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주체” 외치더니...후계자 중국 동의는 왜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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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4박 5일 간에 걸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기간 북한은 후계자 문제를 중국 측에 통보하고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끝마다 ‘주체’를 외우던 북한이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입니다.

-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중국에 손을 내밀면서도 정작 개혁, 개방은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홍수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게 줄 구호품을 구하기 위해 북한이 장마당 상인들의 장세를 대폭 인상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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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7일 창춘 난후호텔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상 자세한 소식을 정영기자와 애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얼마 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후계체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후진타오, 즉 호금도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가진 연회에서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그것을 대를 이어 강화발전 시켜나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이 지닌 중대한 력사적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호금도 총서기는 “중·조 친선을 시대와 더불어 전진시키고 대를 이어 전해가는 것은 쌍방의 공동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들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뜸을 들여오던 후계자 문제를 이번에 탁자 위에 올려놓고 중국 측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MC: 이번 방중 길에 김 위원장이 아들 김정은을 데리고 가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언론들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까,

정영: 전 세계 언론들은 김정은이 이번 방중 길에 함께 동행하지 않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그 과정에 일부 언론에서는 20대의 젊은 청년이 동행했다는 현지인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고, 또 어떤 외국의 통신사에서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일행 중에 김정은의 실체를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초청명단에 김정은 이름이 없다’고 확인해주기까지 이러한 혼선은 계속됐습니다. 언론이 이렇게 관심이 높은 것은 북한에서 오는 9월 상순에 열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추대될 것이라고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김정일이 갑자기 중국을 방문하게 된 것도 김정은을 중국 측에 소개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MC: 그러면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길에 김정은을 데리고 갔을 가능성은 있습니까,

정영: 얼마 전 북한 소식통들의 말을 들어본데 의하면 “우리 인민들에게도 아직 소개시키지 않은 김정은 대장을 왜 중국 사람들에게 먼저 소개시키겠는가? 그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인민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했습니다.

그 소리는 뭐냐면 “후계자 문제와 같이 중요한 사안을 왜 ‘주체의 나라’인 북한이 중국 사람에게 먼저 보고하겠느냐” 이런 소립니다. 그냥 북한이 알아서 결정하고, 중국에 통보하면 되는데 구태여 중국에 보고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이번에 아버지가 없는 집안(북한)을 지키기 위해 방중 길에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MC: 그러나 김 위원장이 후계자 문제를 중국과 토의했다는 자체가 주체의 나라, 자주국가라고 하는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영: 우선 후계자 문제를 중국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주체니, 자주니 하는 북한의 체면과 맞지 않습니다.

사실 자기 것이 있어야 자존심도 지킬 수 있죠, 주체니, 자주니 하는 것도 결국 나라의 국력이 받쳐줄 때 당당한 것입니다. 이번에 김정일은 만찬회 연설에서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자”라고 말했는데, 이는 북한 체제에도 충실하고, 그리고 북중 친선에도 충실할 사람을 앉히겠으니, 중국이 잘 좀 도와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만큼 중국의 후원이 없이는 북한이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MC: 그러면 중국은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영: 호금도 주석이 연설에서 “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조선로동당 대표자회가 원만한 성과를 거둘 것을 축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체제가 어떤 형태로 존립하든 자기의 국익에 부합되면 찬성할 나라입니다. 지금처럼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남쪽에서 계속 막아줄 경우, 중국은 얼마든지 김정은 체제를 지지하겠다는 소립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정작 자기들은 북한식 세습 정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중국이 취하고 있는 정치방식은 집단영도체제, 즉 호금도, 온가보 등 여러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합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 집단지도체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중국은 역대 적으로 세습통치를 경계해왔는데, 혁명의 1세인 모택동도 자기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조선전쟁(6.25전쟁)에 내보냈다가 전사했고, 등소평도 자기 자식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MC: 그래서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김정일이 자기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데 대해 “김뚱보가 아들까지 구걸을 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군요.

=김정일 중국 투자에 의존, 개방은 ‘함구’

MC: 이번에는 경제 분야에 대해 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이 생존 출로를 찾기 위해 중국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 같은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북한이 요즘 살아남기 위해 중국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과 거래하고 있는 한 무역 간부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조선이 앞으로 나진항 부두를 중국에 빌려주고, 나선시를 전면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젠 한국과의 관계가 깨졌고, 미국이 우리(조선)를 먹자고 동서해에서 전쟁 연습하는데, 우리라고 가만있겠는가”면서 중국과 무역을 활성화 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전에는 보위부가 중국에 가는 무역일꾼들의 여권이나, 도강증을 잘 안 해주었는데, 지금은 보위부에 식량을 좀 내겠다고 하면 쉽게 발급해준다고 말했습니다.

