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세계축구선수권대회(월드컵)에 출전하는 북한 축구대표팀이 재정난 때문에 해외전지훈련과 외국팀과의 평가전에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내달 9일 평양에서 열리게 될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가 화폐개혁 이후 열리는 중요한 회의로, 어떤 주제가 논의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매년 3월부터 진행되는 인민군대 초모 사업이 올해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북한 월드컵 대표팀 재정난
MC: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 축구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떻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 주민들의 관심은 오는 6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지게 될 북한 축구팀과 브라질, 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강팀들과의 한판 승부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지난 1966년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진행된 제8차 월드컵에서 북한은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꺾고 8등을 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아직도 나이 지숙한 사람들은 잘 기억하는 일이지만, 라디오로 하는 리상벽 해설위원의 현지실황중계를 들으면서 상상 속에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던 당시를 기억할 것입니다. 당시 선수로 뛰었던 박두익, 박승진, 리찬명 등 선수들은 키가 작아 ‘사다리전법’을 써가면서 상대의 큰 선수들과 대적했습니다.
비록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지긴 했지만, 당시 이름 없던 아시아의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당국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 축구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고 최상의 배려를 돌려주고 있습니다.
MC: 특히 축구대표팀과 선수들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대가 큰 것 같은데요?
정영: 북한은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여한 김정훈 감독과 정대세 선수를 비롯한 축구 선수들에게 한 날 한시에 '인민체육인' 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비롯한 상훈을 안겨주었습니다. 인민체육인 칭호는 북한에서 체육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입니다.
국제경기에 나가 우승을 한 체육선수들에게 수여하는데, 이번에 월드컵 지역 예선경기에 참가했던 대부분 선수에게 수여했습니다. 그것은 육상이나 체조 등 개별 종목과는 달리 축구는 11명이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이렇게 축구에 관심을 두는 것은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 나가 성과를 올릴 경우, 최근 김정일의 후계자로 떠오르는 김정은의 체육부문에 대한 업적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한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폐개혁 이후 흉흉한 민심을 하나로 규합시키는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MC: 한국도 2002년 월드컵 때 한 덩어리가 되었는데요, 국민들을 하나로 만드는 데 축구처럼 훌륭한 경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월드컵 예선에서 만나는 팀들은 브라질, 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강호들인데, 훈련에 품을 많이 들여야 하지 않습니까?
정영: 온 나라의 관심이 축구에 쏠린 것만큼 북한도 훈련에 힘을 넣고 있습니다. 우선 유명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려고 시도하거나 근 7개월 동안 해외에서 훈련도 하고 외국팀들과도 평가전을 갖도록 했습니다. 북한 축구팀은 작년에 프랑스에 전지훈련장을 꾸리고 콩고와 프랑스 2부 리그 팀과 친선경기를 했고, 얼마 전에는 남미와 중남미 국가들과 경기를 했습니다.
MC: 그런데 얼마 전에 북한 팀이 해외전지훈련 비용과 외국과의 평가전을 둘러싸고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정영: 축구경기가 진행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기후와 잔디 축구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해외전지훈련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해외훈련을 하고 다른 나라와 평가전을 갖자면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북한 축구대표팀이 전지훈련 비용과 평가전을 둘러싸고 아프리카 나라들과 마찰을 빚는 것 같습니다.
북한 축구대표팀이 남아공의 인근 국가인 스와질란드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조건으로 190만릴랑게니(미화 약 24만 6천 달러)를 요구했는데, 그 나라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전지훈련을 하겠다는 나라가 돈을 내야 하는데, 오히려 북한이 돈을 받겠다고 하자 그 나라가 반대한 것입니다.
한편, 오는 4월 14일 평양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나이지리아 대표팀과의 평가전도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유는 북한이 나이지리아 팀에게 평양까지 오는 항공료를 자체로 부담하라고 하자, 나이지리아 축구관계자들은 항공료를 포함한 모든 비용은 초청한 측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MC: 그러니까, 나이지리아 팀이 평양까지 가는 항공료가 없다고 하면 경기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군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
MC: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를 소집했는데, 화폐개혁 이후에 열리는 주요한 회의인데 어떤 주제가 토의될까요?
정영: 이번 회의는 화폐개혁 이후에 소집되는 회의로 혼란스런 민심을 달래고 경제부양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에 북한이 단행한 화폐개혁은 실패했습니다. 물가는 50배 이상 폭등하고 주민들의 반발이 급증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 회의를 통해 주민생활 안정과 대규모 외자유치를 위한 대책 등을 논의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MC: 최근에 북한이 외자유치를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경제기구도 국방위원회 중심으로 개편되지 않습니까?
