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시장경제에 무릎 꿇은 계획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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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등을 통해 계획경제를 복원시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시장경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를 휩쓴 홍수 피해로 내년도 식량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남한 정계에서는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 오는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맞아 국경지역에서는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비상경계근무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애기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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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시의 채하시장을 촬영한 모습. 매대에 각종 생활용품과 식료품, 공산품을 진열해놓고 판매중인 상인들과 이를 구경하고 흥정하는 주민들로 시끌벅적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최근에 공개된 북한 장마당 풍경을 보니 시장이 다시 활성화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에 시장 세력을 잡고, 장마당을 없애겠다던 계획이 무산된 게 아닙니까,

정영: 얼마 전 남한의 조선일보가 공개한 신의주 채야시장 동영상을 보니, 장마당이 다시 부활된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당에 진열된 상품들은 거의 다 중국산 제품들입니다. 상인들과 주민들이 서로 붐비는 가운데 스댕, 즉 불수강으로 된 중국산 샤워기와 샴푸, 비닐제품, 신발 등은 모두 공산품들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30일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각종 농산물과 중국산 공산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했던 규제문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인민보안부 순찰대와 요원들도 보이지 않고 이따금 관리원 완장을 두른 시장 관리원의 모습만 보입니다.

대북소식통의 말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올해 3월부터 장마당 통제가 느슨해지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MC: 올해 3월이었지요. 함북도 온성 장마당 풍경은 썰렁했던 것 같은데요.

정영: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주민들이 얼마나 큰 생활고를 겪는가를 보여준 동영상이 지난 3월에 공개된 바 있지요, 한 대북 기독교 선교단체가 북한에서 찍어 내온 온성 장마당 풍경을 방송했는데, 당시 장마당 좌판 매대에는 장사꾼들이 거의 없고, 그나마 보안원이 단속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신의주 채야시장에는 각종, 일용잡화, 의류, 식료품이 넘쳐나는 모습이었습니다.

MC: 그럼 불과 4개월 만에 북한에서 시장기운을 다시 회복했다는 말씀인가요?

정영: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 후 주민 생활을 거의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시장까지 막으면 물가가 급상승하기 때문에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2월 김영일 전 총리가 평양시민들 앞에서 사과하고,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을 공개 총살해 일단 주민들의 불만을 봉합하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 통제를 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2005년 이후에는 장마당에 나오는 여성들의 나이도 제한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통하지 않는가 봅니다. 채야시장에 앉아있는 여성들 속에는 젊은 여성도 있고, 중년 여성도 보이고 나이 제한이 없어 보입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을 주도하는 연령대는 40~50대 ‘아줌마 부대’라고 합니다.

MC: 결국 ‘아줌마 부대’들이 북한의 시장을 움직인다는 말씀이군요.

정영: 이제 북한의 시장경제, 시장 세력들이 거세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본 썰렁한 온성군 장마당 모습은 화폐개혁 때 돈을 잃은 주민들이 밑천이 없어 장사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밑천을 만든 주민들이 서서히 부를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북한 돈을 무더기로 가지고 있다가 무효당하는 일은 없겠지요,

그러니까, 이제는 북한에서 시장은 더 이상 거세할 수 없게 됐고, 시장 흐름에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남한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시장과의 전쟁에서 다시 무릎을 꿇은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MC: 요즘 북한 당국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계획경제냐, 시장 경제냐 두 갈래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보입니까,

정영: 아무래도 북한 당국 자체도 이 상태에서 계획경제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경제의 뿌리가 너무 깊이 내렸기 때문에 국가의 공급이 없는 한 시장 철폐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북한은 오히려 시장과 계획경제를 적절히 결합하는, 즉 장사와 주민통제를 병행하는 쪽으로 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실례로 2002년 7.1경제조치의 주역이었던 박봉주 노동당 제1부부장(당 경공업부 소속)이 다시 복권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가 7.1경제조치 때 ‘시급제’를 도입하자고 했다가 ‘보수파’들에게 밀려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되었는데요, 3년 4개월 만에 다시 평양으로 복귀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경공업부장의 밑으로 들어왔습니다.

박봉주 제1부부장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측근이라고 볼 때 앞으로 북한이 현재 경제체제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MC: 그렇게 보면 계획경제에 시장경제를 접목시켰던 ‘개혁파’인 박봉주는 살아남고, 시장을 없애려고 했던 ‘보수파’인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군요.

-홍수피해 당한 북 수재민에게 쌀 보내야

MC: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신의주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인데요, 북한 언론매체들도 신속하게 보도했지요?