MC: 이번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에도 중국에 투자를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중국에 경제 지원을 끌어내려는 북한의 의도는 김정일 위원장의 항일유적 순례에서부터 나타났습니다.

그는 길림-장춘-할빈-목단강 등 일대에 있는 과거 동북항일연군들과 고 김일성 주석의 발자취가 어린 유적들을 참배하면서 북-중 친선의 전통을 중국 지도부에 지속적으로 상기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동북지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혁명 선열들의 피어린 자국을 되새겨보며 숭엄한 감정을 금할 수 없었다. 조중 친선의 소중함을 더더욱 느끼게 됐다”고 소회했습니다. 이 소리는 무슨 소리냐면 중국에 대고 “자, 봐라. 당신들은 사회주의를 개방해서 먹고 살만 해졌는데, 이젠 사회주의를 지킨 우릴 좀 도와달라”는 뜻입니다. 김 위원장은 198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을 두고 ‘수정주의’라고 맹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MC: 이번에 중국이 지원해주면 개방 가능성은 있습니까,

정영: 중국이 설사 투자하더라도 북한이 개방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친 다음 북한과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그의 방중 결과를 보도했는데, 중국 신화 통신은 김 위원장이 동북 3성의 발전 모습을 보고 “개혁·개방이후 중국이 신속한 발전을 하고 곳곳에 생기가 넘쳐난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는데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의 발언 중에 ‘개방’이란 단어를 빼고 보도했습니다.

MC: 하긴 김 위원장은 2001년 상해에 갔을 때도 ‘천지개벽’이라고 탄성을 올리고 개방할 것처럼 하다가 그만 둔 전례가 있지요,

=개인상인 장세 올려 수해 구조물자 충당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홍수피해자들에게 줄 구제물자를 상인들에게서 받아낸다고요?

정영: 북한이 홍수피해를 당한 수재민을 돕는다고 장마당 상인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들이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이 30일 전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 무산 지방에서는 홍수피해 지구 수재민들에게 보낼 구제물자를 조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장사꾼들의 장세를 40~60%가량 인상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쌀 장사꾼과 의류 장사꾼의 경우, 하루 100원의 장세를 냈지만, 며칠 전부터는 60원 가량을 추가로 더 내라고 해서 160원을 낸다고 합니다. 공산품 잡화 등을 파는 장사군 들에게는 140원을 내라는 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야채 장사하는 사람들한테서는 10원을 더 받는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수해피해 지구 인민들이 먹을 것과 집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면서 “겨울 이전에 이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조금씩 모은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돈을 정확히 어디에 쓰는지 출처가 없다고 합니다.

MC: 남한에서는 수재민 구호물자를 국가가 부담하는데, 북한은 개인들의 호주머니를 뒤진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에서는 이렇게 개인들의 세 부담으로 수재 구호품뿐 아니라, 각종 지원금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희천발전소 건설이요,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요 하면서 각종 명목으로 돈을 모으지만, 그 돈이 정확히 씌어지는지 감사체계도 없고 감시기구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주민들에게서 현금 100원을 모으면 실제로 지원자들이나 수재민들에게는 10원도 차례지지 않습니다. 그 돈을 중간 간부들이 떼어내고, 각종 명목으로 용도가 다르게 쓰이기도 합니다.

MC: 홍수 피해 지역에서는 내년도 식량 걱정이 또 되지 않겠습니까?

정영: 신의주 한 무역 사업가는 신의주시 상단리, 하단리, 의주군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신의주 지구의 농사가 다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애기합니다.

그는 95년에도 홍수가 나서 벼들이 모두 물에 잠겨 쌀 가격이 최고로 올랐는데, 올해는 신의주와 용천군의 벌방지역도 모두 잠겨 살길이 막막하다고 합니다.

거기다 중국 화교들도 “중국 동북에도 비가 많이 와서 농사가 망했다. 내년도에는 중국도 먹을 것이 부족해 조선을 도와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자, 북한 주민들의 걱정은 태산 같다고 합니다.

MC: 올해 들어와 북한이 유달리 고생을 자초하는 것 같습니다. 천안함을 폭침시킨다,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부동산을 몰수한다 말도 안 되는 일만 골라하더니 제재와 봉쇄를 당하더니, 거기에 자연재해까지 당해 그 고생을 인민들이 다 겪게 되는 셈이군요.

암튼 북한 주민들도 먹을 걱정 안하고 편안히 사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정영기자,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정영: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