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빈약한 무역, 경제 피폐 심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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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한의 대외 무역구조의 문제점에 관해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국가들을 보면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해외에 팔고, 그렇지 않은 물건은 수입하는 식으로 서로 무역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의 세계를 '국경 없는 세계'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유독 무역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은 참 특이한 나라가 아닙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제가 보니 북한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북한이 다른 나라와 무역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제무역 통계를 보면 북한 인구는 2천4백여만명으로 남한 인구에 비해 거의 절 반도 안 됩니다. 무역량을 비교해 보았을 때 남한의 무역은 지난해 말 현재 수출이 5천128억달러, 수입이 4천871억달러로 세계적으론 8번째로 무역량이 큰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의 무역량은 고작 수십억 달러에 불과한 북한의 무역량 보다 170배나 더 큽니다. 그러다 보니 남북 경제 규모 격차도 아주 심합니다. 또한 남북한 무역규모 격차는 남북한 경제력 격차보다 더 심합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은 무역을 거의 하지 않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변: 북한이 이처럼 국제 무역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데는 북한이 자초한 국제적인 고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실험 때문에 유엔의 제재로 상당히 고립돼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6년에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한 다음 곧바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무역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조건이 불가피하게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유엔 제재가 북한의 무역을 가로막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오늘날 북한의 무역구조를 보면 무역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북의 핵개발에 대한 불만이 많고, 유엔안보리의 경제 제재에도 동참했지만 여러 가지 전략적인 고려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06년 북한이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기 이전 무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 때도 당시 무역 규모는 지금보다 더 작았습니다.

변: 그러니까 북한이 무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반드시 유엔의 국제제재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란코프: 맞아요. 북한이 오늘날 대외 무역을 잘 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김일성 시대에서 비롯해 아직도 남아있는 자력갱생 원칙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 경제의 객관적인 구조입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서로 연관성이 있지만 별도로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변: 그럼 '자력갱생'이란 원칙부터 좀 살펴보지요. 자력갱생이란 말 그대로 내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는 것 아닙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김일성 시대인 1960, 70년대 북한은 자력갱생 원칙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노동당은 대외 무역과 국제협력을 필요하긴 하지만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즉, 필요악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무역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규모는 적을수록 좋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일제시대의 영향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에서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1930년대 한반도를 식민 지배하던 일본 제국은 '자력갱생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이름까지 비슷합니다. 중국의 영향 또한 없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의 공산당 지도자인 모택동 주석도 재임 시절 자력갱생 원칙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변: 그런데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력갱생 원칙을 김일성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고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자력갱생이라는 말은 일제 군국주의자들이 많이 사용했습니다. 1950, 60년대의 중국 공산당원들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그들은 이 원칙을 왜 중요하게 생각하였을까요? 일제시대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세계에 대한 침략을 준비했을 때 무역을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무역을 하는 나라가 불가피하게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게 되면 그 나라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엔 이 나라의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제국은 외국 압력을 배제하고, 침략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 대외 무역을 가능하면 적게 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변: 사실 무역을 하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전쟁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무역을 권장하는 데 일본 제국은 반대의 정책을 취했군요. 그런데 일제의 경제 정책을 북한 김일성이 원용했다는 말씀인가요?

란코프: 북한의 김일성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1960년대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은 무역을 이용하여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 지도자들은 설령 다른 나라가 압력을 가할 경우에도 북한은 김일성이 선택한 정치노선을 쉽게 펼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무역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들의 우려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소련과 정치관계가 나빠진다면 소련이 북한 경제에 필요한 부속품이나 재료의 수출을 중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치압력수단으로 수출 중단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김일성 시대의 북한 지도자들은 대외 무역 의존도가 적을수록 좋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변: 당시 김일성 입장에서 보면 대외의 압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무역 의존도를 줄이려 한 것은 국가의 이익 입장에서 보면 좋은 것으로 판단했나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보면 결코 좋은 정책은 아닙니다. 김일성을 비롯한 지배 계층의 입장에서는 물론 그런 정책이 합리주의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느 나라라도 대외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정치를 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역을 하지 않는 나라가 자체적으로 경제 개발을 이룩한다는 것은 어렵고, 경제 개발이 안 되면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은 자본도 그리 많지 않고 인구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당시 필요한 물건을 국내에서 다 생산해 내지 못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무역구조 문제점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