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인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여행 문제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지요. 절대 다수 북한 사람들은 국내에서 이동할 자유도 제한돼 있어 해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텐데요. 그에 반해 자유세계인 남한에선 누구든 여권만 있으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과 남한은 차이점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해외 여행 자유 만큼 남북 사회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없습니다. 북한 사람 대부분은 해외로 가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합니다. 해외에 간 사람들은 국가의 지시를 받고 간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면 60년대 말부터 수 많은 북한 노동자 들은 구 소련에 가서 시베리아에서 벌목을 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물론 간부의 자녀들도 외화벌이 사업 때문에 외국으로 갑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경영하는 식당은 세계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런 식당에 취업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북한 간부의 자녀들입니다.
변: 북한 당국은 왜 이처럼 주민들의 해외여행을 막고 있는데요. 북한에선 해외여행이 무슨 특권이라도 됩니까?
란코프: 북한에서는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중요한 특권입니다. 북한 경제에서 외화가 힘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국 달러, 일본 엔, 유럽의 유로, 그리고 특히 중국 위안화는 힘이 너무 많습니다. 북한에서 외화가 있으면 부자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러시아 사람이면서 구 소련 출신입니다. 과거 소련에서 외국으로 가는 것이 북한만큼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화벌이 때문에 외국으로 간 사람들은 1960년대 70년대까지도 소련에서는 부자들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북한에서 일반 국민들도 여권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으로 장사를 하러 간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그들은 중국을 가는 이유로 친족 방문을 꼽지만, 실은 장사 때문에 갔습니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중국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 입니다. 북한 인민 절대 다수는 지금도 외국으로 가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합니다.
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천2백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해외를 갔다 왔고, 남한을 찾은 외국인도 1천만명을 넘었는데요. 하지만 북한 사람들과 달리 남한 사람들은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차이가 많죠?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남한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원래 남한에서도 일반 평범한 주민들은 과거 외국으로 가기가 어려웠습니다. 1960~70년대 남한도 정치적으론 독재 국가였습니다. 독재국가이면 세계 어디에나 정권이 국민들을 고립시키려 노력합니다. 그 때문에 1980년대 후반까지 남한에서도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북한만큼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남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 때나 외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여권을 신청하면 일주일 이내에 자동적으로 나옵니다. 누구나 여권을 받으면 아무 때나 비행기나 배를 타고 외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변: 말씀하신대로 남한에서 해외여행은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는 돈인데요. 가난한 사람도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느냐죠.
란코프: 참 좋은 질문입니다. 남한 사람들의 해외 여행을 보면 이러한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작년 통계를 보면 외국에 갔다 온 한국 사람들은 1천270만명 정도였습니다. 남한 전체 인구를 4명에 한 명꼴로 해외여행을 한 셈입니다. 이처럼 남한 사람들은 외국에 많이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너무 많이 갑니다. 지난 십 여년 동안 남한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외국에 제일 많이 가는 민족이 되었습니다.
변: 남한 사람들은 대개 어떤 이유로 외국에 나갑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어느 나라를 관광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심합니다. 대부분 일 때문에 외국에 가는 북한 사람들과 달리 남한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관광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나라, 다른 사회, 다른 문화를 즐기러 갑니다. 게다가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닌 단체로 나갑니다. 그들은 여행사를 찾아가 자기와 같은 나라로 가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출발합니다. 단체 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체여행은 개인 여행보다 많이 싸고 안내인이 따라 붙습니다.
변: 그러니까 개인관광보다 단체관광을 하면 경비를 훨씬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남한 사람들한테 인기가 좋다는 거겠죠? 실제로 남한에선 여름철만 되면 해외관광을 하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적거리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남한 신문을 보면 해외 관광에 대한 광고가 많이 나옵니다. 가격은 나라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일 저렴한 나라는 이웃 중국입니다. 중국은 물가가 비싸지 않고 중국과의 거리도 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하이나 베이징을 사흘 정도 구경하려면 40만원 정도면 됩니다. 미국 돈으로 계산해 보면 약 370달러, 중국 돈으로 계산하면 2500위안 정도입니다. 여기엔 비행기 값과 식사비, 숙박비가 다 포함됩니다. 2010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410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남한 사람들에게 370달러는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남한에서 평균 월급은 250만원, 미화로 약 2천3백달러 정도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 사흘 여행비용은 매월 벌어들이는 소득의 1/6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이만큼 많다는 것은 놀랍지 않습니다.
변: 그러니까 해외 여행의 자유는커녕 국내여행조차 자유롭지 못한 북한 사람들에 비해 남한 사람들은 비교적 풍족한 소득 덕분에 중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를 마음대로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란코프 교수와 함께 하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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