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유례없는 ‘3대 세습’ 강행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이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역사에 전무후무한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기한 북한의 진짜 속심이 금강산 관광 재개로 드러나면서 인도주의 사업을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국경을 넘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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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작된 북한 조선노동당 선전화.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칭호를 부여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공식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당 대표자회를 몇 시간 앞둔 28일 새벽, 김정은을 비롯한 6명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발표한 명단에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김정은 후계 구도의 공식화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한국 언론들과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주요 보직을 맡을 것으로 관측해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은, 김경희, 최룡해 등 민간인 출신들이 ‘인민군 대장’에 오르면서 세상을 놀래었습니다.

진행자: 군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단번에 군 장성으로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정영: 원래 북한은 상식을 뛰어 넘는 집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김일성 종합대학 시절 6개월짜리 대학생 교도대 경력을 가지고 원수칭호를 받은 것처럼 이번에 대장이 된 김정은, 김경희, 최룡해, 김경옥 등은 모두 군 경력이 전혀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인물들입니다.

김정은은 어려서부터 ‘샛별장군’, ‘청년대장’, ‘김대장’ 이라고 불려 왔지만, 군 경력이 없는 20대에게 대장(왕별 4알)을 선사한다는 것은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진행자: 그러면 김정은 후계구축을 위한 이번 군인사 단행에서 특징적인 것은 무엇입니까,

정영: 이번에 인민군 대장에 오른 인물들을 보면 역시 김정은의 친인척이고 최측근들입니다. 즉 김경희 신임 인민군 대장은 김정은의 고모이고, 최룡해, 김경옥 신임 대장들은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옹립한 1등 공신들이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주변에 김경희와 그의 남편인 장성택, 그리고 최룡해가 기용된 것은 ‘오직 믿을 것은 핏줄’이라는 강한 집착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될 경우, 고위 당직을 부여받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군복을 입힌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정영: 김 위원장은 아무래도 나이와 경험이 미천한 김정은에게 권력을 빨리 장악하게 하기 위해서는 군부터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김정은은 노동당과 국가보위부, 인민보안부 등을 장악해왔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어려 군장악 능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결국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도 ‘선군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확고히 한 것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김정은의 후계구축을 위한 권력 구조에도 관심이 되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직 등을 맡고 막후에서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장 부위원장이 머리가 총명하고 조직적 수완이 있지만, 김 씨 왕조의 대를 잇기 위해 김정은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장 부장이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교류협력에도 관여했고, 2002년에 경제시찰단 성원으로 남한을 방문하고 돌아가 신의주 특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개방성향의 인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2년 7.1경제개선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 전 총리도 장성택의 측근이어서 그를 통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점쳐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 부장 역시 ‘야심가’라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그는 1990년 중반 ‘반김정일 세력’을 치기 위해 사회안전부를 내세워 ‘심화조’ 사건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지금도 북한의 사법과 공안을 총괄하는 당 행정부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권력자’라는 이미지를 떨쳐내기는 어렵습니다.

장성택 부장이 김경희와 김정은 사이에서 얼마나 자신의 권한을 발휘할지, 그리고 후계과정에서 충실하게 김정은을 옹립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는 한때 노동당내 권력분파설에 연루되어 좌천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도 예상을 깨고 인민군 대장에 올랐는데, 김씨 왕조의 대를 잇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정영: 김경희는 누구보다 김 씨 가문의 혈통을 잇는 문제에 적극적일 것입니다. 그가 인민군 대장에 오른 것은 김정은의 옆에서 그의 후계과정을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는 한때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는 설이 있었지만, 친오빠인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을 앓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동행하면서 “오직 핏줄밖에 믿을 것이 없다”는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최룡해 신임 군대장도 김일성의 빨치산 전우인 최현의 아들로, 지난 1990년대 북한 청년동맹 책임자를 맡아 승승장구하던 중 청년동맹예술단 여배우들과 방탕한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나 한직으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재신임을 받아 현재 김정은 후계구도를 받칠 버팀목으로 되었습니다. 그 외 이번에 군인사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은 앞으로 김정은 후계체제를 위해 손과 발이 될 사람들로 보입니다.

진행자: 역사에 전무후무한 3대 세습을 강행하는 북한의 후계체제가 과연 앞으로 성공하겠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산가족 상봉 뒤에 숨은 속셈

진행자: 북한이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자고 제기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이 제기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산가족을 미끼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보려는 심산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지난 9월 10일 “추석을 맞아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진행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 장소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의 목적이 금강산 관광 재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그 의도가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정영: 북한은 24일 남북 적십자사 실무접촉에서 “금강산 지구 내 모든 시설이 몰수, 동결된 만큼 금강산면회소를 이용하려면 금강산 관광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해서는 안된다”면서 “북측의 이산가족면회소 등에 대한 일방적 몰수, 동결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기한 진짜 속심은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수단으로 금강산 관광을 압박하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도 관광 문을 열수 있고, 그리고 천안함 폭침시킨데 대한 사과나 인정을 하지 않고도 이명박 대통령이 선포한 대북제재 조치, 즉 남북교역을 중단을 선포한 ‘5.24’조치를 무효화 시킬 수 있다고 타산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꼼수를 두면서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꺼낸 것은 현재 외화가 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한 해에 약 3천만 달러씩 벌어들이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자, 어떻게 하나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진행자: 지금 평양에서 열리는 당대표자회 참가자들에게도 선물을 안겨줘야 김정은에게 충성할 텐데 달러가 없어 야단이겠군요.

= 보위부 탈북자 체포조 중국 투입

진행자: 이번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북한 보위부 해외반탐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중국에 대거 들어갔다는 소식이 있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최근 국가보위부 해외반탐 요원들이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현지에 대거 투입되었다고 북한군 출신 탈북자 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기간 국가안전보위부 관계자들도 함께 들어가 중국 공안당국과 협의회를 가지고 탈북자 체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북한 보위부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도 보위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장군님(김정일) 중국 방문 때 국가보위부에서도 들어가 탈북자 처리에 대해 토의했다. 아마 앞으로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다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중국에 있는 탈북자 색출하기 위해 북한 보위부와 중국 공안이 협력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의 비밀경찰과 중국 치안당국이 합동으로 중국 운남성을 비롯한 각지에서 탈북자 사냥을 벌이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약 100여명이 현지 중국 무장경찰 수백명과 합동으로 팀을 이뤄 지난 6월부터 탈북자 색출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이렇게 탈북자들을 잡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중국까지 사람을 파견하는 것은 탈북자들로 인해 북한 내부가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내부 지반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탈출하는 주민들이 늘면 내부 치안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세력화되는데 몹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보위부와 보안부 등 양대 공안기관은 탈북자들을 “첫째가는 처단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남한에 나간 탈북자들도 유인 납치해오는 공작을 꾸미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민전 관계자는 “앞으로 남조선에 나간 탈북자들도 무사치 못할 것이라고 보위부 관계자가 말했다”며 새로운 테러조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북한 내부에서는 전대미문의 3대 세습이 벌어지고 있고, 한편에서는 밖에 나간 탈북자들까지 잡아들이고 있군요. 어쩐지 올 가을부터 북한 내부가 유난히 살벌해질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