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25] 북한 특권층은 개방 개혁의 최대 걸림돌

평양-하얼빈(哈爾濱) 항공노선으로 북한에 도착한 중국 관광단.
평양-하얼빈(哈爾濱) 항공노선으로 북한에 도착한 중국 관광단.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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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면서 과연 앞으로 북한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은데요. 북한의 미래,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저로선 북한 미래를 생각해보면 낙관할 수 없습니다. 북한사회가 직면한 어려운 정치,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면 해결 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더 좋은 방법보다 덜 나쁜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유감스러운 현실입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현재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개인적인 책임을 지는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렇게 어려워진 북한 문제를 해결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변: 과거 같은 사회주의 나라였던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나라를 살렸지 않았습니까? 북한도 그런 방법을 따르면 좋겠죠?

란코프: 많은 사람들은 개혁과 개방이 북한 경제를 살리고 북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북한 경제는 짧은 기간에 활발해지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 바로 이게 인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 특권계층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개혁과 개방은 나라 문제를 해결해주겠지만 자신의 특권과 권력을 파괴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고급간부들에게는 중국식 개혁과 개방은 자살을 하는 샘입니다.

변: 중국에선 개방과 개혁을 하고도 공산당 간부들은 잘 살지 않습니까?

란코프: 물론 중국 간부들은 잘 삽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북한의 경우 이웃 남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중국도 만일 남 중국이 있었더라면 개혁과 개방은 없었을 것입니다.

변: 왜 그렇다고 봅니까?

란코프: 북한이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한다면 불가피하게 나라의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북한인민들은 외부생활, 특히 남조선 생활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경우 이것은 정치적 문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개혁과 개방 이후 중국 사람들도 물론 미국이든 독일이든 일본이든 이런 나라들이 중국보다 훨씬 더 잘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에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는 비록 중국보다 잘 살아도 다른 민족이 사는 외국에 불과합니다. 중국 사람들의 눈에는 일본이나 미국이 경제적인 성공을 누린다고 해서 중국 정부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분단국이 아닌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이 잘 산다고 해서 이들 나라와 통일할 수도 없습니다.

변: 중국과 달리 남한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통일의 대상 아닙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북한 사람들 보기에는 남한이 거둔 눈부신 경제적인 성공은 북한 정부의 무능력을 잘 보여줍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원래 우리보다 못 살았던 남조선이 왜 이렇게 잘사는지, 왜 우리 경제는 이 모양인지 말입니다. 결국 이런 생각을 품기 시작한 북한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커질 것입니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남한과 통일을 해서라도 북한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하루 아침에 해결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지 않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기에 북한이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한다면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고도의 경제 성장을 초래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성장을 이루더라도 북한의 지배계층을 구원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유는 남북 격차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격차가 너무 큽니다. 남한의 1인당 소득은 북한 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40배나 더 높습니다. 세계에서 1인당 소득 격차가 이렇게 큰 경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기 시작한다 해도 이만큼 큰 격차를 극복하려면 적어도 20~30년 정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남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그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서 불만을 품게 될 것입니다.

변: 남북한 격차가 비록 존재하더라도 경제가 성장을 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풍요해지면 북한 정부도 종전과 달리 인기가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글쎄요. 사실 이게 현대 북한의 슬픈 역설입니다. 북한 정권은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할 경우에도 외부 생활, 특히 남조선 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북한 정치 지도층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의 길, 자발적이 경제성장의 길을 가로 막는 요인이라면 바로 이웃에 남조선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남조선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발전, 경제 성공입니다.

변: 그러니까 남한이 과거 개혁, 개방을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면 이걸 북한 정권이 본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개방, 개혁을 하길 꺼려한다니 말인데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