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34] 북한, 협동농장을 주민들에게 돌려만 줘도 식량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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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의 협동농장의 문제를 좀더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도 협동농장과 비슷한 인민공사를 해산시킴으로써 식량생산이 배나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생산까지도 무려 10배나 늘어났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이런 현상이 국가가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킨 탓도 있나 모르겠네요?

란코프: 이와 같은 변화를 초래한 것은 농업에 대한 새로운 투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 기적과 같은 변화를 초래한 것은 중국의 제2차 토지개혁입니다. 중국 정부는 협동 농장에 해당되는 인민 공사를 해산 시키고 농민들이 스스로 거둔 수확을 마음대로 팔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자 농업 생산은 급증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기술적인 기반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비료생산이나 농업 기계화 수준도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노력한 만큼 수확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생산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변: 그러니까 서구식 개념으로 말하면 인센티브, 즉 동기부여가 중국 농민의 생산성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는 뜻인데요. 자기가 노력해 거둔 수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니까 너도나도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미 말씀을 드린 대로 농민들은 당연히 자신의 땅에서만 열심히 일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요? 물론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론 협동농장의 땅이 바로 농민들의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농민들은 모두 협동 농장을 옛날 시대 지주처럼 보고 있습니다. 협동 농장 간부들은 옛날 시대 양반처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구 소련이나 구 동독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토지개혁을 했을 때 땅을 개인 농민들에게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협동 농장에게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 동독을 보면 농민 대부분은 그대로 공산주의 시대부터 남아있는 협동 농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구 소련에서도 오늘날 협동 농장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 신형 협동농장은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구형의 공산주의식 협동농장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식 협동 농장은 말로만 협동 농장이며 사실상 국가 소유입니다. 국가 기업소와 하등 다를 바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나 동독에서 볼 수 있는 협동 농장은 말 그대로 협동 농장입니다. 서로 잘 알고 잘 믿는 농민들은 함께 일합니다. 또한 협동농장에서 나온 수확을 국가에 거의 무료로 바치기 보다 시장에서 판매합니다. 이렇게 얻은 소득은 일부러 농장 발전을 위해 이용하여 나누어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형 협동농장은 효과가 아주 높습니다.

변: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구 소련 혹은 구 동독의 협동농장과 달리 북한의 협동농장은 농민 개인의 창의성이나 동기부여를 주지 않아 생산상도 낮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북한이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면 바로 이 점을 뜯어 고쳐야 하겠군요?

란코프: 북한이 식량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협동농장을 해산하고 개인 농민들이 농사를 마음대로 지을 수 있게 하는 방법뿐 입니다. 북한 당국이 협동 농장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생산성을 높이려면 협동 농장들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이와 같은 개혁과 개방을 실행할 수 없습니다.

변: 협동농장을 개혁하면 농업 생산성도 높이고 식량을 지금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데 도 북한 지도부가 이런 개혁을 꺼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여러 번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북한 특권 계층의 거의 유일한 정치 목적은 체제유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과 같은 개혁과 개방이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북한 사람들은 해외 생활에 대해서 잘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과 보안성, 보위부에 대한 공포가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개혁과 개방 덕분에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노동당과 국가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에서 보면 이것이 결코 바람직한 변화가 아닙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북한에서 정권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변: 하지만 협동농장과 같은 농업개혁은 정치 개혁에 비하면 위험도가 훨씬 낮지 않을까요?

란코프: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 농업개혁은 다른 개혁에 비하면 그리 위험하지 않습니다. 협동농장 주민들은 시골에서 살고 있고, 서로의 친밀한 관계도 약해서 국내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는 농업 부문에서도 개혁을 하지 않으면 좋다는 입장입니다. 이유를 확실히 알기 어렵지만 그들은 협동농장의 개혁이 위험한 전략일 수도 있고 다른 농업이나 다른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기를 결정한 북한 정부는 농업에서도 중국처럼 제2차 토지 개혁을 하지 않았습니다.

변: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게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인데요. 과연 농업개혁을 하지 않고 언제까지 이 상태로 끌고 갈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우린 북한의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농업 개혁이 다른 부분의 개혁보다 덜 위험합니다. 저는 이러한 개혁이 북한 국내 농업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중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와 같은 농업개혁을 시작하려면 그에 앞서 2차 토지개혁이 필수적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하려면 협동농장부터 개혁해서 농민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