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37] 중국, 북한체제 비용 지금보다 늘어나면 지원 안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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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남한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북한의 전통적인 동맹국으로 간주되고 있는 중국이 실은 북한의 동맹이라기 보다는 순전히 국가이익 차원에서 북한을 도와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 순서에도 북한에게 중국은 무엇인지 좀 더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북한의 붕괴를 위해 전 해마다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수님이 보기에 북한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 쓰는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란코프 : 중국의 대북지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중국은 북한으로 공짜로 적지 않은 식량을 보냅니다. 평균 30-04만톤 식량을 보냅니다. 그러나 순수한 지원은 아닙니다. 중국과 북한의 무역을 보면 수 많은 경우 순수한 무역보다 무역으로 위장한 지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 회사가 북한과 무역을 하도록 하고, 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계약까지 하도록 합니다. 중국에서 중앙정부의 힘이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당국자들의 요청을 감히 거스르는 기업소는 없습니다.

: 그렇다면 중국이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무한정 계속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경제국가 입니다. 중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대북 지원에 드는 자원과 돈은 미미한 편입니다. 확실한 통계가 없지만 중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액수는 10억 달라 정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 액수는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동북아에서 중국이 현상유지를 위해서 치러야 하는 비싼 대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은 대북 지원을 영원히 할 지 아직 모릅니다. 중국 지도부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나중에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을 하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와 같은 희망은 근거가 없습니다. 북한은 체제 붕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데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지금처럼 경제 개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버틸 경우 세월이 갈수록 중국이 북한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사용하는 금액도 많아질 것입니다. 중국이 현재 북한에 제공하는 10억 달러를 적은 돈으로 생각하지만, 이게 수십억 달러로 늘어나면 더는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중국 노력과 상관없이 북한에서 국내 위기가 발발할 경우입니다. 실제로 그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닥쳐 온다면 중국은 북한 국내 위기에 간섭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아직은 알기 어렵습니다.

: 금방 북한의 위기를 말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일까요?

란코프: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 체제는 지속 불가능합니다. 단기적으로 말하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김정일 정책을 그대로 지속한다면 정권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개혁과 개방이 체제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이 없는 상황에선 북한 지도부가 경제를 살리지 못합니다. 결국 세월이 갈수록 북한은 이웃 나라, 특히 부유한 자본주의 나라인 남한에 비해 더욱 뒤쳐질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격차에 대한 소문은 북한 국내에 많이 퍼져나가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불러 일으킵니다. 결국은 조만간 정부를 반대하면 대중운동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정권에 도전하는 하급 간부들과 군관들이 하는 쿠테타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런 위기가 발생한다면 북한은 위기와 혼란에 빠지고 그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북한 지배계층 일부는 중국에서 도움을 받을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 그럴 경우 과연 북한 지도부가 중국의 개입을 바랄까요?

란코프 :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친 중국, 위성정권은 차라리 남한에 흡수통일되는 것보다 좋습니다. 그들은 흡수통일이 되면 자신들의 특권과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위기에 간섭하고 평양에 친 중국, 정권을 세운다면 이러한 친중국 정권은 옛날 시대 간부들을 많이 고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에서 친 중국 정권이 설립 될 경우 북한 특권 계층은 권력과 특권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확대할 것입니다.

: 그렇군요. 만일 북한이 위기 시 지원을 요청해온다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란코프 : 현단계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제가 보기엔 중국은 무조건 간섭을 할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이 한반도 북반부에서 친 중국 정권을 설립한다면 부작용이 많을 겁니다. 예를 들면 남한과 관계가 많이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순수한 경제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게 남한은 북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무역 규모만 봐도 중국이 남한과의 무역은 북한과의 무역보다 50배나 많습니다. 또 중국은 남북 통일을 원하지 않지만 불가피하다면 받아 들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북아에서 현상유지, 안전유지입니다. 통일 한국이 이러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면 중국측은 통일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입니다. 중-미 관계가 괜찮으면 중국이 북한 국내위기에 간섭할 가능성이 덜 높습니다. 그러나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중국의 간섭여부는 아직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인지 모릅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 체제는 안전해 보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계속 나오는 지원은 이 안전을 초래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북한이 전통적인 동맹이라고 간주하는 중국, 실은 북한을 동맹 차원에서 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원조하는 나라일 뿐이고, 또한 북한에 설령 위기가 발생한다 해도 중국이 무조건 개입하진 않을 것이란 견해를 란코프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