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다음은 정영기자의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민생에 관심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 등으로 이원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 북한의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총알보다 식량이 더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가면서 민생개선을 위한 그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북한이 “수령님의 품에서 살고 싶다”며 월북하려던 남한의 의사들까지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가을철 들어 쌀값이 낮아지자, 일부 주민들은 1년 먹을 식량을 장만하기 위해 식량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알아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최근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인민생활에 관심이 있는 듯한 발언을 해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북한 주민들이 과연 배고픔에서 해방될 수 있겠는지 눈에 번쩍 띄는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총알보다 식량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경제회복과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면서 ‘과거엔 식량이 없더라도 총알이 없어선 안됐지만, 지금은 총알이 없어도 식량이 없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지난달 말 함경북도 김책시를 방문했을 때 이 같이 말했다면서 노동당 간부들에게 배포된 문서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요미우리 보도가 나가자, 한국 언론은 김정은이 민생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정책변화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MC: 그러면 김정은이 아버지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건데, “사탕이 없어도 총알 없인 안된다”는 건 김정일의 신조가 아닙니까,
정영: 그렇습니다. 이른바 ‘총대중시 사상’은 김정일의 정치 이념입니다. 그와 관련한 일화가 있는데, 김정일은 90년대 중반 먹을 것이 없어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죽을 때 국방비 지출과 관련한 문서를 놓고 “사탕 없이는 살아도 총알이 없이는 살수 없다”며 주저 없이 싸인, 서명했다는 것입니다.
인민은 좀 굶어죽어도 김씨 왕조체제를 유지하자면 무기 생산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아버지와 달리 인민생활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는 것입니다.
MC: 그러면 김정은이 실제로 총알보다 식량을 더 중시할 수 있을까요?
정영: 문제는 김정은의 발언이 진짜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그는 현재 위치로 봐서 아버지의 사상을 거역할 수 없는 몸입니다. 왜냐면 김정일이 현재 노동당권을 쥐고 있고, 군 최고사령관직도 모두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 김정은의 의사가 북한 정책에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13년 동안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 씨도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해도 5∼6년 동안은 종전의 정치(선군정치) 방식을 계속 가져가지 않을 수 없고, 김정은의 생각이 정책에 반영되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MC: 아버지 김정일의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아들이 거역할 수 없다는 소리군요,
정영: 얼마 전 김정은의 권력세습을 축하한 10월 10일 군 열병식을 생중계할 때도 북한 텔레비전은 “사탕 없이는 살아도 총알 없이는 못 산다”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군사상을 이어가겠다는 것을 세상에 선포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사실상 그도 인민생활을 풀기가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MC: 총알을 중시하면 왜 인민생활을 높일 수 없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의 군수경제가 인민경제를 완전히 잠식했습니다. 인민생활을 풀자면 국방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김정일처럼 총알 중시 사상에 집착하면 핵과 미사일 생산은 할 수 있어도 비료나 식량 생산에 들어가는 돈이 없습니다.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면 할수록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기 때문에 인민생활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MC: 그러면 능력도 없는 김정은이 어떻게 인민생활을 높인다는 보도가 자주 나옵니까,
정영: 현재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소문을 자꾸 돌리면서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 같습니다. 현재 김정은의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해 “할아버지(김일성)처럼 생겼다느니”, “총알보다 식량 걱정을 더 많이 한다느니”하면서 민심을 낚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MC: 아버지의 선군사상을 물려받은 이상 김정은이 전향적인 민생 정책을 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군요.
= 북, “수령님 품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까지 배척
MC: 다음 소식입니다. ‘수령님의 품에서 살겠다’며 월북하려던 사람들이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이 있던데 그것도 좀 들려주시지요,
정영: 최근 북한에 가서 살려고 망명 신청했던 남한 의사출신이 북한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들어가지 못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 1부는 지난 22일 주체사상에 심취되어 북한에 망명하려고 했던 의사 신 씨를 비롯한 3명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 씨는 지난 2월 스웨덴에 거주하는 L씨의 도움을 받아 북한 대사관에 가서 망명신청서를 냈지만, 대사관측에서 “망명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서 접수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월북에 실패하고 한국에 다시 들어왔지만, 공안당국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MC: 북한이 한때 월북하라고 삐라를 살포했던 적이 있지 않나요?
