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김정일 방문 상점만 물건 넘쳐

2008년 여름  아낙네들이 북한의 어느 시골 길가에서 과일을 사고 팔고 있다.
2008년 여름 아낙네들이 북한의 어느 시골 길가에서 과일을 사고 팔고 있다. (nk.subnetwor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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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2010년 3월 2일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이 불법 입국했다는 남한 주민 4명을 억류하고 신상정보를 여러 날 째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들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전반적 지역에서 물자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다녀간 상점들에는 물건이 넘쳐나고 있다고 북한 선전매체들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알아봅니다.

-억류 남한 주민 4명 신상공개 안해

MC: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북한이 지난 26일 불법 입국한 남한 주민 4명을 억류중이라고 밝혔는데 아직 그들의 신원이나 동기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지난 2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불법 입국한 4명의 남조선 주민을 관계기관이 억류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같은 날, 이 억류 사실에 대해 몇 줄 기사만 내보내고 그 사람들의 이름이나, 왜 북한에 들어갔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 국민을 억류하고 있으면 왜 그를 구금하고 있는지를 그 나라에 통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법과 국제법을 적용해 처리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4명의 남조선 주민을 억류하고 있다”고만 이야기 하고 왜 억류하고 있는지 일절 함구하고 있습니다.

MC:

한국정부도 그들의 신상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일각에서는 탈북자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이번에 개성공단이나 다른 대북관련 단체들에서 북한에 억류된 사람이 없다고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에서는 억류된 사람들이 북한인권 운동가나, 탈북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지금까지 탈북자를 남한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탈북자는 원래 북한 국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북한에서 정치적 탄압을 피해 나온 망명자들이거나, 배고파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들을 가리켜 남한 국민이라고 하면 정치적 망명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배고파 나온 사람을 남한 국민이라고 말하면 그 자체가 자신들의 민생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주장하는 억류된 사람들은 탈북자일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MC:

그러면 북한이 억류된 남한 국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과거 북한은 입북자들을 어떻게 처리했습니다.

정영: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 주민들의 월북사실에 대해서는 즉각 공개하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남북간 체제경쟁이 한창이던 70~80년대에는 38선을 넘어온 사람들을 ‘의거 입북자’들이라고 기자회견도 시키고 텔레비전에 공개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국군에서 복무하다 들어간 월북자들에게 예쁜 여성과 결혼도 시키고 정착금도 주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월북자 수용이 어렵게 되자, 사람을 선별해 받기 시작했는데 효용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강제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 2월에 두만강을 통해 불법 입국했던 박모 주민을 2개월 뒤에 중국으로 추방했고, 중국도 한국으로 그를 강제 추방시켰습니다. 그 이전에도 2002년 6월 카드빚에 쫓겨 밀입북한 40대의 남자를 몇 개월간 조사를 거친 뒤에는 중국으로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MC:

시대에 따라 월북자들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도 달라졌는데, 북한이 이번에 억류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까,

정영:

일단 북한이 ‘자진 월북자’가 아니라, ‘불법입국자’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들을 북에 남겨둘 가능성은 적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건이 되겠습니다.

MC:

그렇다면 북한이 억류한 남한 주민들을 남북관계 협상용이나 기타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을까요?

정영:

우선 북한에 억류된 남한 국민들의 동기가 불법이기 때문에 북한은 국경 침입 죄를 적용해 그들을 남북관계에 정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들 처리문제와 금강산 관광 또는 개성공단 재개 등 연결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고, 그리고 요즘 봄철 들어 식량 및 비료가 절실히 필요 되는 시점에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작년 3월 북중 국경을 넘어갔던 미국 여기자 두 명을 억류하고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을 유도하고 미북 대화의 장을 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 씨를 136일 동안 억류했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불러들여 석방시키면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요즘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되자, 또다시 4명을 억류하고 ‘인질카드’로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C:

북한이 과거 남북관계나 미북관계를 풀기 위해 ‘인질극’을 편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데, 북한이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주목됩니다.

