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순서에선 올해 북한의 대외정책과 관련해 살펴볼까 합니다.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큰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지난해 4월에 이어 12월 미국과 국제사회가 그토록 반대한 장거리 로켓발사 실험을 강행해 대외정책에 있어 여전히 호전성을 드러냈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김정은 정권도 김일성이나 김정일처럼 대외정책에 있어 호전성을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기본 목적은 미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희망과 달리 국제사회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직후 제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미국이 깨닫는다면 이걸 막기 위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1년이나 2년 뒤엔 북한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대표적인 북한의 '협박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장기적으로 고려해본다면 북한은 미사일 개발과 핵 개발을 통해서 미국으로부터 중요한 양보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 말씀하신 대로 북한이 과거 미사일과 핵개발을 통해 미국에서 중요한 양보를 얻어내려 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로켓 발사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일단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겠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미사일 발사 때문에 북한의 국제관계는 열악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대미 관계도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는 단기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볼 때 아마도 몇 개월이나 일년 후에는 결국 서로 대치하기 보다는 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일 것입니다.
변: 결국 김정은 정권의 올 한해 대외 정책은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봐야 할까요?
란코프: 맞습니다. 국내 정책과 마찬가지로 대외 정책에서도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의 정책과 달라질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북한의 대외 정책은 주로 국내 정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보니 지금 북한이 대외 정책을 추구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가안보이고, 또 하나는 외국에서 지원을 얻는 것입니다.
변: 그럼 첫 번째, 즉 국가안보 문제부터 살펴보지요. 북한이 그토록 안보에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은 외국의 공격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외에서 이러한 전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층은 북한이 외부 세계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고 또한 해외 세력에 의해 정권교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거리 로켓과 핵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안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은 국가안보의 보장보다는 북한 체제의 유지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빈약한 북한 경제를 감안할 때 미사일과 핵 개발은 그에 따르는 엄청난 소요 비용 때문에 김정은 정권에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유지를 최고의 목표로 생각하는 북한 정부는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변: 그렇군요. 하지만 국가안보란 측면 말고도 경제개발이 필요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당장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게 훨씬 더 급하고 중요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북한이 왜 경제지원을 받아내는 게 그토록 중요한지는 북한 경제구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주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지만 동시에 국내에서 정치적 위기와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식 개방을 해도 체제를 유지할 순 있겠지만 심각한 경제위기라는 부작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혁과 개방 없이는 북한 경제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는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고는 내부의 잠재력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해외에서 지원을 받아야 체제를 유지할 수도 있고, 대규모 기근과 같은 사회적 재앙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 원조가 절실한데도 유독 조건 없는 지원을 바라고 있는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 원조를 얻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특히 해외에서 조건 없는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바꿔 말해서 외부에서 제공하는 식량과 소비품을 마음대로 이용하면서도 이를 지원한 국가의 분배 감시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아 이를 우선 간부들을 비롯한 특권계층에 줌으로써 그들의 정치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 그렇다면 북한이 해외로부터 조건 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물론 방법은 다양하지만 북한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협박외교'입니다. 북한은 핵 개발이나 미사일 개발을 한 뒤 외부세계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을 경우 이와 같은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식의 약속을 합니다. 이것은 북한이 20여년 전부터 외국에서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아 온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유용한 방법이 아닙니다. 북한은 강대국의 다툼과 갈등을 잘 이용하여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협박 외교를 통해 지난 15년 동안 평균적으로 해외에서 매년마다 70~80만 톤의 식량을 얻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올해 김정은 정권의 대외 정책 문제와 관련해 란코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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