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안녕하세요.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이자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입니다. 지난 시간에 북한 주민들이 통일에 대비하는 방법에 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 주민들이 통일에 대비해 현금을 저축하는 것보단 집과 같은 부동산을 구입하는 게 더 낫다고 하셨는데요.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란코프
: 제가 볼 때 부동산을 구입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교육입니다. 자기 교육도 중요하지만 자식들의 교육은 보다 더 중요합니다. 미래를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자식을 위해 교육에 투자한다면 참 좋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에서 벌 수 있는 돈은 통일 이후 하루아침에 아무 가치가 없는 종이 조각이 될 것입니다. 지금 고급 주택으로 생각되는 집은 옛날 초가집과 별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어떤 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교육을 높이 평가합니다.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움직이는 사회’라고 선전합니다. 사실상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지식과 기술이 움직이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는 북한의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교육시키려 많이 노력해야 됩니다.
변: 교육도 참 종류가 많은데요. 어떤 교육이 과연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새 삶을 대비하는 데 좋을까요?
란코프
: 물론 필요 없는 교육도 있고 필요한 교육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자녀의 능력에 맞는 교육, 자녀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가장 전망이 좋은 교육은 기술이나 과학 분야이지만, 막상 학생들이 이것을 싫어하면 어떤 성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의 능력과 재미는 교육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 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 어떤 분야가 특히 값어치가 있을까요?
란코프
: 예를 들어 봅시다. 통일 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위대한 수령 혁명역사나 위대한 령도자의 혁명활동과 같은 과목은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과목의 내용을 보면 거의 다 거짓말 입니다. 쓸모 없는 거짓말 입니다. 주체철학 사상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왜곡된 내용과 거짓말을 뺀 과목을 빼면 교육은 다 가치가 있습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가치가 없는 교육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치가 더 높은 과목도 있고 덜 높은 과목도 있습니다.
기술분야를 보면 컴퓨터는 제일 중요합니다. 현대 세계에서 컴퓨터 기술은 기본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기술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자녀들에게 컴퓨터를 많이 가르쳐줘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어렵게 사는 북한 가족들이라 하더라도 컴퓨터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컴퓨터를 완구처럼 노래를 하는 기계처럼 쓰는 것보다 컴퓨터 기술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 정착한 북한 출신들은 컴퓨터를 잘 몰라서 생활하는 데 고생이 많습니다. 현대세계에서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옛날 시대 문맹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변: 사실 오늘날 세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정보과학의 시대로 변해가고 있는데요. 특히 컴퓨터를 근간으로 하는 정보통신 분야에선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데요. 그런 점에서 자연 과학도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란코프
: 자연과학도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기초 과학은 적은 기술보다 더 좋은 선택입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 기술자체는 통일 이후 별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북한 기업소 대부분은 기술 역사 박물관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물리학, 수학, 화학 등과 같은 기초과학은 통일 이후에도 가치가 있는 지식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북한 학교 문화를 감안하면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기초과학을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아마 남한 학생들보다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다면 좋겠습니다.
변: 지금 컴퓨터와 과학이 유망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밖에 다른 분야를 꼽는다면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란코프
: 기타 과목을 보면 외국어는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 미래를 감안하면 제일 중요한 외국어는 중국어와 영어입니다. 물론 일본말이나 러시아 말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영어와 중국어는 기본입니다. 북한 정권은 자력갱생을 운운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하자원이 별로 없지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러한 나라는 경제 고립보다 수출과 수입, 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발전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처럼 고립경제를 건설하는 것보다 세계경제에 많이 참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제 전략은 남한이 경제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이유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이후 3대째 세습돼온 독재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외국어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요. 오늘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국민들이 영어를 모르면 취업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사업을 하는 데도 애로가 많을 만큼 영어를 배워두는 게 참 중요한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의 부모들도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란코프
: 현대세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국제 언어는 영업니다. 영어를 모르면 무역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 기술, 과학을 배우지 못합니다. 유감스럽지만 현대세계에서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 대부분은 영어를 잘 모릅니다. 이것은 바로 문제입니다. 또 한반도의 전략적인 위치를 감안하면 중국도 너무 중요합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중국은 통일 이후에도 중국과 무역, 중국과 교류가 너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어를 잘 아는 것은 중요한 장점이 될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지금 북한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많이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통일 후 준비형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통일 뒤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면 교육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 그렇습니다.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교육 자체는 아주 중요합니다. 별로 쓸모 없는 교육처럼 보이는 것까지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무용, 아니면 태권도와 같은 것은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합니다. 제가 이 시간을 통해 북한 청취자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즉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또 통일된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자녀들을 잘 교육시켜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김정은 독재는 조만간 무너질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보다 더 좋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준비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통일 후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많지만 교육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은 장차 남북통일에 대비해 북한 주민들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자기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라는 점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