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23] 북한, 주민의 사상오염 우려 해외여행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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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 북한 주민들의 해외여행 문제에 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도 이 문제를 좀 더 살펴보지요. 북한 주민들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조차 특별한 허가 없이는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지만 남한 사람들은 중국을 가장 많이 여행하는데요. 남한 사람들은 중국 말고도 다른 나라를 많이 여행하지요?

란코프: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보면 남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여행하는 국가는 일본, 미국, 그리고 동남아의 여러 국가들입니다. 일본은 가깝지만 국내 물가가 너무 비싸 남한 사람들이 중국만큼은 많이 가지 못합니다. 중국의 경우 사흘여행은 40만원 정도이지만, 일본의 경우 사흘 여행의 가격은 60~70만원 정도입니다.

동남아 국가도 인기가 좋습니다. 특히 태국,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은 인기가 제일 높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도 국내 물가는 쌉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로 가는 길이 멀어서 비행기표가 조금 비싼 편입니다. 베트남이나 태국 여행은 일본 여행처럼 60~70만원 정도입니다. 미국 돈으로 570~670달러 정도이며 중국 위안으로 계산하면 4000~5000위얀입니다. 물론 250만원, 즉 2300달러를 버는 남한사람의 평균 월급을 감안한다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변: 유럽이나 미국, 또는 중동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지역적으로 멀다 보니 경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란코프: 맞습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중동이든 비싼 편입니다. 거리가 멀어서 그렇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으로 아니면 러시아로 가려면 비행시간은 9시간 10시간 13시간 까지 걸립니다. 결국 이 지역으로 가는 비용은 적어도 150만원입니다. 300만원까지 비싼 데도 있습니다. 이 정도 경비는 남한 노동자나 교원이 한달 정도 버는 돈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은 유럽에 대해 관심은 많으나 그리 많이 나가지 못합니다. 잘 사는 사람들이나 유럽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물론 갈 수 있지만 대부분 남한 사람들은 경비 때문에 유럽으로 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합니다. 2011년 기준으로 보면 거의 10만명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처럼 많이 가는 이유는 유럽 문화의 매력 때문입니다. 특히 프랑스나 영국, 이태리 등은 한국에서 문화적인 인기가 대단히 높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아서 프랑스의 파리나 이태리의 로마로 여행을 간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변: 이처럼 남한에선 해외 관광으로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 말고도 다른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도 참 많지요?

란코프: 물론 외국으로 간 사람들이 다 관광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출장으로 가는 사람들은 비록 소수인 하지만 적지 않습니다. 또 유학으로 간 사람이 많습니다. 최근에 남한은 세계에서 유학을 많이 가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통계를 보면 지금 해외에서 유학하는 한국 대학생들은 약 29만명입니다. 그들 중에 7만명은 미국에서, 6만명은 중국에서, 나머지 2만명은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습니다.

변: 지금 유학 얘기를 하셨는데요. 아무래도 해외 유학이 남한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힘들다고 봐야죠.

란코프: 물론 유학을 하려면 대부분은 비용이 듭니다. 국가별로, 또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이나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교에 다니려면 등록금이 한 해에 3천만원, 미화로 약 2만8천달러가 넘기도 합니다. 남한 보통 사람들의 평균 월급을 고려하면 이렇게 유학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입니다. 그러나 유학하러 간 남한 젊은 이들을 보면 그들 가운데 이렇게 비싼 대학교에서 유학으로 간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결코 높지 않습니다. 사실상 몇%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중국에서 유학하려면 학비, 숙소비, 식비 등을 포함해도 6~7백만원 정도, 미화로 약 5백70달러~6백80달러정도 나옵니다. 이것은 남한에서 잘 못사는 사람들에게도 별로 큰 부담이 아닙니다. 그래서 잘 못사는 집의 자녀라 해도 중국어나 중국 문화,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큰 부담 없이 중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습니다.

변: 그런데 해외 유학을 간 남한 학생들 가운데는 공부를 마치고도 귀국하지 않고 그 나라에 정착하는 경우도 많지요?

란코프: 국비 장학생으로 나간 학생들이 반드시 귀국해야 하는 북한에선 남한 사람들이 해외 유학을 하고도 귀국하지 않는 게 이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나 보통일 입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외국에 유학한 사람들은 공부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을 겁니다. 외국에서 배운 세계 기술과 현대 지식을 한국 경제의 더 빠른 발전을 위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령 이들이 귀국하지 않고 외국에서 남아 있는 유학생 출신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 사람 대부분은 해외에 정착해도 대부분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한국과의 경제교류, 기술 교류에 많이 참여합니다. 그들은 한국을 외국과 잇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유학생들은 한국의 눈부신 경제 개발에 많이 참여한 사회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의 숫자는 남한보다 훨씬 낮습니다. 수 백배 정도 낮은 수준입니다. 또 북한의 경우 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은 중요한 기술 지식을 갖고 있지만 감시 대상으로 살아야 합니다.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부르주아 사상, 수정주의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습니다.

변: 그러니까 북한 당국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사상에 오염될 까봐 주민들의 해외 여행을 막는다는 말이군요.

란코프: 북한 정부가 주민들이 외국으로 많이 갈 수 없게 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이미 여러 번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북한 정부가 제일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외국생활, 특히 남한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는 외국여행을 허용하지 못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외국으로 많이 가게 된다면 알지 말아야 하는 지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북한 사회가 얼마나 낙후 된지 알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위험한 현실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 주민의 해외여행 문제에 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