-언론들 "인민생활 개선" 선전 열올려

다음 소식입니다.

MC:

화폐개혁 이후에 북한에서 물가폭등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기 어렵다고 아우성치는데 거꾸로 북한 언론들은 인민생활이 개선된다고 상반된 보도를 내놓고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정영:

북한이 아직도 화폐개혁으로 인한 악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당시 북한은 노동자들의 식량과 생필품 공급을 정상화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정상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초 화폐개혁을 지지했던 노동자, 농민 등 근로계층들 속에서 불만이 나오고 북한 주민의 80%가 이번 화폐개혁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MC:

물가부족 사태가 화폐개혁을 실패로 이끌었다는 것인데, 그러면 북한에서 물가는 어떻게 유통되고 있습니까,

정영:

현재 함경북도 청진시 장마당과 혜산시 장마당에서는 쌀은 kg 당 550~6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노동자 월급 2000원으로 4kg의 쌀밖에 사지 못한다는 말이 됩니다. 당초 화폐개혁을 시작할 때 북한은 쌀 kg당 24원에 팔겠다고 공포했지만, 사실상 공급에 의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쌀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외화환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화폐개혁을 다시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간부들과 상류층이 앞 다퉈 달러와 중국돈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재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는 100달러 당 11만2천원에 거래되고 있고 중국 돈 100원에는 1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MC:

이렇게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불만이 심하겠는데요. 그런데 북한 매체들은 북한 상점에 물건이 넘쳐난다는 엇갈린 보도를 하고 있습니까,

정영: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이 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난데없이 한쪽에서는 인민들의 생활이 개선된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게 조선신보와 같은 매체입니다. 2월 26일 조선신보 인터넷 판은 “조선의 현실은 외계에서 하는 잡소리와는 다르다”면서 삼일포특산물공장과 보통강 상점을 실례로 소개했습니다.

이 신문은 삼일포특산물 공장을 소개하면서 “막걸리, 국수, 과자, 사탕 등 350여 가지의 식료품을 100% 국내의 재료로 만든 것”이라면서 “이전에 상점들에서 흔히 보이던 외국산가공식품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보통강상점에 가서는 “과일, 고기류 등 모두 내화로만 팔고 있었으며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C:

그 공장과 상점은 어떤 곳인데, 그렇게 잘 돌아가고 있습니까,

정영:

이 공장들은 지난해와 올해에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받은 단위들입니다. 김 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스러졌다가 회복된 후 왕성한 현지지도를 벌이고 있는데, 특히 올해에는 인민생활 개선을 목표로 하고 경공업 관련 단위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이 다녀간 공장들과 상점들이기 때문에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지지도 대상은 김 위원장이 마음 쓰는 부분이 선정되는데, 그가 어느 공장, 상점을 보겠다고 하면 국가에서 집중 투자해서 돌리고 상점에 물건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언론에 소개된 공장, 상점은 모두 김 위원장이 다녀간 공장들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돌아볼 때뿐이고 돌아간 다음에는 생산을 계속 정상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보여주기 식인데요, 이번에 소개된 보통강 상점에도 과일 등 물건이 많아 주민들이 걱정 없이 물건을 산다고 하는데, 이런 상점에는 아무나 들어가서 물건을 살수 없고 상품배정권, 즉 쿠폰 같은 것이 있어야만 들어가 구입할 수 있습니다.


MC:

지도자가 돌아본 공장이나 상점은 잘 운영되는데 주민들이 대중적으로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군요.


정영: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는 곳은 장마당입니다. 장마당에 가면 “고양이 뿔 내놓고 없는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가리켜 ‘백화점’이라고 부릅니다. 누구나 장마당에 가면 자기가 원하는 상품들을 골라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 선전매체들이 아무리 인민생활이 개선된다고 해도 그건 지도자를 위한 하나의 선전일 뿐이고 주민들에게는 그런 상점보다는 장마당이 더 필수적이라는 말씀이 되겠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북한 들여다보기’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