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도 북한이 최근 잇따른 대화공세의 배경과 관련해 살펴보겠는데요. 교수님, 북한은 사실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 한편으론 긴장국면을 조성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화공세를 펼치는 '화전양면'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이런 행동양식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변함이 없다고 봅니까?
란코프: 물론 화전양면 전략은 특히 김일성 시대 많이 썼으며 성공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 이 전략은 옛날보다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어려워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래 한국이나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북한이 요구하는 양보를 받아들인다면 핵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양보를 받은 뒤 다시 긴장을 고조하기 시작하고, 보다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2008년이나 2010년까지 미국이 북한에 양보를 했던 이유는 북한이 나중에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양보를 수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한도 비슷합니다. 남한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도 있고, 대내적으로도 주민들에게 자유화 정책을 실시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바로이런 기대가 노무현, 김대중 정부가 실시했던 햇볕정책의 논리였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북한은 그렇게 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김일성 시대 매우 성공했던 화전양면 전략은 아마 김정일 사망 직전부터 구사하기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들어 이런 화전양면 전략은 다시 빛을 볼 수 있지 모릅니다.
기자: 왜 그럴까요?
란코프: 다름아닌 선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민주적 절차로 통치자를 뽑는 자유민주체제가 아닌 절대 군주정 체제입니다. 선거가 없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최고 권력자는 국민의 자유선거에 의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이전의 경험을 잘 모를수도 있고, 이전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했던 실수를 다시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하겠다는 속셈을 김정은 정권이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기자: 일부에선 지난 4월까지도 긴장을 고조해오던 북한이 최근 대화공세로 전환한 데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 정무국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부터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혹히 북중관계의 개선 조짐이 북한의 대화공세를 부추켰다고 봅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북중관계 개선이 시작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3월 초순에 중국은 역사상 제일 강력한 유엔의 대북제재를 지지했고, 미국과 연합전선을 펼쳤습니다. 물론 북한 외교관들은 이런 연합전선을 파괴하려 미친듯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공할 지는 모르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에 중국은 동남아에서 해상 충돌을 많이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베트남을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거의 다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베트남과 미국이 적대관계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베트남과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서 지금 동맹관계 수준에 거의 가깝게 되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북중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가장 기본적인 걸림돌은 물론 북핵입니다. 북한 집권계층은 핵개발을 결정했지만 중국이든 미국이든 러시아이든 일본이든 국제사회는 북핵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중국은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북한의 핵 개발을 국제 안전에 대한 파렴치한 도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도록 북한에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다른 편으로는,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많이 가하고 북한 경제가 위기에 빠지도록 한다면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바람직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중국은 남북 분단의 영구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가치가 있는 완충 지대라고 볼 수도 있고, 남북한 대립은 중국의 외교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쓸모있는 수단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때로는 북핵에 대해서 짜증이 많고 미국을 비롯한 기타국가와 함께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북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니까 김정은이 중국에 대해서 필요없는 도발이나 공세를 이 만큼 많이 하지 않았더라면 중국의 지원이나 적어도 중립적 태도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 고위대표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건 2013년 최룡해 이후 이번 리수용 부위원장이 두 번째 입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제가 보니까 현 단계에서 중국은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이러한 방문 때문에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지지하는 나라처럼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불만이 옛날보다 많이 고조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시진핑 행정부는 김정은을 초청한다면 국내에서 불만을 불러올지 모릅니다. 물론 중국은 민주국가가 아닌 권위주의 국가이지만, 정부는 모든 것을 통제하지도 못하고 민심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도 평생동안 한번도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중국과의 중-북관계 개선이 가능하지만, 김정은의 중국방문은 1-2년동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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