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 북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

리금조 상무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정부경제무역대표단이 10일 만경대를 방문하고 평양시내 여러 곳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리금조 상무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정부경제무역대표단이 10일 만경대를 방문하고 평양시내 여러 곳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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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이신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1990년대 들어 냉전이 종식되고 구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면서 북한도 결국은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바로 이웃국가인 중국의 지원 덕분에 붕괴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버텨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 보면 이런 과도한 중국 의존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까요?

란코프: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요즘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북한 무역구조를 보면 중국과의 무역이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 입니다. 이렇게 높은 중국 의존도는 북한 정치인들이 보기에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중국은 무역 대상일 뿐만 아니라 조건 없는 지원을 가장 많이 해 주는 나라임에도 그렇습니다.

변: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북한을 이처럼 경제적으로 지원하기도 하고 무역도 할까요?

란코프: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대한 지지는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대외 정책과 관련해 동북아시아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에서 남북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중요한 완충지대입니다. 남한 국력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통일이 되면 거의 불가피하게 남한 주도하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중국이 원하는 구도가 아닙니다. 중국은 남한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한 남북한이 나중에 하나가 되어 통제하기 어려운 통일국가의 출현을 중국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위기가 발생할 것을 절대 환영하지 않습니다. 이 지역에서 위기가 터지면 중국의 경제 성장과 국내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노선은 북한에 소규모의 경제 지원을 계속 제공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중국에게서 식량 과 소비품을 계속 지원 받는 한 흔들릴 가능성은 덜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중국이 원치 않는 남북 통일도 오지 않고, 중국이 무섭게 생각하는 동북아시아의 불안정과 혼란도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변: 그런데 앞서 말씀 하셨듯이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중국이란 한 나라에만 의존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그래서 북한 역사를 보면 1950년대 말부터 북한은 소위 '후원 국가'를 몇 개 정도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북한은 후원 국가들이 서로 미워하고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60, 70년대 북한은 소련과 중국 사이의 경쟁과 대립을 잘 이용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북한은 소련 측에서도, 중국 측에서도 조건 없는 지원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사실상 김일성 시대에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도 등거리 외교를 잘 활용해 얻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게 오늘날 중국처럼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후원국가가 하나밖에 없다면 이런 국가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정치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처럼 지원을 받은 입장에선 중국처럼 지원을 주는 나라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원 국가가 몇 개 있으면 사정은 다릅니다. 지원을 받는 국가가 이런 후원국가의 대립을 잘 활용하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북한의 전략입니다.

변: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오늘날 중국이란 나라밖에 후원국가가 없으니 아무래도 중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는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하려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란코프: 맞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 지원과 무역을 압력수단으로 이용해 북한정부에 압력을 가한 적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국이 앞으로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남한에서 지원을 얻으려 노력해왔습니다. 남한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8년까지 대북지원을 많이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북한 측은 조건이 따라붙는 지원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명박 정부 시대엔 남북 교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미국도 북한이 2009년 제2차 핵실험을 하자 대북 지원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시대의 대외정책을 보면 한편으론 중국과 경제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이나 한국에서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기본 목적입니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지원을 이용해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을 막으려고 합니다.

변: 북한은 대북 강경기조의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는 지난 5년 간 거의 상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월25일이면 남한에 박근혜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 새 정부를 향한 정책은 어떨까요?

란코프: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것은 포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올 한 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남한의 대통령 선거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를 대체할 새 정부는 대북정책을 온건 기조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 측은 남측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더 많은 경제 지원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북한의 희망대로 이런 경제 지원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남한에게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북한은 종전처럼 군사 긴장을 고조시키고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안함과 사건과 연평도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새 정부가 북한에 지원을 한다면 시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변: 그렇군요. 그런 식이라면 결국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도 선친 김정일의 정치노선과 아주 비슷한데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오늘날 북한 정권이 객관적인 조건을 고려한다면 김정은에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김정일 시대의 대외정책은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 때는 현상 유지 및 지도계층이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상유지가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김정은과 그 측근들도 그런 정책을 바꾸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