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제구조론 북 경공업 해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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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3월18일 평양에서 전국 경공업대회에서 연설을 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10년 만에 개최된 이번 대회에 직접 참석해 경공업 발전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지시했는데요. 앞으로 김정은 정권이 과연 경공업 중심의 정책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떨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 김정은의 연설은 진정 중요한 북한의 정책에 대한 증거자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연설을 보면 북한이 현 단계에서 개혁이나 개발을 하는 의지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 그렇지만 나중에 북한 정부가 개혁과 개방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 정부는 예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시대 착오적인 사고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변: 김정은 제1위원장도 이번 연설에서 경공업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면서 경공업을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김정은이 경공업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북한에서 경공업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어느 정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북한은 중화학 공업만 강조했습니다. 과거 소련의 역사를 보면 1953년 스탈린 사망까지 소련정권은 경공업 발전을 상당히 반대했고 군사산업의 기반인 중화학 공업만 촉진시켰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 말에 들어와 새로운 소련 정권이 경공업을 발전시키고 인민들에게 좋은 소비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1960, 70년대에 소련시민들의 소비 생활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국가들의 생활수준과 소비수준을 결코 능가하지는 못했습니다.

변: 왜 그랬을까요?

란코프: 왜냐하면 소련정부는 경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가사회주의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공을 이룩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 소련 간부들은 경공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소련제 구두를 신었을 때 발의 통증을 호소했고, 소련제 TV는 자주 고장이 났으며, 소련제 옷은 멋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경공업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상당히 인지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변: 그렇군요.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북한 또한 경공업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 것 같은데요. 이번 연설에서도 그는 "경공업 공장에서는 생산을 정상화할 데 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은 "경공업 공장에서는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시제품이나 견본품을 만들어 전시하거나 상점에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 생산을 이뤄 인민들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에서 소비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1960,70년대 소련에서도 소비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경공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면 현실주의적인 사고가 유난히 부족합니다.

변: 그 같은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란코프: 글쎄요. 이번 연설을 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사상교육을 더 잘하고 자원 및 재료 문제를 더 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소비품이 장마당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공급방식으로 김일성 시대처럼 인민들에게 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생산된 제품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없애고 인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품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변: 그렇다면 김정은의 지적대로 공장에서 자원과 원료가 충분히 제공되고 기술과 사상 또한 잘 이뤄진다면 공업과 소비품의 품질이 향상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지만 크게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실은 냉전 시절의 소련도, 개혁과 개방 이전의 중국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도 자신들의 경험으로 이런 문제점을 잘 터득했습니다. 이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은 국가 사회주의 경제인데, 이런 경제체제에서는 소비품의 생산이 가장 취약한 분야입니다. 사실상 사회주의가 무너진 이유를 보면 인민들의 소비생활이 식량생활에 대한 불만이 제일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경제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 경공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제 1위원장은 이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바입니다.

변: 어릴 적 해외유학 생활을 통해 서구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나름대로 느꼈을 법한 김정은이 왜 이해를 못할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과 같은 국가사회주의 경제에서는 경공업 종사자들은 인민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생산해야 할 압력은 받지 않습니다. 나라가 지시한 할당량만 생산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는 어떨까요? 자본주의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공장들이 있습니다. 이들 공장은 세탁기나 자가용, 승용차와 같은 경공업 소비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 때문에 보다 품질이 좋고 인민들이 보다 즐겁게 사용하는 소비품을 개발, 제조하는 공장이나 회사만이 돈을 잘 벌어 들입니다. 이런 자본주의 경제에선 북한측 지배인에 해당하는 사장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잘 살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세탁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세탁기든 구두든 옷이든 소비자에게 잘 팔리지 않는다면 그들도 잘 살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