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안녕하세요.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도 대담엔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이 전통적인 동맹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인 중국과의 관계에 관해 살펴보지요. 중국은 한국전 때 북한을 지원해 북한의 붕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냉전이 붕괴한 1990년대 이후에도 북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요. 이처럼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북한에게 더 없이 긴요한 동맹국이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란코프: 글쎄요. 엄밀히 말하면 북한은 오늘날 동맹국가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사실상 1970년대와 80년대 북한이 소련과 중국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받았을 때도 북한은 이들 국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 후 북한은 동맹국가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조차 자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1992년 8월 중국이 당시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의 입장을 무시하고 남한과 국교를 수립한 것만 봐도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대북 지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중국이 대북 지원을 제공하는 이유는 어떤 것 보다 중국 국가 이익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현상유지가 제일 바람직한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 국내 위기를 원하지도 않고 남북 통일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변: 하지만 중국은 아직 북한과 상호원조조약을 유지하고 있어 북한이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 군사적으로 원조해야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양국은 상호경제원조조약도 체결한 상태가 아닙니까?
란코프: 북한이 외국에서 침략을 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을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중국은 북한 때문에 대규모 전쟁에 참여할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이는 너무도 가설적인 얘기입니다.
변: 앞서 중국이 남북한의 분단과 같은 현상유지 정책을 선호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정책을 유지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중국지도부는 경제성장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국 앞에 나타난 여러 가지 과제 가운데 고도 경제 성장만큼 중요한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중국 뿐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는 경제가 성장하면 좋다는 입장입니다. 경제 성장은 정권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공산주의 국가가 결코 아닙니다. 미국보다 일본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나라라 바로 중국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앞으로 자본주의가 더 발전하면 공산당 정권은 보기 이상할 것입니다. 중국 사람의 대부분은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산당의 사상과 성격을 무지합니다. 무시하는 이유가 경제성장 때문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생활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공산당 독재정권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상황에서도 경제 성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어려운 위기가 발생한다면 중국은 불가피하게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원을 내야 합니다. 이것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가에서 위기가 발생 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변: 그렇군요. 그런 점에서 중국은 남북한이 분단된 현재의 구조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이란 말이죠?
란코프: 중국 외교관들은 물론 중국이 남북 통일을 지지한다고 반복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주장을 믿을 만한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제가 벌써 여러 번 이 시간을 통해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남북 통일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강대국은 사실상 하나도 없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완충지대 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있기 때문에 남한에 주둔한 미군은 중국 국경에서 더 멀리 있습니다.
중국이 남북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가 또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 남북한 경제력 국력의 격차를 감안하면 통일 한국에서 남한이 거의 불가피하게 지배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중국측도 현 상황에서 통일은 곧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을 의미한다는 점을 잘 압니다. 문제는 통일한국이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로 동북 삼성에서, 즉 만주에 사는 조선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 통일은 중국 국내에서 공산당 독재정권을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을 어느 정도 고무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통일 국가가 된 한국은 외부 영향을 더 쉽게 가로막을 수 있고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세계 역사가 시작했을 때부터 정치 전략가 들이 잘 알고 있는 원칙은 이웃 국가는 약할수록 좋고 상호 대립이 심각 할수록 좋다는 원칙입니다.
변: 그러니까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는 까닭은 강력한 통일국가의 출현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인가요?
란코프: 맞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 지도부도 일반 중국 사람들도 북한 체제에 대해서 별로 동의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북한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실패한 1960년대 중국과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체제의 붕괴와 남북 통일은 가로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이 전통적인 동맹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이 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 동맹국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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