정영: 이번에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신의주의 큰물 피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나온 피해 상황을 보니 95년 신의주 일대를 휩쓴 대홍수 때와 흡사합니다.

조선중앙 통신은 21일 “갑자기 압록강물이 넘쳐나 신의주시 상단리와 하단리, 다지리, 의주군 서호리와 어적리 등의 살림집과 공공건물, 농경지가 100% 침수됐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으로 수십 대의 비행기와 함정까지 동원되어 약 5천여 명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북한 주민들이 인민군 헬리콥터에 매달려 구조되는 장면과 지붕만 보이고 물에 잠긴 가옥들, 제방둑에 올라서 물에 잠긴 집들을 참담하게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MC: 북한이 이번 수해 피해 소식을 아주 신속하게 보도했는데요, 그 의도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도 신의주 지구 홍수피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내륙지방 같으면 외부에 얼마든지 숨길 수 있지만, 신의주 지구는 중국 단동과 접해 있기 때문에 단동의 피해는 곧 신의주의 피해와 연결됩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보도해서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 분위기를 살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MC: 이러한 때 한나라당을 비롯한 남한 정계에서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까,

정영: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22일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7~8월에 대규모 수해(水害)를 당한 북한의 식량난 등을 거론하며 “대북(對北) 쌀 지원 재개를 검토해 보자”고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그 이유는 국내 쌀이 남아나는 상황에서 가을을 맞아 농가들에서 또 쌀을 수매하면 창고 등이 모자라기 때문에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할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민주당, 민노당은 물론, 대북원칙론을 고수해오던 자유선진당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MC: 그럼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정영: 통일부는 현재 정부가 대북 쌀 지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천안함을 침몰시키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북한에 식량을 주고 싶어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대북 쌀 지원이 가능한데, 지금 남한 국민들 속에서는 “북한을 실컷 도와주었는데, 핵과 미사일, 그리고 천안함 폭침으로 대답했다”면서 “북한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때 지원해도 늦지 않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0년부터 해마다 40만t 정도의 쌀을 북한에 보내왔으나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자 2008년부터 지원을 끊었습니다.

MC: 북한에 쌀 지원을 해주자고 해도 명분이 없어 난감한 처지이군요.

-당대표자회 기간 탈북자 철저히 방지

MC: 다음은 국경 소식입니다. 최근 당대표자회를 맞아 북한이 탈북자들을 막기 위해 특별 경비 근무를 서고 있다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이 당대표자회를 맞아 국경을 통해 탈북 하는 주민들을 막기 위해 2중 3중의 경계망을 펴고 있습니다.

이미 노동당 행정부 소속 검열성원들이 함경북도 국경지역 일대의 보위부와 보안부 등에 내려가 국경봉쇄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중앙당 검열 소조들은 보위부, 보안부, 국경경비대 등 국경봉쇄 기관들을 총지휘하고 있습니다. 일단 보안부에서는 외부인들의 여행을 중지시키고, 보안원들은 장마당이나, 역전 대합실, 거리 골목에 사복을 하고 지켜 섰다가 걸음새와 말씨 등이 수상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식료품 등을 많이 사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안원들은 안전소조인 인민반장들에게 관할 구역 내에 수상한 주민들에 대한 미행, 도청, 감시 등을 강화하면서 탈북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MC: 탈북자 ‘타격대’라는 것도 조직했다는 소문도 있지 않습니까,

정영: 북부 국경지역 보안부에서는 탈북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타격대’를 조직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타격대는 인민보안부 젊은 하사관들로 조직되었다고 하는데요, 90년대 중반 국경지역에 조직되었던 ‘기동순찰대’와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동순찰대’란 90년대 중반 국경지역에서 밀수와 밀매, 비사회주의 상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안전부에서 조직된 무장순찰대였습니다. 이들은 신의주일대에서 장사꾼들과 밀수자들을 단속해 많은 부를 축적했습니다.

MC: 국경봉쇄를 철저히 했다면 중국으로 나오는 북한 주민들도 줄어들겠군요?

정영: 현재 국방위원회 산하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도 국경경비대에 대한 검열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국경경비대원들 속에서 탈북 도강비를 받아먹거나, 국가기밀을 유출시키는 행위를 막기 위해 동원되었습니다.

때문에 국경지역에서는 노동당 대표자회 선물로, ‘탈북자를 한명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MC: 결국 내부에서는 대홍수를 맞아 야단이고, 주민들을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주민들만 고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