서 쌀 1kg은 1천200원이고 옥수수는 kg당 550~600원 가량까지 내려갔습니다. 지난 8월 5일 경에 쌀이 kg당 1,700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근 500원 정도 내렸습니다. 옥수수는 약 200원 가량 떨어졌습니다.
MC: 그러면 식량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식량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 하나는 북한에서 햇곡식이 나오면서 먹는 문제가 좀 완화되었고, 다른 하나는 송이철이 되면서 외화벌이 기관들이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외상으로 받아오면서 가격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농사는 망했지만, 대신 비가 많이 와서 산에 송이버섯이 잘 돋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화벌이 회사들이 중국에 송이버섯 대금으로 쌀을 외상으로 가지고 와서 풀었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산속에는 송이를 따기 위해 동원된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MC: 그러면 송이버섯과 쌀은 어떻게 교환됩니까,
정영: 현재 북한 무역회사들은 송이 1kg당 쌀 15~17kg에 교환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쌀 1kg은 1천200원이니 결국 송이 1kg은 북한 돈 2만원 한다는 소립니다.
현재 외화 암거래 시장에서 100달러=북한돈 14만원, 중국 인민폐는 100위안=2만원에 교환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지방에도 비가 많이 와서 두만강물이 불었는데, 송이 장사꾼들은 두만강 물이 빨리 찌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MC: 올해 북한에서 홍수가 많이 나서 식량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그나마 송이버섯이 좀 되어 식량난을 해결해주겠는지 관심입니다.
-북, 중국 의존도 날로 심화
MC: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려는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올 상반기 북한과 중국과의 교역액이 12억9천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6.8% 증가했습니다.
그 가운데 북한의 대중 수출은 3억 5천만 달러로 1.1%감소한 반면, 중국에서 수입액은 9억4천만 달러로 25.2%나 늘어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주요 물자는 식량 14만t, 원유 30만t, 비료 10만t 등입니다.
MC: 북한이 이처럼 중국에 의존도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과 중국을 드나들고 있는 한 무역 간부는 “앞으로 조선이 현 정세와 관련해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활성화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무역일꾼들이 중국 연변에 들어가자고 해도 여권을 잘 내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중국 대방들만 잘 잡으면 여권을 잘 내주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항목(아이템)을 제출하면 중앙에서도 제동을 거는 일이 적어졌고, 보위부에 쌀을 좀 보장하겠다고 하면 중국 여행증을 쉽게 발급해준다고 말했습니다.
MC: 남북관계가 악화된 원인도 중국에 의존하는 이유로 작용하겠지요?
정영: 그 무역 간부는 “남조선과 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이 우리(조선)를 먹겠다고 하는데 우리라고 가만있겠는가”면서 앞으로 조선이 살자면 중국에 붙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진항을 중국에 떼어주거나, 회령시를 개방도시로 할 수도 있다거나, 신의주의 비단섬 개방도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중앙 간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MC: 북한이 한때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남한에서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결국 단물을 빨아먹다가 지금에 와서는 중국에 가 붙으려고 하는군요.
정영: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를 외우면서 남한의 지원물자를 받아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에 붙어서 생존하려고 합니다.
MC: 그것이 대국 속에 끼운 북한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20년 가까이 매년 식량이 모자라 허우적거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중국이 어려울 때마다 한몫씩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