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27] 김일성은 북한 경제 망친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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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4월15일은 북한에서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이를 기념한 행사가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는 아직도 김일성을 우상화하고 있는데요. 김일성을 어떻게 봐야 하겠습니까?

란코프: 김일성은 너무 모순적인 역사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보기에 객관적으로 그의 역사적인 유산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실시했던 정책은 북한 경제가 성장 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잠재력이 많은 북한을 동아시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로 변질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비극에 대해서 김일성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정치세력과 인물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개인적인 책임이 특히 크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인간으로서 본 김일성은 북한 주민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성격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싸웠고, 인간이 다 평등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살았습니다. 문제는 역사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젊은 김일성이 믿던 공산주의 사상은 미래가 없었습니다. 공산주의는 아름다운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닌 막다른 길입니다. 그러나 젊은 김일성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변: 그렇군요. 앞서 김일성이 북한 경제를 망치고, 북한을 동아시아에서 제일 낙후한 나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하셨는데요. 왜 그럴까요?

란코프: 김일성은 경제정책은 물론 북한체제를 개발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해방이 된 1945년 북한에 들어온 김일성은 북한에 주둔하던 소련군 후원 없이는 권력을 잡을 수도 없었고 유지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1940년대 말 김일성은 불가피하게 소련고문, 소련전문가들이 시키는 대로 북한 경제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북한 정부기관을 보면 소련 교포 출신 간부들이나 소련고문이 아주 많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역사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소련 식 국가 사회주의 경제는 세계 어디에서나 장기적인 성장을 초래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제도는 짧은 기간만 노동력 동원과 자원 동원 덕분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지만 10~20년 후에 성장할 수 없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50년대 말 소련과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김일성 정부는 소련 식 국가사회주의의 취약성을 고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켰습니다.

변: 김일성 경제체제의 취약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란코프: 한마디로 말하면 효율성이 전혀 없던 소련의 국가사회주의 경제를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소련에서 국가사회주의가 무너진 이유는 일반 노동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이유도 없고 품질관리에 대해서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아주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국가사회주의의 경우 결정적인 것은 품질보다 양입니다.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장 지배인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만들어서 시장에서 잘 팔리도록 해야 합니다. 반대로 국가사회주의 경제에서 지배인은 정부와 공산당의 계획에 따라 필요한 양의 제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됩니다. 제품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시장경제에서 세탁기를 만든 공장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만일 공장지배인이 세탁을 잘하고 전기를 절약하고 예쁜 세탁기를 만들기 위해서 애를 쓰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밀려나 공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는 어떨까요? 세탁기 공장은 당 중앙에서 매년마다 4만대 세탁기를 생산하라는 명령이 오면 무조건 5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해야 합니다. 공장지배인은 세탁기의 성능이나 품질은 상관없이 그냥 5만대를 생산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김일성은 이러한 국가사회주의제도를 소련에서 수입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오히려 심화시켰습니다. 제가 자란 소련에서 노동의 품질에 따라 생활비의 차이가 컸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소련에서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노동의 품질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똑 같은 배급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김일성 은 소련보다 사상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결국 공장에서 생산보다 사상교육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다시 말하면 소련 식 사회주의는 처음부터 효율성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정치 때문에 북한에서 수입한 소련 식 사회주의는 소련보다 더 문제가 많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소련에선 10년정도 살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굶어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 많은 아사자들이 생긴 대기근이 발생했습니다.

변: 김일성이 도입한 국가사회주의 경제가 이처럼 북한 경제를 망쳤다고 했는데요. 북한 농업은 어땠습니까?

란코프: 북한 농업도 이와 비슷합니다. 김일성은 소련의 협동농장을 모방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농민들은 소련 농민들 보다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련 농민들은 자유가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말하면 북한의 텃밭 면적은 30평에 불과했습니다. 반대로 소련의 텃밭은 보통 수백 평에 달했습니다.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소련중앙 시베리아 마을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마을에서 텃밭은 적어도 300평입니다. 소련농민들은 이처럼 넓은 텃밭에서 야채, 과일 등을 생산했습니다. 또 소련에서 농민들은 소를 한 마리씩 키우고 염소와 양을 키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은 이와 같은 개인의 경제활동을 문제로 삼고 결코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련 농업은 문제가 많긴 많지만 북한 농업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좋았습니다.

변: 네, 그렇군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이 시간에는 김일성이 북한에 남겨놓은 유산에 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