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한반도 정세를 보면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실험과 3차 핵실험을 하고 이에 맞서 유엔안보리가 강력한 추가 체재를 가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핵심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인데요. 미국은 지난해 2월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농축 우라늄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대규모 식량지원을 골자로 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북한이 그 해 4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는 바람에 깨지지 않았습니까? 미국은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의 핵 포기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기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이 비핵화를 거의 유일한 전략목적으로 여기는 것은 오히려 미국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됩니다. 좋든 싫든 김씨 일가가 통치하는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변: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핵 합의를 통해 핵을 포기할 의사를 표시한 적도 있는데요. 북한이 그토록 핵에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이 핵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나는 억제 수단입니다. 북한 언론은 핵의 잠재력을 상당히 과장 보도합니다. 제 생각으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5개에서10개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 숫자는 중국, 미국 또는 러시아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입장에선 이 정도 핵무기를 가지고도 억제수단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있어야 체제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두 번째 이유는 대외원조를 얻어내기 위한 협박 외교적인 필요성 때문입니다. 북한은 자체적으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지원을 받아야 북한 경제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면 외국에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북한 정부는 식량과 같은 외국 지원을 받을 때 분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북한은 이렇게 받은 지원을 정권을 떠받들고 있는 군대, 경찰, 보위부와 같은 특권계층에게 제일 먼저 줘야만 합니다. 그런데 외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북한은 핵 협박을 잘 활용해야 필요한 지원을 받기가 더 쉽습니다.
변: 그렇군요. 즉 핵개발을 억제수단이자 해외의 원조를 받아내기 위한 외교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요. 핵개발을 체제를 결속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국내 선전용으로 적극 활용합니다. 북한 정권은 핵개발을 인민으로 하여금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합니다. 또한 핵개발을 북한이 처한 경제난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선전매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핵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시장생활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열심히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억제수단이자 협박외교 수단으로서, 또한 인민에 대한 체제 단속 등 세가지 이유로 핵 개발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변: 미국측은 이런 북한의 의도를 모를 리 없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란코프: 글쎄요. 미국 정부에도 북한을 잘 알고, 또한 북한 상황을 잘 이해하는 중, 하급 관리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핵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북한 문제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좋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변: 그런데 미국 정부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즉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문제는 너무 주변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미국 정부는 북한 문제를 결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를 보면 북한 담당자들은 고위직이 아닐 뿐만 아니라 힘도 세지 않습니다. 이들 실무자들은 한반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는 있지만 직급이 낮기 때문에 장관이나 차관 급 고위 공무원들에게 찾아가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은 비핵화가 달성할 수 없는 목적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전략을 구상하는 고위 관리들은 이들의 주장을 무시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강대국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관리들은 한반도보다 세계 전략을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을 핵 보유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 전략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요구를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변: 그렇군요. 사실 현재 세계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으로 인정받은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인데요.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핵 보유국들은 범 세계적인 핵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미국을 비롯한 핵 보유국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바로 핵 무기 확산입니다. 그들은 핵 무기 확산의 방지만큼 중요한 외교과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만일 핵 보유국가로 인정받는다면 그 동안 실행해온 핵확산금지조약은 중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1968년에 전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핵 개발을 금지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핵을 개발하는 나라는 말씀하신 대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세 나라 밖에 없었습니다. 남아공이 핵을 개발하려다가 1990년 대 초 국내 민주화로 포기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인도를 비롯한 핵무기 개발국은 북한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인도든 파키스탄이든 이스라엘이든 핵확산금지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