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파기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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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최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추가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6자회담의 폐기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를 무력화하고, 1991년 남북불가침선언, 1953년 유엔과 체결한 정전협정까지도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는데요. 심지어는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핵공습 위협까지 했는데요. 북한이 이처럼 전례없이 초강경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요즘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겨냥하는 위협과 협박을 유난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강력하게 대응하게 만든 것은 최근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강조한 UN안보리 결의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 결의를 북한에 대한 침략행위로 주장하고, 이런 저런 협박 및 위협을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변: 말씀하셨듯이 유엔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맞서 유엔결의 2409호를 채택했습니다. 결의안 내용을 보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금융자산의 이동 혹은 금융서비스를 금지하고, 수출입 물품을 적재한 항공화물에 대한 제재를 담고 있는데요. 과거 유엔 제재결의에 비해 더 강력하고, 중국도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결의안이 채택된 뒤 이를 전면 배격하고, 이 같은 결의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산물로 규정했지 않습니까? 북한측 주장 일리가 있습니까?

란코프: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벌써 20여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국제사회 국가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온 핵무기 비확산, 구체적으론 NPT 즉 핵확산금지조약을 무너뜨리는 정책을 실시해왔습니다. 북한은 이번 유엔 결의안이 미국의 주도해 통과되었다고 했지만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사실상 안보리 회원 국가들은 빠짐없이 이 결의안에 찬성하였습니다. 미국과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중국도,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변: 맞아요.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이번 유엔 결의안에 동조했는데요. 왜 그럴까요? 그건 북한이 핵으로 반드시 미국과 남한, 일본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돼서 그럴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국제정치적 요인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 지도부에서 어떤 사람들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지나친 영향을 억제하면 좋을 것이라고 가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을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의 미국이나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이 나중에 다른 국가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나쁜 전례입니다. 북한은 핵을 불법으로 개발한 나라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핵을 개발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뿐입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처음부터 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핵 확산금지조약에 서명하는 것은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의미합니다. 인도든 파키스탄이든 처음부터 핵 개발을 의지를 표시했고,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쯤 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하였습니다. 바꿔 말해서 북한은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북한 정권만큼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이를 어긴 정권은 없습니다.

변: 그렇군요. 그런 점에서 러시아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너무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란코프: 맞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 보유국가로 인정을 받는다면 북한처럼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하고 약속을 어기는 나라가 많이 나타날 것이고 결국 국제사회의 핵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러시아도 중국도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을 너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처럼 국제상황이 안정돼야 경제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러시아도 중국도 북한이 핵 개발을 더는 하지 못하도록 이번에 유엔 결의안에 찬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유엔제재 결의를 배격하면서 다시 한번 북한을 반대하는 세력이 미국뿐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사실상 북한 핵 개발을 지지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변: 북한은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뒤 사상 최고조의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이런 위협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북한의 선제공격 위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북한측은 이와 같은 공갈을 한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2009년에 제2차 핵실험 뒤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도 정정 협정의 백지화 선언을 이미 했습니다. 또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위협은 1993년에도, 2003년에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10년에 한번 꼴로 하는 위협입니다. 그러나 지난 경험이 잘 보여주듯 북한측의 위협은 항상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위협은 UN안보리 결의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표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언론도 북한의 이런 태도를 집중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은 호전광 집단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변: 지금 말씀하신 대로 북한이 호전광들의 집단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까?

란코프: 아닙니다. 호전광이란 무엇입니까? 호전광이란 전쟁을 매우 좋아하고 전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북한 지배 계급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내심 전쟁을 무서워합니다. 그들은 핵 무기에도 불구하고 일단 전쟁을 시작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 지배 계층은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호전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호전광처럼 행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호전광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호전광이 아닙니다. 이웃나라 정치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북한의 위협과 협박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