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북 '천안함 사건' 내부 결속에 이용할 것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우리와 관련 없다"고 주장한 북한이 내부적으로 비상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봄철 들어 한동안 하락했던 쌀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춘궁기 식량난이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을 비롯한 큰 도시들에서 자녀들을 상급학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과외교육을 따로 시키는, 이른바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 기자와 알아봅니다.

1 북한 “천안함 사고, 우리와 관련 없다”

MC: 그동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북한이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는데, 그 배경은 어디 있습니까?

정영: 요즘 천안함 사건이 남북 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남한 언론들은 북한의 소행이 아닌가하는 기사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고, 만약 북한의 소행일 경우에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7일 북한이 “천안함과 우리는 연관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요. 아직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관되었다는 충분한 물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측만 가지고 판단하기도 이르지만 북한의 대응 또한 너무 빠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도 이번 사건에 대해 남측의 태도를 쭉 지켜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5일 한국 민관 구조대가 천안함을 인양하고 배의 파손상태와 실종자 수색 등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안함 사고 원인을 해명하기 위해 미국, 호주, 스웨덴에서 온 전문가들이 동원된 사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쯤해서 한국사회에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입을 연 것으로 보입니다.

MC: 천안함 사고를 놓고 한국은 외부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북한은 그것을 남한당국의 조작으로 몰고 가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은 논평에서 천안함 사고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여론 환기’, 또는 ‘대북제재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가 6.2지방 선거에서 패할 것 같으니까, 국면전환을 위해서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핵무기 폐기를 위한 대북제재 일환으로 북과 연결시킨다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이 천안함 소식을 일반 주민들에게도 알렸는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영: 천안함 사건이후 북한군 내부에 비상경계 지시가 내렸다는 보도는 이미 우리 방송에서도 보도되었는데요, 북한이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보도하면서 주민들도 다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 관련 보도를 한 후 북한 내부에서는 벌써 주민 강연회가 조직되고, “적들의 침략책동에 경각성을 높이고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생산과 건설을 해야 한다”는 주의보가 내렸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내부 긴장 조성용으로 이용할 것입니다. 주민 강연회를 열고 “미제와 남조선 당국이 반공화국 모략 책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긴장을 조성시키고, 군대를 동원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 등 전쟁분위기를 조성할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은 영문이 뭔지는 모르지만 진짜 전쟁이 나는 것처럼 다른 잡생각을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더구나 화폐개혁 이후에 민심도 뒤숭숭 하고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기회를 내부결속용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MC: 만약 북한과 관련된 확실한 증거라도 나오면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까?

정영: 그래도 북한은 절대 사과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987년도 대한항공 858기 사건 때도 체포된 북한 공작원이 자기가 직접 했다는 자백이 있는데도 북한은 완강히 부인했고, 1983년도 ‘랑군 폭발 사건’때도 거기에 가담했던 북한 공작원이 붙잡혔는데도 북한은 절대로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나도 북한에 있었는데, “KAL기 폭파사건은 남조선 괴뢰들이 벌이는 반공화국 모략책동”이라고 매일과 같이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했습니다. 그때 칼기 사건이나, 랑군 폭발 사건은 물증이 지금보다 충분했는데도 북한이 부인했는데, 아마 이번 사건은 더 완강하게 부인할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이 불안한 내부 민심을 결속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군요.

2. 북 장마당 쌀 가격 또 상승


MC: 다음 소식입니다. 춘궁기 들어서면서 쌀값이 또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의 전반적 지역에서 식량가격이 또 오르고 있다고 남한의 탈북자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자체 홈페이지에서 밝혔습니다. 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9일 부터입니다. 현재 함경북도 청진 장마당에서는 쌀 1kg당 550~600원 가량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시에서는 480원 가량 됩니다. 이는 지난 3월초에 1kg에 1천원으로 올랐다가 300원대로 떨어진 후 한 달 만에 다시 상승한 것으로 됩니다.


MC: 북한에서는 장마당 쌀 가격이 그냥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왜 그런 것입니까?

