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안녕하세요.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이모저모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과 함께 북한의 새 지도자로 떠오른 김정은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정은은 선친 김정일과는 다를 것이란 얘기를 합니다.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공부도 했고 그래서 바깥 세상도 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김정은이 개혁 정책을 취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현단계에서 김정은 정권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직면한 비극은 이것입니다. 즉 북한 정부의 정책은 분명 경제 개발을 불가능하게 하고 국민들의 개인 자유를 빼앗은 정책이지만 이건 북한 특권계층 입장에서 보면 대안이 없는 정책이라는 사실입니다. 나라의 경제 발전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 국민들이 더 자유롭게 더 보람되게 살도록 하는 정책은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북한 지배계층의 특권과 권력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일 시대에 북한 정권이 실시했던 정책은 김정일의 개인특성과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 정책은 체제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전략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 통치배가 체제 유지하려면 이러한 정책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김정은은 현단계에서 김정일 시대 북한 간부들의 조언을 잘 듣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몇 년 후에 그가 보다 더 자유롭게 정치를 결정할 수 있게 된 뒤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택할지도 모릅니다.
변: 그렇군요. 이처럼 북한 정권이 국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 정책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특권과 공산 체제를 유지시키려는 정책을 취해왔는데요. 이런 정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란코프: 간단하게 말하면 김정일 시에 북한의 체제생존 정책은 몇 가지 기본적인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북한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피했습니다. 둘째로 국내에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국민들이 서로 아무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셋째로 국제 무대에서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외국 간섭을 가로막고, 국제사회에 협박 외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넷째로 권력 세습과 출신 성분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착오적인 사회구조를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며 비합리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게 이런 정책은 체제유지를 위해선 달리 대안이 없는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변: 사실 중국이나 베트남은 성공적인 개방, 개혁을 통해 오늘날 잘 사는 나라로 변신했는데 왜 북한은 못하는 걸까요?
란코프: 물론 중국식 개혁과 개방은 북한 경제를 살릴 것입니다. 아마도 북한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간부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체제유지는 경제성장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기를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결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쉽게 말하면 그들은 자신의 특권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복지를 희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 북한은 일반 주민에서 심지어 군 장성까지도 감시를 할 만큼 철저한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북한체제를 비판할 수 없는 상황이데요. 이런 감시체제도 체제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겠죠?
란코프: 물론 주민들에 대한 감시도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해외생활에 대해서 점차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중국으로 합법적, 불법적으로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 수 십만 명 정도 있습니다. 북한 도시에서 녹화기가 많습니다. 라디오 수신기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옛날처럼 북한을 세상에 제일 잘사는 나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감시가 어떤 것 보다 중요합니다. 북한 지배계층이 제일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인민 봉기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민중혁명입니다. 하지만 민중 혁명은 자발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반정부 단체가 없으면 혁명도 생겨날 수 없습니다.
변: 하지만 이런 주민 감시체제가 경제 개발에는 장애물 아닙니까?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감시는 경제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감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스럽습니다. 2천500만명의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수 많은 감시자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보위원도 있고 밀정도 있고 선전 선동 일군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오로지 주민들을 감시합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한 그들이지만 주민들을 감시한 덕분에 매일 고깃국에 쌀밥을 먹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주민에 대한 통제가 경제 발전을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주민감시 때문에 국내 여행을 많이 통제했습니다. 특히 김일성 시대가 그렇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마음을 먹어도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생산활동을 위해서 필요한 접촉과 인간 교류가 많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해외 관계입니다. 북한 기술자, 학자, 전문가들은 외국에서 나온 전문 책자를 받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들은 같은 연구를 하는 외국 기술자나 학자와 만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불가피하게 북한의 기술 진보를 많이 늦추는 요인입니다.
변: 그렇다면 김정은 시대에 이런 모든 시대착오적인 봉건적 유산들을 바꿀 수 있을까요?
물론 북한이 이와 같은 반동적인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경제개발을 이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체제의 잘못을 우리보다 더 잘 압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시대착오적인 체제를 유지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주체사상이든 공산주의 사상이든 어떤 사상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체제유지를 어떤 것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체제유지가 그들의 특권과 권력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지배계층은 체제유지를 위해서 경제개발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