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30] 김일성의 핵전략, 안보용보다 협박전략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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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흔히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얘기할 때 북한이 정권의 보존과 체제의 유지를 위해, 다시 말해 안보적 측면에서 핵을 개발해왔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북한이 안보적 측면 못지 않게 핵을 외교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했다는 견해이신데요. 즉 북한이 소련 식 국가사회주의 경제를 도입해 경제를 망친 뒤 회생이 힘들자 핵을 개발해 대외원조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북한은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시장이 갑자기 없어져서 무역과 국제경제협력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일부 사실이지만 과장과 왜곡이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왜곡은 북한이 원래 소련과 무역을 했을 때 평등한 무역이 아니었습니다. 소련은 북한으로 보낸 물건은 고급기술제품, 무기나 부속품, 기름 등 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소련은 북한으로 세계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을 팔았습니다. 그 대신 북한은 소련에 세계시장에서 제일 팔리지 않고 품질이 나쁜 제품을 보냈습니다. 소련사람들이 피우기 싫은 담배나 먹기 싫은 오이통조림, 솜옷 등 입니다. 또 소련은 북한으로 싸게 팔고 북한에서 비싸게 샀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소련과 북한 무역은 순수한 무역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한 무역이라기 보다는 무역으로 위장한 대 북한 지원으로 보면 더 정확합니다.

변: 즉 소련과 북한의 무역은 순수한 무역이라기 보다는 북한을 도와주기 위한 일종의 원조무역이었다는 뜻인데요. 그런데도 왜 소련은 북한을 지원한 걸까요?

란코프: 물론 소련은 마음이 착해서 북한에 원조를 제공한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전략상의 이유 때문입니다. 소련은 북한을 중요한 완충지대로 여겼습니다. 북한은 소련 연해주를 지키는 완충지대입니다. 둘째로 당시 중국과 소련의 관계는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련은 북한에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영향을 막고 김일성 정권이 중국 측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 들어와 소련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확 없어졌습니다. 소련과 미국과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기에 완충지대는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또 중국과의 관계도 좋아졌기 때문에 북한의 중국 영향을 가로막을 필요도 마찬가지로 없어졌습니다. 결국 소련과 소련이 통제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대폭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했던 김일성은 1980년대 말부터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했습니다.

변: 그렇군요. 김일성은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로부터 원조의 길이 막힐 것을 우려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원조를 획득할 목적으로도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말인가요?

란코프: 북한은 사실상 지난 20여년 동안 외국지원을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민들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마저도 생산할 수 없습니다. 지난 15년동안 북한은 매년마다 외부에서 식량을 무료지원으로 70~80만톤씩 지원받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식량을 제공하는 나라는 북한과 적대관계가 있는 미국, 일본, 남한입니다. 이게 바로 김일성이 추구한 핵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이 같은 전략을 실시한 사람은 김정일 이지만, 그는 이 전략을 개발한 사람이 아닙니다. 90년대 초 북한의 전략정책을 보면 이러한 전략이 김일성이 개발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변: 흥미롭군요. 그렇다면 란코프 교수님은 김일성의 핵전략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란코프: 쉽게 말하면 협박전략입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빨리 하지 않는 조건으로 외부에서 식량을 비롯한 원조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은 핵무기의 임시적인 중단은 국제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뿐 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이웃나라들은 북핵 때문에 신경을 씁니다. 결국 북핵 개발을 문제로 생각하는 국제사회는 북한이 더 개발하지 않을 대가로 북한이 요구하는 지원을 제공합니다.

변: 김일성이 단순히 안보 차원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외교적 협박수단으로 활용을 해왔는데,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란코프: 이것은 아주 복잡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보면 김일성 전략은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 핵무기는 억제력 수단보다는 협박과 압력을 수단으로 볼 수 있는데 북한은 그 수단으로 적지 않은 원조를 얻었습니다. 북한이 없었더라면 외부에서 식량원조를 받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겁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서 국제사회를 협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것 보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외부에서 지원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극복하지 못한 경제위기입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초래한 요소는 김일성 시대부터 남아있는 시대 착오적인 경제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절대적인 국가 수요를 중심으로 하는 소련 식 국가사회주의 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이 제도는 실패했습니다. 중국, 소련, 동유럽에서도 이 제도를 포기하였습니다. 북한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 북한이 시대착오적인 제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뭐라고 봅니까?

란코프: 이와 같은 제도는 김일성과 그의 가족들, 김일성 측근들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 때문에 그들은 바꿀 수 없습니다. 김씨 가족은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과 같이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습니다.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복구 할 수 없습니다. 경제를 복구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지원을 얻으려 노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원을 얻기 위해서 핵 무기 개발은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소수 특권 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한 김일성 전략은 빛나는 성공입니다. 그러나 북한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전략은 비극입니다. 핵무기는 나라를 지키는 것 보다 정권을 지키고 소수 특권계층, 그들의 권력을 지키는 수단을 변화되었습니다. 북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북한이 세월이 갈수록 이웃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더욱 뒤쳐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김일성 핵 무기 전략의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이 시간에는 김일성의 핵개발 전략이 결과적으로 북한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비극이었다는 점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