정영: 일단 북한은 과거와 달리 월북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70~80년대 남북이 체제경쟁을 하던 시기에 북한은 삐라를 대량 살포하면서 월북을 유도했습니다.
당시 삐라에는 월북자 군인의 경우, 북한 국적을 주고, 국가표창과 상금 지불, 대학 및 연구원까지 무료교육 시켜주고, 직업알선, 외국 유학보장, 고급주택, 생필품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생활보장금은 남한 돈으로 1억1천100만원~3억3천 3백만 원까지 지급한다고 적혀있었고, 상금은 남한 돈으로 185억 원까지 준다고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월북하겠다는 사람까지 도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MC: 그런데 수령을 찬양하면서 들어간 사람들을 북한이 왜 거절하는 거죠?
정영: 북한이 월북자들을 꺼리는 이유는 그들이 북한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우선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북한에 들어갔다가 남한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는 불평을 합니다. 그 불평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조직생활이나 사상비판 회의, 사회노동 같은 것을 시키면 불만이 이만저만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정착금도 문제일 것입니다. 북한이 뿌린 삐라에는 미화 수십만 달러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주지 않으면 월북자들이 불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돌려보냅니다.
MC: 탈북자들의 말에 의하면 북한이 식량난을 겪을 때부터 월북자들을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정영: 지난 90년대 이전까지 북한은 월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사회에 정착시키려고 했지만 빈번히 정착에 실패하자 그 다음에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도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2005년에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온성군으로 밀 입북한 박 씨를 중국에 추방한 사실이 있고, 2002년 6월에 카드빚에 시달려 북한에 들어간 박 씨와 2003년 3월에 월북했던 50대의 남자도 모두 간단한 조사를 거친 다음 중국으로 추방했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군사정보 가치가 있는 사람, 체제에 선전용으로 이용할 사람은 받아들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로 내보냈습니다.
금강산에서 군대 복무했던 한 탈북자는 2003년인가 자기네 초소로 한 남한 사람이 들어와 망명신청을 했는데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며칠 조사를 하더니 간첩 같다면서 도로 한국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습니다.
MC: 현재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가 2만 명이 넘는데, 북한은 월북자 몇 사람도 수용하기 어려운 모양이지요?
=가을철 식량사재기 주민 늘어
MC: 이번엔 식량 소식 좀 나눠보지요. 최근 가을철 들어 북한의 쌀 값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영: 가을철을 맞아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좀 내렸습니다. 평양 지방에서는 쌀 kg당 800~850원대, 옥수수는 1kg당 3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의주 지방에서는 쌀 1kg당 900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옥수수는 350원 가량이고, 함경북도 청진 지방과 양강도 혜산 지방에서는 쌀 1kg당 850원~900원대를 웃돌고 있습니다.
신의주 지방과 국경지역이 다른 지방보다 쌀값이 조금 높은 것은 돈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인데다, 지난 8월 신의주 지방이 수해를 입으면서 농사가 망했기 때문입니다.
MC: 식량 가격이 많이 내렸군요. 과거와 가격이 어떻게 차이 납니까,
정영: 지난 9월5일 신의주 장마당에서 쌀 kg은 1천200원, 평양에서 1천100원까지 했던 것보다 많이 내렸습니다. 쌀값이 내려간 이유는 아무래도 햇곡식이 나오면서 가격이 푹 내려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가을걷이가 끝나는 11월초부터는 식량가격이 또 오를 것으로 판단됩니다.
MC: 식량 가격이 내리기전에 식량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많겠는데요.
정영: 지금 북한에서는 저마다 식량을 장만하느라 난리도 아니라고 합니다. 쌀 가격이 좀 내렸을 때 조금이라도 더 장만하기 위해 주민들은 있는 돈을 다 털어 식량을 사두고 있습니다.
혜산시의 한 주민은 4인 가족이 1년을 먹자면 1톤가량은 사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도 수해를 많이 입어 틀림없이 식량이 또 모자랄 텐데 지금부터 쌀을 사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식량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고, 괜찮은 사람들이나 가능한 것입니다. 대다수 주민들은 당장 끓일 쌀도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합니다. 특히 노동자들은 “앞으로 국가에서 배급을 준다고 하니 기다려보자”며 당국의 선전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MC: 풍성한 가을이 왔지만, 가을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즐거운 것은 아니군요. 북한 주민들도 어떻게 하나 이번 겨울도 무난히 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