정영: 최고인민회의 제12기는 김정일 정권 3기째인데요, 작년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이후 북한은 국방위원회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국방위원회가 중심으로 경제기구를 틀어쥐고 대풍국제투자그룹을 내세워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대풍그룹 이사장으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국방위원회 참사가 선임되고 또 그 뒤에 장성택 국방위원이 서있는 것을 보면 외자유치에 북한 고위층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C: 북한이 외자를 끌어들이자면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북한의 법은 믿을게 못되지 않습니까?
정영: 아무래도 바깥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이 법도 손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나선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했습니다. 외국 자본유치에 필요한 법들도 보강될 전망입니다. 지난 3월 2일 박철수 대풍그룹 총재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풍그룹의 외자유치와 관련해 "새로운 경제체제에 맞게 새로운 법과 규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C: 이번 회의가 최고인민회의인데, 그러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다 참가하겠는데, 그러면 얼마 전 보도된 박남기 처형설이 확인되는 것 아닙니까?
정영: 최고인민회의에는 해외출장중이거나, 병석에 있는 대의원을 제외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다 참가해야 합니다. 더욱이 박남기 부장이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회 위원장이기 때문에 처형되지 않았다면 회의장에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박남기 부장은 올해 1월 9일부터 북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도 화폐개혁실패를 인정했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졌을 것이고, 그래서 박 부장이 다시 나타나겠는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MC: 결국 박남기 부장이 주석단에 나타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의 처형설을 확정지을 수 있다는 말씀이 되겠군요.
인민군대 초모 사업 시작
MC: 이번에는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매년 3월이 되면 북한에서 인민군대 초모(징병)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정영: 보통 3월이 되면 군사동원부에서 인민군대 초모사업을 시작합니다. 북한의 시군에는 군사동원부라는 곳이 있는데, 남한으로 말하면 병무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군사동원부 안에는 부장, 부부장, 그리고 지도원들이 있습니다. 그 지도원들은 고등중학교를 몇 개씩 맡아가지고 학생들을 군대에 내보내는 일을 합니다. 군사동원부 지도원들은 수업시간에 교실에 들어와 학생 전원을 일으켜 세우고 키와 몸 상태를 보고 선발합니다. 키가 크고 몸이 좋은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가면 학생들은 “이번 대상은 호위국(김정일 경호부대)이다, 다음번 모집은 특수부대 다”는 식으로 들떠있습니다. 키가 작은 학생들은 키 큰 학생들이 뽑혀나가면 몹시 부러워합니다. 한편 남보다 키가 작아 호위국이나 특수부대에 못 간다고 실망합니다.
MC: 3월이면 학교 졸업도 못했겠는데, 그렇게 바로 데려가서 입대시킵니까?
정영: 아닙니다. 1차 검사를 하고 2차, 3차 검사까지 해야 하는데 키가 크고 몸이 좋은 학생들인데 보통 호위국이나 경보, 저격 등 특수부대에 가게 됩니다. 한국으로 말하면 해병대 같은 곳이지요. 저희가 군대 나가던 80년대만 해도 저마다 1차로 뽑히려고 군사동원부 지도원이 다가올 때면 발뒤꿈치를 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군대에 잘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군대에 나가봤자, 먹지 못해 허약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MC: 참, 뉴스를 보니까, 요즘에 북한군대에 입대하는 학생들의 키가 140cm→137cm로 낮아졌다는 보도가 있던데요, 정영 씨가 군대나가던 때는 키가 얼마나 됐습니까?
정영: 저희가 군대 나가던 시기에는 키가 148cm에 몸무게는 48kg이 되어야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아이들이 먹지 못해 키가 크지 못하자, 북한당국이 군대숫자를 채우기 위해 신체검사 합격기준 키를 140cm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그 140cm에서 137cm로 또 낮추었다고 남한의 ‘자유북한방송’이 전했습니다.
MC: 그렇게 작은 사람들이 군대 나가면 제대로 군대복무를 할까요?
정영: 한국에 나오니까 남한 사람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방 전에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보다 더 컸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한국 사람들의 키가 더 큽니다. 50~60대 나이의 한국 사람들 중에는 키 작은 사람이 많은데 10~20대의 아이들은 보통 170~180cm가 넘습니다. 이는 영양섭취와 관련되는데요, 한국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고기와 달걀, 채소 등 너무 잘 먹으니 키가 크는데 북한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먹지 못해 크지 못합니다. 한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13~18살 남북 청소년의 키를 비교해본 결과 한국에서 자란 청소년의 키가 169.2cm인 반면에 탈북 청소년의 키는 155.7cm에 달해 무려 13.5cm나 차이가 났습니다.
MC: 아이들도 한창 커야 할 때 잘 먹어야 크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북한에서 먹을 것이 더 없다고 하니 아이들의 자라지 못할 것 분명한데, 그리고도 '수령의 총폭탄'이라고 어린 소년병 같은 애들을 군대에 데려가는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정영 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북한들여다보기’ 준비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