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주민,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의구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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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지도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런 만큼 요즘 북한 사람들이 전임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탈북자들과 이런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해볼 기회가 있으셨나요?

란코프: 저는 최근에 북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 보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보다는 제 3국에서 체류하는 북한사람들이 최근에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다음에 북한의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느낌이 있습니다.

변: 네, 김정은 시대가 들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감지된다는 말인데요. 궁금하군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란코프: 제가 북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체제에 대한 실망이 생각보다 큽니다. 북한에서는 체제에 공개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이제 국가나 당에 대해서 희망을 갖지 않습니다. 그들은 15년여동안 국가의 도움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그들에게 정권은 필요 없는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

변: 그래요? 사실 점점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이웃인 남한은 물론 세계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알게 되면서 내심 체제에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할 텐데요.

란코프: 맞아요. 실제로 수 많은 북한 사람들은 외국에서 나오는 소식을 듣거나 중국이나 남한을 비롯한 주변 국가의 발전을 보면서 정부의 정책노선에 대해서 짜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 나오는 소식 덕분에 수많은 북한 국민들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낙후가 된 곳인지 중국이나 남한보다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불만족을 표하고 있습니다.

변: 문제는 이런 불만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잘은 알 수 없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도전에 부딪힐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 사람들이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정권이 경제개혁을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지만 혁명이나 봉기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하지 않습니다.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 사이에 김정은 제1위워장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직 많다는 점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 정권이 어떤 개혁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어쩌면 이러한 개방과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점이 약간 모순입니다. 물론 어느 나라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을 때 그에 대해 희망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변: 교수님은 구소련 출신인데요. 지금 북한의 분위기는 과거 소련의 어느 때의 분위기와 비슷합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 소련 역사에서 현재 북한과 가장 비슷한 시절은 1970년대 말입니다. 당시에 소련 사람들은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희망을 거의 다 버렸습니다. 정부 언론은 완벽한 공산주의 국가의 건설을 운운했지만 소련 사람 대부분은 이러한 주장은 어린이들도 믿기 어려운 것이라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에 국가 사회주의에 대한 희망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도 소련 사람 대부분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포용할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이 바랬던 것은 개량된 사회주의 즉, 새로운 방식의 사회주의였습니다.

변: 하지만 구소련이 멸망한 뒤 러시아가 들어선 뒤 국민들은 사회주의를 반대하지 않았나요?

란코프: 1980년대 말에 들어와 개량된 사회주의에 대한 기대는 결국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당시 1980년대말 소련 사람들도 국가 사회주의경제가 아닌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서만 경제성공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벌써 1980년대 말 이야기 입니다. 1970년대말까지도 구소련에서 자본주의를 공개적으로 많이 지지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변: 이처럼 70년대 말까지도 자본주의를 지지한 소련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생각이 바뀌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글쎄요. 저는 1980년대 말 소련의 정치개혁운동을 겪으면서 중요한 경험을 많이 배웠습니다. 당시 배운 것 중에 하나는 혁명이나 위기에 부딪혔을 때 주민들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은 생각보다 빨리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70년대 말 국가사회주의에 대해서 불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 공산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80년대 말에 들어와 사람들은 사회주의 대한 희망을 다 버리고 나라를 구하는 방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들의 사상과 의식이 이렇게 빨리 바뀌었지만 그들은 스스로도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80년대 말이나 90년대에 원래부터 공산당을 싫어했다고 많이 주장했습니다.

변: 왜 그랬을까요?

란코프: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원인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사람의 의견과 사상은 빨리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들의 사상이나 사고방식이 빨리 바뀌어도 이 사실은 사람들은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지금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북한의 사상 분위기를 살펴볼 때 저는 인민들이 혁명이나 봉기에 대해서 생각이 없다는 점을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북한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 것은 너무 중요합니다. 이것은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