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17] 북한주민, 통일 후 삶 지금부터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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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를 이모저모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대담에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그간 이 시간을 통해 북한이 단기적으론 치명적인 정권위기를 연장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요. 과연 북한의 붕괴가 언제, 어떤 식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북한 체제가 영원히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북한에서 중국 개혁과 개방처럼 단계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체제는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미래를 제일 잘 보여주는 나라는 독일입니다. 물론 이러한 체제 붕괴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또 체제 붕괴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남북통일은 제일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생각됩니다.

변: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이 지금처럼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은 채 장기적으로 지속하긴 불가능하고, 결국은 붕괴돼 남한에 흡수통일이 될 가능성이 많다" 는 뜻으로 들립니다. 사실 남북통일은 한국인이 모두 꿈꾸는 것 아닙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좋긴 해도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적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상 통일 직후 남한도 북한도 적지 않은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말하면 북한 사람들의 생활은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 지금 쌀밥의 맛을 잊어버린 사람은 매일 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옛날 자전거를 타는 북한 사람은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 후 문제는 많을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제일 큰 문제는 통일 이후에도 북한 주민들이 남한 주민을 능가하는 생활수준을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통일 됐으니 이젠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같은 나라이긴 해도 북한 사람들이 통일 전 북한에서 수십 년 동안 '우물 안의 개구리' 생활을 했으니, 그간 바깥 세계에서 현대 사회가 얼마나 발전했고, 또 그런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현대 기술을 하루 아침에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남한 사람처럼 일을 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통일 이후 남한주민들에 비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 격차는 많이 줄어들겠지만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변: 하지만 남북통일이 되면 결국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의 삶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까요?

란코프: 통일 직후 북한 사람들은 생활 수준이 종전보다 많이 좋아져 아주 즐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들은 자신의 생활과 남한 주민들의 생활을 비교하기 시작 하게 될 것이고 불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북한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통일 이후의 삶을 고려하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즉 그런 북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통일 이후 등장할 사회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변: 북한 주민들이 통일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라는 말인가요? 돈이라도 저축해야 한다는 뜻입니까?

란코프: 돈을 저축하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지금 북한에서 중국 위안으로 500위안이면 큰 돈입니다. 매 월마다 500위안씩 버는 가족은 잘사는 가족입니다. 그러나 통일 이후 북한 물가는 남한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 500위안은 결코 큰 돈이 아닙니다. 이것은 평균적인 남한 사람이 하루 동안 버는 돈입니다. 물론 지금 장사를 비교적으로 잘하는 북한 사람은 중국 돈으로 수만 위안을 저축한다면 괜찮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 이후 50,000원이든 100,000원이든 그 정도 돈으론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돈이 아닐 것입니다.

변: 북한 주민들이 통일 후 돈을 저축하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저축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사실 돈과 같은 현금 재산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완전히 무시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다릅니다. 부동산은 통일 이후 많이 비싸질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돈이 있는 북한 사람들은 좋은 집을 구입한다면 통일 이후에도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만 들어봅시다. 나는 구 소련사람입니다. 소련에서 1980년대 주택 매매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에 나는 작은 집을 샀습니다. 당시 집 가격은 미국 돈으로 2,000달러였습니다. 중국 돈으로 보면 13,000위안 정도입니다. 지금 이 집의 가격은 미국 돈으로 50,000달러 정도입니다. 중국 돈으로 보면 300,000여 위안입니다. 20년 동안 25배나 증가했습니다.

부동산을 구입하면 제일 좋은 방법은 단독주택, 북한 말로 '땅집'입니다. 아파트는 이 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아파트는 아주 옛날 아파트인데 통일 이후 새로운 아파트를 많이 짓게 될 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 아파트는 값을 많이 올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단독 주택이면 주택 값보다 땅값이 더 중요합니다. 땅 값은 손해보지 않는 것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언젠가 찾아올 통일에 대비해 북한 주민들이 미리 미리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