정영: 북한에서 쌀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이유는 화폐개혁 이후에 물자공급이 잘 안되면서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혼란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3월 들어 쌀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중국에서 쌀이 대량 수입된다는 소문과 함께 북한당국이 개인들이 비축하고 있던 식량을 몰수하자 가격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배급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함경북도 지방들에서는 지난 3월초부터 쌀이 300원 대로 내리기 시작했고, 4월 초에는 양강도 혜산시에서 입쌀이 320원, 옥수수는 120원에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양에서는 입쌀 170원, 옥수수 70원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MC: 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식량 값이 오르고 있다는 소리군요, 그러면 이번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앞으로 5월부터 배급 줄 쌀이 없다는 데로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당국이 식량공급 원천도 없이 지방 자체로 배급을 주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정사업소와 식량공급소들에는 5월초부터 배급 줄 식량이 없다는 거죠. 이런 소문이 나자 개인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재 평양에서 입쌀은 450원(kg), 옥수수는 130원(kg)이며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520원, 옥수수는 150원입니다.

MC: 그래도 중국에서 식량이 좀 들어오지 않습니까?

정영: 요즘 중국에서 식량이 좀 들어오긴 하나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희천발전소 건설장에 우선 공급되면서 일반 주민들까지 줄 식량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나선시로 들어오는 식량이 좀 있기는 하나 전부 보위사령부, 보위부 등 특수기관 외화벌이 회사들이 들여오는 것이어서 전부 장마당에 나가지 배급소로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국가적으로 대량 식량수입이 없다면 5~6월에는 식량가격이 또 1000원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MC: 그러면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은 어떻습니까?

정영: 현재 남한의 대북식량 지원은 지난 1월부터 추진해오던 옥수수 1만 t이었는데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부동산 동결조치와 천안함 침몰 사건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올해 중에 식량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으로부터 들여오는 식량 지원도 중단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기근을 우려해 세계식량계획(WFP)은 해마다 식량을 지원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세계 각국의 기부금이 줄어들면서 6월까지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 140만 명에게 줄 식량을 제외하고, 7월부터는 전체적으로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WFP 평양사무소장이 최근 밝혔습니다.

유엔 관계자들 가운데는 아예 WFP 평양사무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에 수십 년째 식량을 지원해주었지만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고 아이티처럼 지진피해를 당한 나라들부터 도와줘야 하는데 멀쩡한 북한을 계속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MC: 글쎄 도움도 한두 번이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은 계속 국제사회의 식량을 받아먹으면서도 자급자족을 하지 못하고 거기다 감시요원들까지 추방을 시키니 국제사회도 지원해줄 재미를 잃을 만도 하겠네요.

3. 북한 자녀 사교육비 한 달 10달러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에도 대학 진학할 자녀들을 위해 부모들이 개별 과외교육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평양을 비롯한 큰 도시를 중심으로 자녀들에 대한 개별 과외교육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개별 과외교육이라는 것은 자녀들을 상급학교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실력 있는 선생들을 고용해 지도를 받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으로 말하면 1:1 개별과외, 사교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 북한이 제일 자랑하는 것이 무료교육, 무상치료제인데, 개별과외교육이라는 게 있습니까?

정영: 물론 고등중학교에는 대학에 갈 학생들을 모아놓고 따로 공부시키는 수재반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영재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수재반은 한 개 학년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정규수업이 끝나면 모아놓고 공부를 시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체적으로 공부시키지 않고 개별적으로 선생님과 1:1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괜찮은 집안인데, 학교에서 실력이 뛰어난 선생님을 고용해서 한 주일에 두세 번 정도 과외를 받게 합니다.

선생님들은 실력 있는 다과목 소조 선생님인데, 개별 교육할 때 대학입시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을 한번 쭉 짚어줍니다. 영어, 물리, 수학, 화학 이렇게 자연과목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배워줍니다. 김일성 김정일 혁명력사와 국어과목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양시에는 이런 과외 선생들이 많은데, 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전문 돈 많은 집 아이들만 찾아다니면서 가르칩니다. 이들이 한 달 과외비용으로 받는 돈은 한 학생 당 미화 10~20달러이라고 합니다.

MC: 10~20달러면 한국에 비해 적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에서는 달러가 귀하기 때문에 10달러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노동자 한 달 월급이 2천 원가량 되는데 10달러면 북한 돈 4천 원가량 됩니다. 그 외에 선생님 생일에 선물 사줘야지, 식사대접도 시켜야지 하니까 학부모들은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외 선생님들은 한 학생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5명 정도를 돌아가면서 가르칩니다. 그러면 한 달에 약 50달러를 벌수 있는데 그 정도면 수입이 괜찮은 셈입니다.

그리고 요즘 중국어 과외교육도 인기인데요, 부모들은 앞으로 중국을 통한 대외 교류가 활발해질 것을 타산하고 자녀들에게 중국어를 공부시킨다고 합니다.

MC: 역시 북한에서도 공교육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을 사교육이 대신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정영기자, 북한 들여다보기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정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