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 북한 젊은 간부들, 낡은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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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인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김정은 체제가 올해 어떤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지 모두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특히 정책을 제대로 펼치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늙은 당간부들을 젊은 세대로 교체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하셨는데요. 이런 일이 올해부터도 가능할까요?

란코프: 아마 2013년부터 북한에서 우리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얼굴을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좋은 정책은 인민군 숙청을 마친 다음에 당 고급 원로간부들을 숙청하는 것입니다. 물론 몇 명 이상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고급 원로 간부들은 젊은 사람들로 대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정말 그런 세대교체가 가능할지 궁금한데요. 교수님이 보기에 새롭게 등장할 젊은 간부들은 누굴까요?

란코프: 북한은 민주 국가가 아니고 공화국도 아닙니다. 사실상 봉권주의 국가와 아주 비슷한 왕국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나라에서 평범한 인민 출신들은 고급 간부가 될 수 없습니다. 김정은이 임명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지금 중-고급 간부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이 될 것입니다. 북한 정치의 특성을 감안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들은 특권계층의 젊은이들 입니다. 바로 그 사람들이 김정은이 믿을 만한 참모들이 될 것입니다. 단언컨데, 그들 가운데 시골 농장주의 아들이나 시골학교 교원의 아들이나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아줌마이의 아들은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의 참모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사회 성분을 보면 빠짐없이 도당 지도원 아들이나 인민군 대장의 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사실상 봉권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변: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선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출신성분이 나쁘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없고, 그렇다 보니 결국 김정일의 측근으론 젊은 특권층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앞으로 김정은이 세대교체를 통해 진출하게 될 젊은 간부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이것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 젊은 간부들은 세계관과 사고 방식이 늙은 간부들과 큰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고 문제점이 많습니다. 사실상 그들은 현대 세계를 그리 잘 모릅니다. 그들은 외국 영화를 많이 봤고, 부모 덕분에 특권 계층의 출신으로써 해외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중국이나 유럽생활을 보았어도 그것은 방문객 또는 관광객의 눈으로 본 것입니다. 그들이 영화나 여행을 통해서 어느 나라의 모습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직접 국정에 참여해본 적이 없는 그들은 현대 경제나 정치를 움직이는 방법을 배울 수는 없습니다.

변: 그렇다면 그들이 실제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해외에 관한 책을 읽거나 장기 유학뿐 입니다. 즉 그 나라의 현대사회를 영화로 보는 것보다 정치, 경제 교과서 또는 연구서적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번역판이 거의 없기에 그들은 외국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같이 술을 마시고 즐겁게 시간을 지내는 고급 간부들의 자녀들 가운데 열심히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과거 해외 생활을 경험했어도 밤낮없이 가동하는 공장이나 정확한 경제정책을 계획하는 은행이나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개발하는 연구소와 같은 것을 직접 보진 못했을 겁니다. 그들이 본 것은 그저 영화극장이나 술집 또는 비싼 물건을 파는 고급 백화점이었을 것입니다. 젊은 간부들은 늙은 고급 간부들에 비해 해외생활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었겠지만 실은 그들보다도 많이 무식합니다. 젊은 간부들은 자기들이 현대 생활을 안다고 하지만 그들의 지식은 왜곡되고 부분적인 것입니다.

변: 그렇군요. 그런데 오늘날 북한에는 이런 젊은 간부들 말고도 여러 분야에서 현대생활을 아는 전문가들이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북한 사회의 구조 때문에 특권계층이 아닌 사람들은 비기술적인 부분에서 현대식 교육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은 정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권계층의 사람들만 외국으로 갈 수 있고, 외국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모두 다 게으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열심히 배운 사람들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문제점이 많습니다. 특권층 출신이 아닌 이상 누구든 어느 정도 기술적인 공부를 할 수 있지만 경제와 같은 비기술적인 부분에서 현대 식 교육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변: 결국 현대사회에선 나라의 발전을 위해선 기술적인 지식이 참 중요한데요.

란코프: 맞습니다. 기술적인 지식이 중요합니다. 제가 북한 인민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자녀들을 기술 대학교로 보내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순수한 기술로만 북한 정치와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일 처음엔 현재의 경제관리 체계를 바꾸고 경제가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사회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에서도 경제개발과 발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기술 도입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말에 시작한 개혁은 중국 경제 성장 및 중국 사람들의 생활향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런 개혁은 기술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와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에서 이와 같은 정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실권을 가지고 있는 늙은 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을 대체할 젊은이들도 문제점이 심각할 것 같습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2013년 김정은체제의 과제에 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